별과 사람들 - 가평 축령산 관측기

2015. 1. 20. 23:00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작년(2014년) 9월 13일 ~ 14일, 경기도 가평 서울학생교육원 축령산본원이라는 곳에서
한국 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지부가 주관하는 천문지도사 3급과정 4회차 연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새벽에 하현달이 떠오르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밤새 별빛에 흠뻑 젖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관측 후기 : https://big-crunch.tistory.com/12347405 참고)

 

그리고 5개월여가 흐른 지난 주말(1월 17~18일),
이곳에서 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지부 2015년 신년총회가 있었고,
이 날도 어김없이 청명한 밤하늘에서 혜성을 비롯한 별빛에 또 한 번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평 축령산이 날씨 궁합이 잘 맞는것 같네요.

 

달이 없는 주말에다가 C/2014 Q2 러브조이 혜성도 한껏 고도를 높여 말 그대로 혜성 관측기의 최적기인 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가족과 함께 축령산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북적북적 했죠.

 

저도 제 개인 관측보다는 다른 분들께 혜성이나 목성을 비롯한 이런저런 대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사진 1> C/2014 Q2 러브조이 혜성

 

촬영 날짜/시간 2015-01-17 오후 9:59:51
촬영장소 : 경기도 가평 축령산
카메라 및 렌즈 : Canon EOS 650D + 렌즈 EF-S55-250mm f/4-5.6 IS II  250mm 노터치 촬영
Tv(셔터 속도) 15초
Av(조리개 값) 5.6
ISO 감도 3200
가대 : EQ6 Pro

 


오늘의 주인공은 당연히 C/2014 Q2 러브조이 혜성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주의깊게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망원경을 통해 직접 대상을 관측한 분들께 사진으로 찍으면 초록색이 선명하게 살아난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을 촬영하는 것과의 차이점을 설명드리는 과정에서 대충 찍은 사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아서 혜성이 선명하게 잘 나와준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경통 위에 올려놓는 피기백 촬영을 하면서 기대하지 않은 장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간혹 천문대에서 일하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분들로부터 사람들이 대형 망원경을 통해 본 천체의 모습이 평소 TV나 인터넷으로 접한 사진들과 너무 차이가 나서 '이렇게밖에 안 보이느냐?'는 항의성 질문을 받는다는 애로사항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피기백 장치를 갖추고 보니, 사람들에게 동일 대상에 대해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찍힌 영상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차이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차이에도 무척이나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고
몇 번이고 접안렌즈 너머 대상을 눈으로 보며 오히려 안시관측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카메라 라이브 뷰상에 나타난 선명한 대상을 머릿속에 각인시킨 상태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니
대상을 더더욱 똑똑하게 인식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2> 이 구성이 피기백입니다.

 

규모가 큰 망원경의 등판에 카메라를 얹은 것이죠(돼지같이 큰 경통의 등에 얹어서 '피기백'입니다.)
망원경으로는 직접 안시관측을 하고, 카메라가 찍은 대상은 카메라의 라이브 뷰를 통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본격 천문 사진을 한다면 이 피기백 구성은 장노출(2~3분 이상)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진 3> M82은하(왼쪽 상단)와 M81은하(우측 하단)

사진 중앙 하단에 보풀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은하는 NGC3077 입니다. (이건 찾기 쉽지 않을 듯...^^;;;)

 

촬영 날짜/시간 2015-01-18 오전 12:34:11
촬영장소 : 경기도 가평 축령산
카메라 및 렌즈 : Canon EOS 650D + 렌즈 EF-S55-250mm f/4-5.6 IS II  250mm 노터치 촬영
Tv(셔터 속도) 30초
Av(조리개 값) 5.6
ISO 감도 3200
가대 : EQ6 Pro
DSS(Deep Sky Stacker) - OPEN 23장, DARK 19장 Stacking.

 

헝그리 망원렌즈가 M81과 M82를 이렇게 멋지게 잡아낼 수 있을거라는 건 상상을 못했습니다.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캐논 헝그리 망원렌즈는 정말 멋진 렌즈인것 같습니다.

 

 

사진 4> 산개성단 M36

 

촬영 날짜/시간 2015-01-17 오후 11:07:53
촬영장소 : 경기도 가평 축령산
카메라 및 렌즈 : Canon EOS 650D + 렌즈 EF-S55-250mm f/4-5.6 IS II  250mm 노터치 촬영
Tv(셔터 속도) 10초
Av(조리개 값) 5.6
ISO 감도 3200
가대 : EQ6 Pro
DSS(Deep Sky Stacker) - OPEN 55장, DARK 20장 Stacking.

 

 

천체를 관측하다가 잠시 쉴 때는 습관적으로 M36, M37, M38로 망원경을 돌려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마차부 자리가 그만큼 찾기 쉽고, 산개성단들이 눈에 쏙 들어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산개 성단은 역시 쌍안경으로 보는게 제 맛인거 같습니다.

 

사진이라는 측면에서도 보면 산개 성단은 기본 느낌조차 살리는게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산개 성단을 제대로 찍는 것이 정말 사진에 실력을 갖추는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진 5> 늦은 밤까지 관측에 열심인 모녀분이 있었습니다.
기념으로 설정샷 한 장 찍어드렸습니다.
사실 관측지에서 레이저를 켜는 것은 금기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날 관측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사진을 찍는 분이 없어, 부담없이 레이저 포인터를 켤 수 있었습니다.

 

 

 

 

사진 6> 이번 관측은 안주인 마님도 동행해 주셨습니다.
관측지는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 여지껏 관측지에 함께 가지 못했고, 망원경을 안주인께 보여주지도 못했었는데,
이번 관측 여행은 숙소까지 해결되어 부담없이 함께 갈 수 있었습니다.
혜성과 목성, 오리온을 비롯한 여러 천체를 보여줄 수 있어 너무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