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자리 이야기/BABYLONIAN STAR LORE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개관 7. 동지까지의 별자리

다락방별지기 2025. 5. 21. 12:46

거룩한 별달력 주기가 겨울에 다가갑니다. 

태양은 계속 고도를 낮춰가고 밤이 점점 길어지죠. 

이 기간은 별달력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 망자의 영혼은 지하세계에서 벗어나 하늘의 북극 주변으로 이동하여 조상을 만나게 됩니다. 

즉, 이 시기의 별자리를 통해 저승세계가 지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북극 주변 별자리 사이에 위치한다는 의외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달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리내가 영혼이 움직이는 경로를 시각화한 것이며, 하늘에 자리잡은 무수한 별들이 영혼의 현현이라는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1 : 별달력의 여섯 번째 부분, 동지에 이르기까지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별자리가 담겨 있습니다.

 

미리내 바닥면에 파빌사그자리(Pabilsag)가 위치합니다. 

파빌사그자리는 궁수자리의 원형입니다. 

파빌사그는 '조상' 또는 '시조'를 의미합니다. 

 

별달력에서 파빌사그의 역할은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영혼을 하늘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로 봤을 때 파빌사그는 서구 민간전승에서 발견되는 사냥의 신과 여러 유사성을 갖습니다. 

 

같은 맥락의 상징이 독수리자리(the Eagle)에도 이어집니다. 

독수리자리는 두 개의 신화적 기능을 갖습니다. 

첫 번째는 독수리자리가 죽은 이를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독수리는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옮겼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동일한 역할을 하르피이아(Harpy)가 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두 번째는 특히 악한 이들의 영혼을 형벌을 위해 옮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악한 이들의 영혼이 조상의 왕국에 들지 못하게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오늘날 백조자리가 차지한 영역에 있던 별자리는 표범자리(the Panther)였습니다.

표범은 죽은 이들의 왕, 네르갈(Nergal)에게 봉헌된 거룩한 야수였습니다. 

표범자리가 미리내 상단 끝단에 위치한 이유는 하늘의 저승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삶의 순환 주기는 망자의 영혼이 하늘에 있는 조상의 영혼과 만나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영혼의 세상은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세상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순환주기의 종결 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시작점이 됩니다. 

 

오늘날 남쪽왕관자리가 차지한 영역에 위치해 있었던 화물선자리(the Cargo-boat)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상징하는 별자리 사이에 위치했었습니다.  

화물선은 양수에 싸여 있는 태아를 상징합니다.

여기서 '화물'은 태아의 성별을 의미하는 상징을 조합한 것입니다.  

 

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