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MM J215022.4-055108 : 허블우주망원경이 추적한 중간질량블랙홀(IMBH)

2020. 5. 1. 21:363. 천문뉴스/허블사이트

CREDITS: NASA, ESA, and D. Player (STScI)

그림 1>
이 상상화는 별을 산산조각 내고 있는 블랙홀을 묘사한 것이다. 
태양의 수만 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으로 지나가던 별을 빨아들이고 있다. 
별의 잔해는 블랙홀 주위에 강착 원반을 만들고 있다. 
초고온으로 가열된 가스 원반에서 발생하는 X선 플레어는 천문학자들이 블랙홀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현상이 아니라면 이 블랙홀의 존재는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블랙홀은 중간질량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 IMBH)로 구분된다. 
이 블랙홀들은 은하의 중심부에 도사리고 있는 초대질량블랙홀보다 훨씬 적은 질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IMBH는 대개 잠잠한 상태를 유지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물질을 빨아들이기에 충분한 중력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고밀도 성단 내부에 있는 IMBH의 강력한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성단은  주위가 모두 뜯겨져 나간 왜소은하의 핵일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자들이 우주적 살인을 만들어내는 범인에 대한 최상의 증거를 포착했다.
바로 "중간질량블랙홀"로 알려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블랙홀의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이 블랙홀에게 가까이 접근한 별이 산산조각 나는 현상을 통해 그 존재를 포착해낼 수 있었다. 

 

이 블랙홀은 태양질량 대비 약 5만 배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 
태양질량 대비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의 질량범위를 가지며 거대한 은하의 중심에 도사리고 있는 초대질량블랙홀(Supermassive Blackhole)보다는 훨씬 작지만 무거운 별의 붕괴로부터 생성되어 별과 비슷한 수준의 질량을 가지는 작은 블랙홀보다는 훨씬 큰 블랙홀이다. 

 

이른바 중간질량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s, 이하 IMBHs)에 해당하는 이 블랙홀은 블랙홀의 진화과정에 있어 오랫동안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차지하는 천체이다. 
그동안 IMBH의 후보가 될만한 블랙홀이 소수나마 관측된바 있지만 과학자들은 이번 관측 결과가 IMBH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관측에는 두 개의 X선 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이 이용되었다. 
이번 논문의 수석 연구원인 뉴헴프셔대학 린 다쳉(Dacheng Lin)은 IMBH는 매우 찾기 어려운 천체이기 때문에 후보 천체들은 주의깊은 검토는 물론 이들이 IMBH가 아닐 수도 있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해내야 한다면서 바로 이러한 일이 허블우주망원경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20년 3월 31일 아스트로피지컬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개재되었다. 

 

이번 발견과정은 사건을 풀어내는데 필요한 각각의 경우를 단계단계 세심하게 추리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느낌이 마치 셜록 홈즈의 추리물을 읽는 듯하다. 
린과 그의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하여 NASA의 찬드라 X선 망원경과 유럽우주국의 XMM-뉴턴 망원경의 관측대상을 추적하였다. 
이들 X선 망원경들은 2006년 강력한 X선 플레어를 관측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플레어가 우리 은하 내부에서 생성된 것인지 외부에서 생성된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X선 플레어가 블랙홀처럼 강력한 중력을 행사하는 천체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한 별이 파괴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3XMM J215022.4-055108이라 명명된 이 X선원이 발생한 곳은 놀랍게도 초대질량블랙홀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은하 중심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중력을 행사하는 천체가 IMBH이지 않을까 하는 추정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다른 가능성으로 인해 IMBH 가설은 배제되었었다. 
다른 가능성이란 강력한 중력을 행사한 천체가 극단의 온도로 들끓었다가 식어버린 중성자별로 추정되었던 것이다. 
중성자별이란 폭발한 별에서 남겨진 잔해를 말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이 X선원을 추적하였고 그 정확한 위치를 규명해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고해상도 관측 데이터는 이 X선이 우리 은하 내부에 고립된 하나의 천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외부 은하 외곽에 있는 고밀도 성단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천문학자들이 IMBH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 특성과 동일한 것이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이전의 연구결과들은 은하 중심에 위치하는 블랙홀의 질량은 해당 은하가 품고 있는 팽대부와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무거운 은하일수록 무거운 블랙홀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3XMM J215022.4-055108을 품고 있는 성단은 현재 인접하고 있는 거대한 은하와의 중력 상호작용에 의해 뒤틀리고 외곽의 별들을 빼앗겨버린 왜소은하일 가능성이 있다. 

 

IMBH는 초대질량블랙홀에 비해 규모도 훨씬 작고 활동성도 적다보니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운 천체이다. 
이들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연료도 없고 별을 비롯한 이런 저런 물질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중력도 없다. 
따라서 이 블랙홀의 존재를 추적할 수 있는 X선도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IMBH를 찾아내려면 별을 집어삼키는 장면이 목격되어야만 한다. 
린과 그의 동료들은 우선 XMM-뉴턴이 수집한 수십만 개의 데이터를 조사하여 IMBH의 후보가 될만한 천체를 하나 찾아냈다. 
그리고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별에서 뿜어져나온 X선을 이용하여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질량 대비 5만 배 수준임을 측정해냈다. 
이 IMBH의 질량은 X선 광도와 분광 상태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린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이용한다면 X선 광도 하나만을 가지고 추정한 것보다 훨씬 더 신뢰성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IMBH 후보를 찾아내는데 X선 광도 하나만을 사용했었죠. 
 우리가 IMBH의 질량을 측정하는데 분광데이터의 정합성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펙트럼의 변화과정이 그간의 열 변화에 따른 분광 상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태는 일반적으로 강착이 진행중인 별 정도 질량을 가진 블랙홀에서 관측되고, 잘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죠."

이번에 관측된 천체가 IMBH로 추정된 첫 번째 천체는 아니다. 
2009년 허블 팀은 NASA 스위프트 천문대 및 XMM-뉴턴 X선 우주망원경과 협조하여 ESO 243-49 은하의 모서리에 위치하고 있는 HLX-1을 IMBH로 추정한 바 있다. 
이 천체 역시 무거운 질량을 가진 푸른 빛의 어린 별들이 몰려 있는 성단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 성단 역시 주위의 별들을 빼앗기고 만 왜소은하의 중심부로 추정되었다. 
X선은 이 블랙홀의 주위를 두르고 있는 뜨거운 강착 원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린은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이 이전에 관측한 대상과 명확히 다른 점은 이 블랙홀이 별 하나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이 점이 이번에 관측한 천체가 HLX-1을 포함하여 이전에 IMBH로 추정되었던 별 정도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무거운 질량을 가진 블랙홀임을 말해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에 이뤄진 IMBH의 발견은 어둠 속에 숨어 발견되지 않고 있는 훨씬 더 많은 IMBH의 발견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IMBH에 대해서는 아래의 질문을 포함하여 아직 대답할 수 없는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초대질량블랙홀은 IMBH로부터 몸집을 키워 만들어진 것일까? 
IMBH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별들이 밀도높게 몰려 있는 성단이 IMBH가 자리잡고 있는 곳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린과 연구팀은 이번에 검증된 방법을 이용하여 세심한 관측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CREDITS: NASA, ESA, and D. Lin (University of New Hampshire) 
사진 1> 
이 사진은 태양의 5만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중간질량블랙홀의 위치를 특정하는데 사용된 사진이다.  
3XMM J215022.4-055108이라는 이름의 블랙홀을 품고있는 성단이 하얀색 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찾기 어려운 유형인 이 블랙홀은 블랙홀에 포섭된 별의 뜨거운 가스로부터 복사되는 X선 때문에 그 존재가 드러났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 상에서 블랙홀의 위치를 특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망원경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고해상도 화상화 성능은 우리은하 미리내 바깥에 있는 고밀도 성단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블랙홀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이 성단은 특정 은하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은하가 바로 그것이다.  
그 주위로는 바로 위에서 정면을 보여주는 나선은하를 비롯하여 배경을 장식하는 훨씬 작은 은하들이 보인다.  
이 사진은 허블 ACS에 의해 촬영되었다.  

출처 : 허블사이트 2020년 3월 31일 발표 뉴스
        https://hubblesite.org/contents/news-releases/2020/news-2020-19

 

참고 : 다양한 블랙홀에 대한 각종 포스팅은 아래 링크를 통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https://big-crunch.tistory.com/12346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