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별자리 이야기/BABYLONIAN STAR LORE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개관 4. 하지 별자리

다락방별지기 2025. 5. 17. 11:12

여름에 태양과 함께 떠오르는 별자리 역시 명확한 상징을 가진 별자리들입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여름은 뜨겁고 메마른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죽음의 시기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땅은 가뭄과 전염병이 가득한 불모의 환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갖가지 생명을 보듬어주던 비가 그쳐 강의 수위도 낮아지고 보리 추수가 끝난 들판의 초목은 작렬하는 태양빛에 모두 말라죽어버렸습니다. 

태양의 힘이 최고치에 다다르는 이때에 역설적으로 두무지는 죽음을 예감합니다. 

하지에 이르러 그의 예감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엄숙한 장례가 진행됩니다.

하지가 막 지나는 때에 메소포타미아 전통에서는 네 번째 달이 시작되고, 동시에 애도가 이어집니다. 

이제 두무지는 죽음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지고 암흑의 나라로 향합니다. 

늦여름에 접어드는 다섯 번째 달이 되면 망자를 위한 제사가 봉헌됩니다. 

이 시기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는 가장 얇아지고 '위대한 화로 축제(the great Brazier festival)'가 열립니다. 

이 축제는 조상의 영혼을 기리는 축제입니다. 

망자의 영혼은 이 시기에 살아 있는 후손의 집을 방문하여 성찬을 받았습니다. 

이 축제에는 횃불과 화로에 불을 피워 올리는 예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지하세계에서 돌아온 조상의 영혼을 안내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하지 전후에 태양이 자리잡는 별자리는 전쟁과 죽음, 망자의 세계에서 살아 있는 이들 세계로의 여정이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상징을 갖습니다.  

그림 1 : 하지 전후로 태양이 위치하는 별자리

 

오늘날의 바다뱀자리에 대응되는 뱀자리(the Serpent)는 '죽음'과 '저승'의 의미를 가진 원초적 상징입니다. 

이 별자리는 저승으로 향하는 입구를 지키는 별자리입니다. 

두무지의 저승 여행이 이 입구를 통해 시작되며, 위대한 화로 축제에 이승을 향하는 망자의 영혼 역시 이 통로를 이용합니다. 

 

바빌로니아 전통에서 뱀자리는 저승의 신 닌기쉬지다(Ningišzida)에게 바쳐진 거룩한 별자리였습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상상한 죽음의 모습은 뱀의 얼굴로 여겨졌습니다.  

뱀자리가 품고 있는 악한 본성은 기근과 역병의 형태로 점성술 주문에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뱀자리가 담당하는 두 번째 역할은 가뭄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명백하게 이 역할을 증거하는 표현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바다뱀자리는 문자 그대로 '바다의 뱀'입니다.  

그리고 이 바다뱀은 지하세계의 물을 가두고 있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바다뱀은 샘을 마르게 하고 강의 수위가 낮아지게 만드는 원흉입니다. 

 

오늘날의 게자리와 동일한 메소포타미아의 게자리(the Crab)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전통에서 지하세계로 향하는 입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전승과 상당히 비슷하게도 몇몇 주술문서에는 저승의 유령을 불러오는 예식과, 죽은 자에게 제물을 바치는 예식에서 게자리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게자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게자리가 가진 초자연적 특성과 강물과의 강력한 연관성이 뱀자리로부터 유래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저승이라는 주제는 위대한 쌍둥이자리(the Great Twins)작은 쌍둥이자리(the Little Twins)로 이어집니다. 

오늘날의 별자리 기준으로 각각 쌍둥이자리작은개자리를 차지하는 이 두 개 별자리는 완전무장한 전사들로 묘사됩니다. 

 

특히 위대한 쌍둥이자리를 구성하는 두 인물은 모두 저승의 왕 네르갈(Nergal)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쌍둥이 중 하나는 죽은 이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별달력에서 위대한 쌍둥이자리가 갖는 상징적 기능은 저승으로 향하는 여름의 입구를 지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저승으로 향하는 입구는 뱀자리와 게자리가 차지하는 영역에 위치하고 있죠. 

 

이처럼 이질적인 두 세계를 오고간다는 주제는 아누의 신실한 목자자리(the True Shepherd of Anu)와 이 목자에 동반된 수탉자리(the Rooster)로 이어집니다.

오늘날의 오리온자리토끼자리를 차지하는 이 두 개 별자리는 모두 신의 전령이라는 거룩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들이 수여받은 신성한 임무는 신의 메시지를 모든 왕국에 전파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세계를 여행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이 전한 메시지 중에는 두무지를 비롯해서, 지하세계로 향하는 여러 죽은 신의 운명에 대한 신의 결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신실한 목자 역시 '철퇴에 맞아 쓰러진 자'입니다. 즉, 그 자신이 망자의 세계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을 걷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하지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새의 형상으로 상징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는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일 뿐만 아니라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별자리 기준으로 큰개자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던 화살자리(the Arrow)를 설명할 때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잡은 새는 일 년 중 하늘에서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오른 태양의 새를 상징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입니다. 

 

오늘날 사자자리의 모체가 된 메소포타미아의 사자자리(the Lion)는 서로 연관된 다양한 상징을 품고 있는 별자리입니다. 

백수의 왕으로서 사자는 자연스럽게 왕을 의미합니다.

또한 포악한 사냥꾼으로서의 사자는 전쟁과 죽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사자에 대한 점성술적 주문은 대부분 예측불가능한 전쟁 및 기근과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또한 계절적 상징으로서 사자자리는 여름의 열기를 상징합니다.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사자의 갈기는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빛을 자연스럽게 상징합니다.

 

전쟁의 여신은 여름 별자리 사이에 활자리(the Bow)의 형태로 등장합니다. 

오늘날 큰개자리의 일부로서 화살자리와 함께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는 활자리는 전쟁이 한창 진행되는 시즌으로서의 여름을 특징짓는 별자리입니다. 

즉, 봄에 시작된 전쟁은 대개 여름에 이르러 그 결과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전쟁의 여신은 그녀가 선호하는 왕국에 영광과 승리를 안겨줍니다. 

그 왕국에 선정될 자격이 있는 왕가의 후보는 하늘에 왕의 별로서 상징화되어 있는데 사자의 가슴에서 빛을 뿜어내는 오늘날의 레굴루스가 바로 그 별입니다. 

 

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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