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73. 큰개자리(CANIS MAJOR)

소유격 표기 : Canis Majoris
약어 표기 : CMa
별자리 크기 순위 : 43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Κύων(퀴온)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큰개자리, 큰개, 대견좌(大犬座), 대견

 

그림 1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큰개자리

별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는 모두 네 마리입니다. 
큰개자리(CANIS MAJOR)와 작은개자리(CANIS MINOR)에 각 한 마리씩이 있고, 사냥개자리(CANES VENATICI)에 두 마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를 상징하는 대표 별자리라면 단연 큰개자리일 것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사용한 단어 퀴온(Κύων)은 '개'를 의미하는 보통명사입니다. 

큰개자리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별이 바로 시리우스(Sirius)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늑대별'이라는 단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낭성(狼星) 또는 천랑성(天狼星)이라 불리고,  서양에서는 '개별'을 의미하는 'the Dog Star'라고도 불립니다. 
시리우스는 온 밤하늘을 통털어 가장 밝은 별입니다. 
큰개자리라는 별자리 자체가 바로 이 별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는 큰개자리를 오리온의 개로 보아, 오리온 뒤에서 뒷발로 서 있으면서 입에는 시리우스를 물고 있는 개로 묘사했습니다. 
1세기 로마의 작가 마닐리우스(Marcus Manilius)는 큰개자리의 주인공을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얼굴을 가진 개'로 묘사했고,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Germanicus Caesar, BC 15년~AD 19년)는 '주둥이에서 불꽃을 내뿜는 개'로 묘사했습니다. 

 

그림 2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큰개자리

큰개자리는 오리온자리(ORION) 아래에 있는 토끼자리(LEPUS)를 쫓아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큰개자리 북쪽으로는 마치 다른 사냥감을 찾는 듯한 작은개자리가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와 히기누스(Hyginus) 같은 신화작가는 이 별자리의 주인공으로 라이라프스(Laelaps)를 꼽았습니다.  라이라프스(Laelaps)는 너무나 빨라서 그 어떤 사냥감도 놓치지 않는다는 전설의 개입니다. 

이 개의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 주인 중 하나가 아테네의 왕 에레크테우스의 딸이자 케팔로스(Cephalus)의 아내인 프로크리스(Procris)입니다. 
그녀가 어떻게 라이라프스를 얻게 되었는지는 신화마다 다른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준 것이라고 합니다. 
좀더 많이 회자되는 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에우로파에게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에우로파는 라이라프스를 그녀의 아들이자 크레테의 왕인 미노스에게 주었고 미노스가 프로크리스에게 준 것으로 나오죠. 

이 개는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 창과 함께 프로크리스에게 선사되었는데 나중에 이 창은 불행을 만들어냅니다. 
케팔루스가 이 창으로 사냥을 하던 중, 실수로 아내 프로크리스를 죽이기 때문입니다. 

라이라프스를 물려받은 케팔루스는 이 개를 데리고 테베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테베는 이집트의 도시가 아니라 아테네 북쪽, 보이오티아 지방에 있는 마을입니다.
당시 테베는 성질고약한 여우 때문에 나라 곳곳이 황폐화되어 있었습니다. 
이 여우는 너무나 빨라서 그 어떤 것에도 잡히지 않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라이라프스는 어떤 것이든 놓치지 않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죠. 

이 둘이 맞붙어,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개 라이라프스가 절대 잡히지 않는 여우를 쫓아갈 때 둘의 속도는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고 합니다. 
어느 순간 라이라프스가 여우를 잡아채는 것처럼 보였지만 간만의 차이로 여우가 앞서 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 무엇도 놓치지 않는 개와 그 무엇에게도 잡히지 않는 여우의 역설은 풀릴 수가 없는 역설입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둘 모두를 돌로 만들어 개는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반면 여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시리우스, 찬란하게 빛나는 늑대별

시리우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불타는 듯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 Σείριος(세이리오스)에서 왔습니다. 
너무나 찬란하게 빛나는 이 별에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시리우스라는 이름은 헤시오도스(Hesiod) 시대(기원전 700년 경)부터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이 별에 시리우스가 아닌 별자리와 같은 이름인 Κύων(퀴온)을 붙였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을 개의 주둥이 안에 있는 별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림 3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큰개자리

 

하지만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는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서 시리우스의 위치를 주둥이 속이 아닌 코 끝으로 옮겨 그렸습니다.(그림 5)  
바이어가 지정한 위치는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가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에서 그대로 승계했습니다.(그림 4)  
하지만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나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1646~1719)는 과거의 전통을 그대로 살려 시리우스를 주둥이 끝이나 주둥이 속에 그렸습니다.(그림 1, 2 참고)  

보데는 시리우스에 시리우스의 별칭인 카니쿨라(Canicula)라는 이름도 달았습니다. 
이 이름은 때때로 큰개자리 전체를 일컫는 명칭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림 4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18장에 그려진 큰개자리 시리우스(Sirius)라는 이름 뒤에 카니쿨라(Canicula)라는 별칭이 연달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데는 특이하게도 큰개의 엉덩이 뒤에 수수께끼의 바다생명체를 그려넣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시리우스가 태양이 떠오르기 전 여명에 솟아 오르면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날은 '개의 날(the Dog Days)'로 알려졌습니다. 

마닐리우스는 '큰개가 불을 내뿜으면 태양의 열기는 두 배가 된다'고 기록함으로써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널리 퍼진 이 별이 열기를 더한다는 관념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관념을 표현한 시인은 많습니다. 

고대 그리스 작가인 헤시오도스는 '머리와 사지가 시리우스 때문에 녹초가 되어 바짝 말라버렸다.'라는 표현을 썼고,  로마의 전원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는 '작열하는 개의 별이 들판을 바짝 말려버린다.'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는 이 별이 태양과 함께 떠오르면 건강한 작물을 튼튼하게 만들지만 시들어버린 잎이나 약한 뿌리를 가진 작물은 모두 죽여버린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게르마니쿠스는 '농부에겐 이 별보다 좋은 별도 없고, 이 별보다 싫은 별도 없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마닐리우스는 '시리우스의 거처가 태양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음을 감안하면 시리우스는 결코 태양보다 열등하지 않다.'면서 시리우스야말로 광활하게 떨어져 있는 거리를 제외하고는 태양과 같은 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별에 대한 현대적 해설과 똑같이 들립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과는 모순되게도, 푸른 빛의 시리우스에서 쏟아져나오는 빛은 차가울 것이라고도 썼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시리우스에서 붉은 빛이 난다고 썼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모든 측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죠. 
사실 시리우스의 색깔에 대해서는 마닐리우스의 말이 맞습니다. 
시리우스는 청백색 별이며 태양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밝은 별입니다. 

시리우스까지의 거리는 8.6광년으로 태양에서 제법 가까운 별입니다. 
시리우스는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백색왜성을 짝꿍별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짝꿍별은 50년 주기로 시리우스 주위를 공전합니다. 

14세기 유럽에서 시리우스는 알하보르(Alhabor) 또는 알라보르(Alabor)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가로지르는 이'를 의미하는 al-’abūr(알 아부르)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당대 아스톨로라베(Astrolabe)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시리우스와 프로키온(Procyon)을 자매로, 그리고 수헤일(Suhail)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카노우푸스(Canopus)를 이 두 자매의 오라비로 보는 아라비아의 민간 전승과 관련 있습니다. 

 

시리우스는 오라비를 만나기 위해 미리내를 가로질러 갑니다. 
그러다보니 누이동생인 프로키온을 뒤에 떨어뜨리죠. 
프로키온은 눈물을 터뜨리고 그래서 프로키온이 나머지 두 별보다 흐리게 빛난다는 것입니다. 

중세 잉글랜드의 작가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는 1391년 경 아스틀로라베에 대해 쓴 자신의 기념비적인 논문에서 시리우스 대신 알하보르(Alhabor)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초서가 시리우스 대신 알하보르라는 명칭을 쓴 것은 개 머리가 시리우스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는 영국에서 제작된 아스트롤라베에 대한 초서 자신의 설명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대 천문학자들은 알하보르보다는 '시리우스'라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이름을 더 선호했고 결국 이 이름이 큰개자리 알파별의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림 5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큰개자리

큰개자리의 또다른 별

시리우스 앞에 서서 하늘을 가로질러가는 큰개자리 베타(β)별은 미르잠(Mirzam)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 al-mirzam(알 미르잠)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리차드 힌클레이 알렌(R. H. Allen)의 고전 <별 이름, 그 전승과 의미(Star Names, Their Lore and Meaning)>에 따르면 al-mirzam(알 미르잠)은 '보고자'를 의미합니다. 반면 아라비아 천문전승 전문가인 애리조나주립대학 다니엘 애덤스(Danielle Adams)는 이를 '앞서 가며 (무언가를)가져오는 이'로 해석합니다. 

중세 아라비아의 천문학자인 알 수피(al-Ṣūfī)는 미르잠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밝은 별을 뒤에 거느리고서 앞서 가는 별을 이르는 단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미르잠이라는 이름은 작은개자리 알파별 프로키온 앞에 있는 베타별에도 적용할 수 있고, 오리온자리 알파별 베텔게우스(Betelgeuse) 앞에 있는 감마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이름은 큰개자리 베타별만 한정적으로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큰개자리에 총 11개의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ἰ)를 두었습니다. 
이중 아홉 개 별은 나중에 페트로스 프란키우스(Petrus Plancius, 1552~1622)가 비둘기자리(COLUMBA)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나머지 두 개 중 하나는 외뿔소자리(MONOCEROS)에 편입되어 외뿔소자리 22별이 되며 딱 한 개 별만이 여전히 큰개자리에 남아 큰개자리 람다(λ)별로 등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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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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