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자리 이야기/BABYLONIAN STAR LORE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개관 8. 북쪽하늘 별자리

다락방별지기 2025. 5. 22. 13:01

천구의 북극 주변에 있는 별자리는 일년 내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원불멸'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습니다. 

이곳에 있는 별은 항상 지평선 위에 떠 있습니다. 

그래서 뜨지도 않고 지지도 않으며, 별달력이 갖는 일시적 구조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 있는 별자리가 갖는 '영원성'을 기반으로 선조들이 머무는 영원한 왕국을 표현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천구의 북극은 하늘의 회전 중심축이라는 사상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바빌로니아 점성술사들은 다양한 멍에와 마구를 이곳에 배치함으로써, 이곳이 하늘의 회전 중심축이라는 사상을 표현했습니다. 

멍에가 상징하는 것은 하늘의 운동에너지를 통제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멍에는 우주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서로 다른 다양한 세계의 층위를 하나로 묶어낸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림 1 : 별달력의 일곱 번째 부분은 천구의 북극 주변에 있는 별자리들입니다. 

 

천구의 북극을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은 단연코 마차자리(the Wagon)입니다. 

마차자리를 좀더 작은 크기로 복제하듯 그려낸 천상의 마차자리(the Wagon of Heaven)은 오늘날의 북극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별자리입니다. 

이 두 개 별자리가 오늘날 각각 큰곰자리작은곰자리의 원형입니다. 

 

마차와 관련된 설화는 이들 별자리가 삶과 죽음 전반을 지배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당대의 의학 기록에는 아무리 치명적인 상처가 있어도 마차자리의 허락 없이는 죽을 수 없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죠. 

따라서 이 두 개 마차는 시신을 장지까지 운반하는 상여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그 연장선으로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날라주는 별자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고대 유라시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틀어, 짐마차나 전투용 마차 등은 지역 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의 장례식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마차자리를 구성하는 북극점 주위 별들이 특별히 죽은 귀족들을 위해 할당된 별이라는 생각도 생겨났습니다. 

이곳이야말로 그들이 살아 있을 때처럼 죽은이의 세계에서도 중심에 해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별자리 기준으로 거문고자리의 북쪽 부분에 위치하던 암염소자리(the She-Goat)는 건강과 의술의 여신인 굴라(Gula)를 정중하게 표현한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여신은 자애로운 얼굴 뒤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흑마술의 여신이기도 하며, 그녀의 권능은 이승을 넘어 망자의 세계에까지 뻗어 있습니다.

 

암염소자리 바로 앞에는 굴라여신에게 봉헌된 거룩한 개가 앉아 있습니다. 

바로 앉아있는 개자리(the Sitting Dog)로서 오늘날의 헤르쿨레스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별자리입니다. 

설화에서 이 개는 죽음과 질병의 전조를 상징하며, 신화에서는 지하세계의 수호자로 곧잘 등장합니다.

이 개는 종종 시신을 먹어치우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소름끼치긴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죽음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차자리와 마찬가지로 굴라 여신 역시 인류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치권을 가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암염소자리와 마차자리는 치유주문이라는 측면에서 강력한 탄원의 성격을 띠고 있어, 치유자가 직접 만든 약을 통해 치유의 권능을 전달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천구의 북극 주변은 가장 지위가 높은 신들의 거처이기도 합니다. 

슈파자리(Šupa)는 농부의 신이자 고대 메소포타미아 만신전의 최고 신 엔릴(Enlil)을 상징하는 별자리입니다. 

슈파는 점성술 문서에 '이 땅의 운명을 결정짓는 엔릴'로 등장합니다. 

최고신으로서의 특징은 슈파가 쥐고 있는 '막대와 고리'라는 상징으로 구현됩니다. 

 

엔릴은 자신의 배우자인 닌릴(Ninlil)이 끄는 천상의 마차와 함께 북쪽 하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이 장악한 지역은 하늘과 땅을 엮고 있는 멍에자리(the Yoke)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림 1에서 슈파의 다리 뒤를 가로로 통과하는 것이 멍에자리입니다.)

 

오늘날의 용자리와 겹쳐 있는 쟁기자리(the Plough)는 이 고대의 우주론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쟁기자리의 상징은 농경문화 전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농경문화에서 사용하지 않는 쟁기는 곳간 서까래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유사성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곳간 서까래는 하늘에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상징합니다. 

또한 쟁기가 매달려 있는 그 '고정점'은 황도의 극점으로서 천구의 북극점은 바로 황도의 극점 주위를 2만 6천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단위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늑대자리(the Wolf)는 쟁기를 매달아 놓은 밧줄을 갉아 먹으려고 여기에 위치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늑대가 밧줄을 끊어내면 하늘과 땅이 파괴되어 이 세계는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쟁기자리가 갖는 또 한가지 중요한 속성은 이 쟁기가 땅을 갈아엎는 쟁기에서 더 기술적으로 발전한 씨까지 함께 뿌리는 쟁기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여성의 고랑, 즉 자궁에 사정한다는 성적 상징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쟁기는 몇몇 점성술 징조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남성성을 갖는 행성인 화성을 상징하는데도 사용됩니다. 

 

'사멸'과 '풍요'라는 이중적 이미지는 우뚝 선 신자리(the Standing God)로 알려진, 뱀의 다리를 가진 독특한 형상의 별자리로 이어집니다.  

이 별자리는 짝을 이루는 별자리인 앉아있는 신자리(the Sitting God)와 함께 신성한 언덕자리(the Sacred Mound)에 살던 엔릴의 선조를 상징합니다. 

여기서 '언덕'은 원래 지하세계로 이어진 입구를 덮은 흙더미입니다만 동시에 소떼와 곡물이 처음으로 탄생한 풍요로운 지구를 상징합니다. 

 

이처럼 천구의 북극 주변에는 '풍요와 재생', '죽음과 저승세계'라는 테마가 서로 얽힌 여러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상징은 '죽은 이들의 땅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승세계가 영혼이 들어가기도 하고 나오기도 하는 두 방향의 경로를 가진 세계라는 사상이 도출됩니다. 

그래서 영혼의 경로를 살펴보면 선조의 나라로 향하여 이들과 재회하는 영혼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탄생을 위해 이 세상으로 내려오는 영혼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상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저승이 망자의 땅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탄생이라는 측면에서 똑같이 중요성을 가지는 '선조들의 왕국'으로 재의미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조'라는 개념은 반드시 '후손' 또는 '자손'이라는 개념을 수반합니다. 

정의상 이 두 개념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개념에 '재탄생'과 관련된 단서는 일체 없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학에서 저승은 시종일관 '돌아올 수 없는 땅'으로 묘사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망자의 영혼이 선조들의 영혼과 함께 하나의 '집합체'로 통합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합체를 '영혼의 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말하는 '영혼' 개념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고대의 여러 민족처럼 메소포타미아 사람들 역시 인간을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세 가지 요소로 명확하게 구분하여 인식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나피쉬투(napištu)입니다. 

이 단어는 '생기' 또는 '숨'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람을 물리적 존재로 가능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두 번째는 에템무(etemmu)입니다. 

'귀신'을 뜻하는 이 단어는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살아 있는 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요소로 두려움의 대상으로 다뤄졌습니다. 

제사와 헌주는 바로 이 에템무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행해지는 것이며, 무당이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지하세계에서 소환하는 존재도 바로 이 에템무입니다. 

 

마지막 요소는 지쿠쿠(ziququ)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영혼'입니다. 

지쿠쿠는 종종 새의 형상으로 등장하며, 잠결에 몸을 벗어나 경계적 존재가 될 수도 있는 요소입니다.

또한 지쿠쿠는 에템무와 달리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게 되면 에템무와 지쿠쿠는 모두 지하세계로 내려갑니다. 

여러 자료를 기반으로 판단해 보자면, 이 중에서 지쿠쿠만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유일한 객체가 됩니다. 

 

그러나 개인의 영혼과 선조의 영혼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연관성에 대해서는 대단히 다양한 믿음이 존재합니다. 

몇몇 문화권에서 조상의 영혼은 후손의 재물과 행운을 지켜주는 수호신에 불과한 존재로 간주됩니다. 

 

반면 조상의 영혼과 훨씬 더 친밀한 관계를 갖는 문화권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조상의 영혼이 불멸의 존재이며 직계 후손으로 다시 탄생한다고 믿을 뿐 아니라, 이따금 여러 조상의 영혼이 뒤섞여 한 개인의 영혼이 된다고 믿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호관계를 간결하게 표현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신화적 이미자가 바로 '생명의 나무'일 것입니다. 

생명의 나무는 무성하게 뻗어오른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고, 뿌리에는 뱀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죠. 

여기서 새는 자연스럽게 개인의 영혼을 상징합니다. 

즉, 생명의 나무는 뱀으로 상징화된 '뿌리'와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와 여러 갈래로 뻗은 후손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승과 저승을 관통하는 영혼의 흐름은 두 개의 지점인 하지 및 동지와 연관된 상징에 아주 구체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 사상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곳이 고대 로마 작가 마크로비우스(Macrobius)의 기록입니다. 

마크로비우스는 염소자리에 위치한 '신의 문'이 저승으로 향하는 영혼이 통과하는 통로가 되며, 게자리에 위치한 '인간의 문'은 재탄생을 위해 이승으로 내려오는 영혼의 통로가 된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영혼이 내려와 육체를 얻는 과정에 여러 행성으로부터 다양한 속성을 기능을 부여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토성은 지식과 이성을 주고, 달은 육체를 빚을 수 있는 능력을 주죠. 

 

반대로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하늘에 오르면 태어날 때 부여받은 속성을 행성에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영혼은 속세의 모든 요소를 깨끗이 씻어내고 신과 같은 순수한 상태로 별 사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기반으로 판단해 보건대, 살아 있을 때 얻은 특징을 모두 벗어낸 영혼은 모든 자질이나 한계를 뛰어넘어 빛 자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오르페우스(Orpheus) 신화에도 등장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인간이 땅의 자식이지만 인간 종족은 별이 빛나는 하늘에서 왔다고 정의하였습니다. 

 

바빌로니아의 원전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비로소 별지도 상에 기본적으로 동일한 패턴의 천상의 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미 살펴본 파빌사그자리, 독수리자리, 표범자리와 같은 겨울 별자리는 사후 세계로 향하는 죽은 이의 영혼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탄생을 위해 이승으로 향하는 영혼은 늦여름의 별자리인 닌마흐자리(the Ninmah)와 에리두자리(the Star of Eridu)로 나타납니다. 

두 명의 여신을 상징하는 이 두 별자리는 여성성의 두 가지 측면인 '임신한 여성'과 '어머니'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 늦여름과 초가을에 태양이 지나는 별자리
오른쪽 하단에 닌마흐자리와 에리두자리가 있습니다. 
이 위치는 오늘날 별자리 기준으로 용골자리고물자리에 해당합니다. 

 

물-아핀(Mul-Apin)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이 두 별자리가 태양과 함께 떠오른 때는 여섯 번째 달(오늘날의 8, 9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이 두 개 별자리가 만들어지던 기원전 3천년 기 후반에는 다섯 번째 달(오늘날의 7, 8월)이었을 것입니다. 

 

이 두 개 별자리가 다섯 번째 달의 별자리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이때 위대한 화로축제(the Brazier Festival)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때 조상의 영혼이 살아 있는 후손의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지상을 방문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놓고 볼 때, 에리두의 형상이 가진 중요한 의미를 볼 수 있습니다. 

물이 넘쳐 흐르는 그녀의 물병은 반복되는 홍수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수태를 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으로서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바빌로니아 전승에서 강은 씨앗, 정액, 자손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관성은 에리두자리가 콩팥을 의미하는 칼리투(kalitu)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는 사실에 의해 좀더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칼리투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기는 '비르'라고 읽히는 쐐기문자입니다. 

이 표기는 '고환'을 표기하는데도 사용되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가랑이에 있는 콩팥'이 됩니다. 

 

임신한 여성으로서의 에리두자리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들고 있는 전형적인 어머니의 형상을 가진 '닌마흐자리'로 연결됩니다. 

저는 닌마흐자리가 위대한 화로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이승으로 내려온 조상의 영혼이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살아 있는 여성의 자궁 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의 관점에서 보면 에리두자리 및 닌마흐자리까지 이어지는 미리내는 저승으로부터 이승으로 이어지는 영혼의 경로를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탄생 과정인 이 비밀스러운 과정의 한 단면이 고대 시리아 인장에 등장합니다. 

그림 3 : 고대 시리아 인장에 새겨진 임신과정(기원전 16세기~14세기 사이)

 

이 그림의 상단 오른쪽으로 화로 주위에 모여 축제를 즐기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중앙에 있습니다.

날개달린 여신이 천상에 왕국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의 영혼을 들고 내려오는 모습이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즉 아이의 영혼이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인간 부부에게 '배달'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상은 플라톤이 <폴리테이아(πολιτεία, 국가)> 10권에서 발전시킨 사상의 바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비슷한 사상이 '재탄생 원칙'이라는 용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의 대화록에 등장하는 에르 신화에는 전쟁에서 죽었던 것으로 여겨지던 아르메니우스의 아들 에르(Er)가 어떻게 12일만에 망자의 세계에서 되돌아왔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에르는 자기 장례식에 몰려든 구경꾼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자신의 신비한 경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는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이 받는 심판과 그들이 천 년 동안 어떻게 하늘의 길과 지옥의 길로 보내졌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또한 교활한 독재자들이 받은 징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그들은 모두 구원의 희망이 사라진 타르타로스의 가장 어두운 지역에 내던져졌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죽은 자의 영혼이 천 년간의 보상이나 처벌을 거친 후 마침내 하늘과 땅의 축인 빛줄기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도 이야기했습니다. 

빛줄기에 도달한 영혼은 좋든 나쁘든, 인간이든 짐승이든, 모두 대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운명과 삶을 할당 받았다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별자리를 만든 이들은 육체가 죽은 이후에도 영혼은 남아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은 이들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즉, 이들에게 인간 삶 전체란, 탄생하기 전에 이미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조상의 세계에 살고 있었으며, 물질적이고 순간적인 이 세상에서 짧은 삶을 거친 후 다시 영원한 영혼의 세계로 돌아가는 하나의 주기인 것입니다.  

따라서 공정하게 말하자면, 별자리 지도는 '인류'보다는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연속체'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게 맞을 것입니다. 

새로운 삶을 위해 탄생하고, 죽은 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사상은 물질적 형상이라는 덧없는 신기루를 넘어서는 인류 본질에 대한 진정한 고백입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며, 일시적이고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 뻗어 있는 훨씬 더 거대한 집합체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사상이 바로 별자리가 품고 있는 핵심 사상인 것입니다. 

 

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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