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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해? - 영화 거인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타임라인에 올려준 영화야 아마도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 같은 영화에 더블 엄지를 날려준 영향인 것 같아. 영화 소개문부터 끌렸어. '고아', '보호시설' 이라는 단어가 단숨에 내 눈길을 사로잡았어. 바로 플레이를 눌렀지. 그리고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주의깊게 봤어. 이제는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배우가 된 최우식 배우가 2014년에 찍은 영화야. 봉준호 감독이 최우식 배우의 이미지가 요즘 젊은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던 것 같아. 유약하기 때문에 손에 들어온 것은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그런 이미지랄까? 그런 최우식 배우의 2014년 버전인데, 여기서도 이미지가 아주 잘 맞았던 것 같아. 나는 사실 이런 류의 바닥 리얼..
2024.02.20 -
눈 앞의 전갈자리
2월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관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설날 다음날 부랴부랴 행장을 꾸려 밤늦게 조경철 천문대에 관측을 나갔는데 그 날도 관측에 집중하지 못했어. 차 안에서 설핏 잠이 들었다가 새벽 4시 반에 차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내 눈에 전갈자리가 들어왔어. 전갈자리가 바로 내 눈높이에 떠 있는 거야! 전갈자리는 정말 아름다운 별자리야. 그런데 내 눈높이에 떠 있는 전갈자리는 별지기 생활 10년이 된 나도 처음 보는 거였어. 조경철 천문대가 워낙 높은 곳에 있었던 덕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설연휴에 사람이라곤 없는 새벽 취약 시간대다 보니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빛더럼에 가려졌을 낮은 고도까지 충분히 어두워 지평선에서 솟아오르는 전갈자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
2024.02.17 -
Shalom lach Mirjam
shalom lakh Mirjam שָלוֹם לָךְ, מִרְיָם 마리아께 경배드리나이다 meleat ha-khesed מְלֵאַת הַחֶסֶד, 은혜가 가득하시며 Adonai imakh ה׳ עִמָּךְ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분 berukha at banashim .בְּרוּכָה אַתְּ בַּנָשִׁים, 모든 여인 중에 축복을 받으신 분 u-varukh pri bitnekh Yeshua וּבָרוּךְ פְּרִי בֵּטְנֵךְ יֵשׁוּעַ 잉태하신 예수님 또한 축복받으시나이다. Mirjam hakedosha מִרְיָם הַקְּדוֹשָׁה, 거룩하신 마리아시여. em haElohim אֵם הָאֱלהִים, 신의 어머니이신 분이시여 hitpaleli baadenu..
2024.02.17 -
시인이란?
두 권 있는 네루다 시집은 그냥 정신 나간 낙서인것 같다. 별 감흥도 없고 감동도 없다. 물론 인상적인 표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길 잃은 기차’ 처럼 말이다. 하지만 뭐든 헛소리를 두 권 분량 써 놓으면 아무리 미친넘이라도 한 문장 정도는 인상깊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유를 하거나 사색을 하거나 잡념에 빠지는 건 사람을 크게 괴롭히고 상하게 하는 일이다. 그게 힘든 일이라는 걸 난 최근 1,2년 사이에야 알았다. 글도 안 써지고 걷지도 못하겠고 무기력에 빠지면 하루종일 생각에 빠지는데 그런 상태는 이러다 죽겠다 싶은 상태까지 나를 몰고 간다. 그러고보니 시인이란 위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강력한 잡념의 소용돌이에서 용케 살아남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2024.02.06 -
에우리피데스를 알게 되다 - 그리스 비극 걸작선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라고 한단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책에 실린 비극은 각 작가 당 2~3편 정도로 분량이 많진 않았다. 그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도 원본 글로는 처음 봤다. 줄거리로 따지면야 익히 아는 줄거리여서 그러려니 하고 봤다. 물론 인상적인 묘사와 감정표현들이 군데군데 있었고 무엇보다도 TV나 사진으로 봐왔던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어떤 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졌을지를 미루어짐작할 수도 있었다. 특히 에서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짜임새가 숨막히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게는 에우리피데스의 글 와 에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다른 작가와는 차별화된 느낌의 대사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당시로서는 주변인 일수밖에 없는 여인의 감정이 세세하..
2024.01.31 -
'탈북자'가 아닌 '사람' -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
3년 전 쯤, 자료 조사차 탈북자 유튜브를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주로 보던 프로그램은 배나 TV의 '탈탈탈'이라는 프로였다. 탈북자들이 나와 어렸을 때부터의 성장기와 탈북을 감행하게 된 사연,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도착하고 대한민국에서 겪은 좌충우돌 적응기를 한 사람당 2~3시간에 걸쳐 심층적으로 이야기하는 프로였다. 내용이 진솔하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서 심리적 치유를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어느 회차에선가 대한민국에서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했을 때, "감히 탈북자 따위가 나를 차?" 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는 젊은 여성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충격을 받은 기억도 있다. 아....그렇구나... 어디나 널려 있는게 또라이라지만 외국인 노..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