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4. 14:21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이전글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5. 피콜로미니 별지도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하늘을 관측하는 능력이 정밀해지고 정확성도 높아짐에 따라 별지도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처음 등장한 대작 별지도는 1603년 천문학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에 의해 출판되었습니다. 바이어는 독일 아우구스부르그의 변호사였습니다.
우라노메트리아는 프톨레마이오스 48개 별자리를 하나하나 한장의 그림으로 담아낸 별지도입니다.
이 별지도에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남긴 별좌표와 우라노메트리아가 작성되기 얼마전 티코 브라헤가 발표한 별목록이 담겼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별목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반구의 하늘도 한장을 할당하여 담아냈는데 여기에는 네덜란드 항해가인 피터 디르크스준 케이저(Pieter Dirkszoon Keyser)가 관측한 별목록을 기반으로 만든 12개 별자리가 담겼습니다
여기에 북반구와 남반구를 담은 별지도를 추가하여 총 51페이지의 별지도가 만들어졌죠.
우라노메트리아에 담긴 별 수는 알마개스트보다 700개가 많은 1,700개입니다.
우라노메트리아에 실린 별자리 그림은 독일 예술가이자 바이어와 같이 아우구스부르그에 살고 있었던 알렉산더 마이어(Alexander Mair, 1559~1620)가 정교하게 조각해 낸 것입니다.
이로서 우라노메트리아는 예술의 경지까지 오른 별지도가 되었죠.
|
요한 바이어가 1603년 펴낸 기념비적인 별지도인 우라노메트리아에는 48개 프톨레마이오스자리가 하나하나 구분되어 담겼습니다. 이 그림은 헤르쿨레스자리를 그린 것으로 헤르쿨레스가 헤스페리데스(Hesperides)의 황금사과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에 점묘법으로 그려진 띠는 미리내입니다.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는 방대한 내용과 예술성, 그리스 문자로 구분한 별목록으로 대단히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
바이어 명명법 (Bayer letters)
우라노메트리아의 인기는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1624년에서 1689년 사이에 무려 여덟 번이나 재판이 발행되었죠.
프톨레마이오스자리에 별의 위치와 밝기를 추가하기 위해 바이어가 사용한 주요 자료는 777개 별을 담은 1602년의 티코 브라헤 별목록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바이어는 자신이 직접 관측한 별목록과 알마게스트의 별목록을 보강했죠.
우라노메트리아 초판은 앞장에는 별자리가, 뒷장에는 해당 별자리의 별목록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목록에 가장 밝은 별을 식별하기 위해 그 유명한 그리스 알파벳과 라틴어 알파벳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알파벳 표기를 오늘날 바이어명명법(Bayer letters)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각 별에 알파벳을 할당하는 아이디어를 바이어가 처음 한 것은 아닙니다.
이 작업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알레산드로 피콜로미니(Alessandro Piccolomini, 1508~1579)가 1540년 발행한 자신의 책 <드 레 스텔레 피세(De le stelle fisse, 붙박인 별에 대하여)>에서 처음 소개했죠.
다만 피콜로미니가 사용한 알파벳은 그리스 알파멧이 아닌 라틴어 알파벳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어의 업적이 워낙 뛰어나고 별지도의 수준도 훨씬 높다보니 별에 알파벳을 할당하는 체계는 바이어명명법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전하게 되었습니다.
바이어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 외의 다른 별자리에는 알파벳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 작업은 후대 천문학자들에 의해 진행됐죠.
1845년, 프랜시스 베일리(Francis Baily)는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British Association Catalogue)>에서 북반구 별자리에 바이어명명법을 사용하였으며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는 1763년 자신의 별지도인 <남쪽 하늘의 별목록(Coelum Australe Stelliferum)>에서, 그리고 벤자민 굴드는 1877년 <아르헨티나의 천체도(Uranometria Argentina)>에서 바이어 명명법을 사용하여 남반구의 별을 분류하였습니다.
순서 상의 문제점
바이어명명법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밝기 순서를 엄격하게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당시 밝기 측정기술로는 별의 밝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었죠.
바이어가 실제 하고자 했던 일은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별을 등급별로 묶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등급별로 분류한 후 바이어 자신이 보기에 적합한 알파벳을 각각의 별에 할당했죠.
따라서 별자리마다 알파벳을 할당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습니다.
바이어명명법에 의해 오리온자리에 새겨진 알파벳 |
이 그림은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에 등장하는 오리온자리 일부입니다. 오리온의 머리와 어깨에 있는 별에 그리스 알파벳이 기록되어 있는데 알파(α)가 할당된 별이 베텔게우스입니다. 하지만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리겔로서 베타(β)가 할당되었죠. 오리온의 오른쪽 어깨에 감마(γ)가 할당된 별은 벨라트릭스입니다. |
예를 들어 큰곰자리에서 북두칠성을 구성하는 일곱 개 별에는 적경 순서에 따라 알파벳을 부여했습니다.
쌍둥이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세 개는 북에서 남으로 적위 순서대로 알파벳을 할당했죠.
반면 백조자리에서는 별자리의 전반적인 형태를 따라 알파벳을 할당했습니다.
또다른 별자리에서, 특히 희미한 별에는 알파벳을 할당하는데 특별한 기준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자의적으로 알파벳을 할당한 결과 바이어 별목록에서 알파별이 가장 밝은 별이 아닌 별자리는 게자리, 고래자리, 궁수자리, 까마귀자리, 돌고래자리, 물고기자리, 삼각형자리, 쌍둥이자리, 염소자리, 오리온자리, 용자리, 천칭자리, 컵자리, 페가수스자리, 헤르쿨레스자리, 화살자리 등 총 16개에 달합니다.
비교적 규모가 큰 별자리인 경우에는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24개 알파벳이 모두 소진되어 라틴어 알파벳을 추가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라틴어 알파벳은 대문자 A에 이어 소문자 b, c, d...가 오는 순서였습니다.
헤르쿨레스자리는 이러한 표기에서 알파벳 표기가 소문자 z까지 다다른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소문자 j와 v는 빠져 있습니다. 다만 o는 포함되어 있죠.)
바이어 별목록에 모든 별이 다 기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희미한 별은 여전히 분류되지 못하고 남아 있습니다.
중복된 별
바이어 목록에서 그리스 알파벳이나 라틴어 알파벳을 할당받은 별은 총 1,164개입니다.
그 중 다섯 개 별에 알파벳이 중복 할당되었습니다.
다섯 개 중 세 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두 개 이상의 별자리가 공유한 별로 지정한 것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안드로메다자리 알파(α)별을 동시에 페가수스자리의 별이라고도 했죠.
따라서 바이어는 이 별을 페가수스자리 델타(δ)별로도 기록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황소자리 베타(β)별은 동시에 마차부자리 감마(γ)별이며 목동자리 뉴(ν)별은 동시에 헤르쿨레스자리 프시(ψ)별입니다.
이러한 중복 할당은 1930년 국제천문연맹의 별자리 경계가 발표될 때까지 300년 이상 유지되었습니다.
따라서 알파벳이 중복 할당된 별은 오늘날 안드로메다자리 알파(α)별, 황소자리 베타(β)별, 목동자리 뉴(ν)별이며 더 이상 페가수스자리 델타별, 마차부자리 감마별, 헤르쿨레스자리 프시별이 아닙니다.
이 세 개 별에 더하여 미국의 역사학자 모튼 웨그먼(Morton Wagman)은 자신의 책 <잃어버린 별(Lost Stars)>에서 바이어가 실수로 양자리 크시(ξ)별과 고래자리 프시(ψ)별, 고래자리 카파(κ)별과 황소자리 g별에 알파벳을 중복할당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오늘날 이 별은 더 이상 고래자리 프시별이나 황소자리 g별이 아닙니다.
혼란스러운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나의 별 이상에 적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염소자리 알파(α)별은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이중별인데 두 개 별 모두에 알파(α)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바이어는 이 별이 확실히 이중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바이어가 이 별을 '이중의 별(duplex)'이라고 묘사한 것이 그 근거죠.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와 같은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리온자리에서 파이(π)로 분류된 별은 사자가죽, 방패, 오리온의 왼쪽 팔 등등으로 묘사되는 6개 별 모두에 적용됩니다.
후대 천문학자들은 바이어 명명법에 π1, π2, π3...라는 식으로 첨자를 더해서 개개의 별을 구분했습니다.
잃어버린 별
바이어는 자신의 별목록에서 각 별에 알파벳을 할당했을 뿐 아니라 목록 좌측 컬럼에 숫자도 할당했습니다.
이러한 식별 번호는 바이어가 작성한 예비 작업 목록에서 온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예비 목록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별이 100 개 이상 인쇄 목록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인쇄 목록에 별이 빠졌다는 점은 중간중간 이가 빠진 번호를 통해 알 수 있죠.
이처럼 빠진 별은 바이어가 해당 별의 위치 측정치에 만족하지 않아 제외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별 목록상에 문제점을 하나 만들어냈죠.
각 페이지의 오른쪽에는 밝기 등급별로 기록한 별의 총 수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실제 인쇄까지 간 수정 목록이 아닌 예비 목록의 별 숫자입니다.
아래 번호는 각 별자리마다 인쇄된 목록에 빠진 별입니다.
백조자리 : 15, 18, 27, 28, 33 (5개)
마차부자리 : 23~31번 (9개)
뱀자리 : 19~25, 32 (8개)
황소자리 : 30, 31, 34 (3개)
게자리 : 17, 19, 20, 23, 25, 30, 34 (7개)
사자자리 : 39, 40, 41, 42 (4개)
처녀자리 : 32, 36 (2개)
전갈자리 : 11, 16 (2개)
염소자리 : 27, 28 (2개)
물병자리 : 29, 30, 31, 34, 36, 37, 39, 40 (8개)
물고기자리 : 29, 30 (2개)
고래자리 : 5, 17, 18, 19 (4개)
오리온자리 : 9, 11, 14, 17, 20~24, 41 (10개)
에리다누스강자리 : 8, 18~25, 27~32 (15개)
큰개자리 : 6, 7, 10, 12 (4개)
작은개자리 : 4 (1개)
아르고자리 : 15, 18, 20, 22, 23, 27, 28, 29, 42, 43, 48, 50~55, 58~61 (21개)
바다뱀자리 : 8, 14, 28 (3개)
총 : 110개
엑스플리카티오(The Explicatio) - 심각한 결함을 가진 별목록
우라노메트리아는 각 장의 뒷면에 별목록이 인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쇄방식은 두 가지 문제점을 만들었죠.
우선 별지도를 보면서는 별목록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래 그림 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각 별에 할당한 알파벳이 별지도에 베어 나타나면서 별지도 자체를 망가뜨리기도 했습니다.
|
뒷면의 별목록이 베어나온 우라노메트리아의 안드로메다자리 |
이러한 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별목록을 따로 인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작게 만든 별목록이 <청동활자로 찍은 우라노메트리아 해설서(Explicatio characterum aeneis Uranometrias, 간단하게 '엑스플리카티오'라 부름)>이라는 제목을 달고 바이어가 사망하기 바로 1년 전인 1624년에 발행되었습니다.
이 별지도는 1640년과 1654년, 1697년과 1723년에 재판이 발행됐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엑스플리카티오는 시작부터 인쇄상 오류로 문제가 있는 목록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새로운 판이 찍힐 때마다 계속 누적됐죠.
아래 그림은 이 문제의 예가 담긴 카시오페이아자리입니다.
왼쪽에 있는 목록은 우라노메트리아 오리지널 목록입니다.
오른쪽은 1697년판 엑스플리카티오 목록입니다.
왼쪽 목록 가장 우측에 있는 중괄호는 동일한 밝기 등급의 별을 묶을 의도로 넣은 것입니다.
이 중괄호가 오른쪽 엑스플리카티오에는 반대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괄호가 완전히 그려지지 않았거나 인쇄 자체가 엉뚱하게 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여러 번 나타나죠.
인쇄공이 이 중괄호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단순한 부주의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각 별에 기입한 번호와 알파벳입니다.
목록에서 람다별과 뮤별, 뉴별의 왼쪽에 있는 번호를 비교해 보세요. (음영처리한 부분)
우라노메트리아에서 이 번호는 각각 14번, 8번, 15번이 할당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697년 엑스플리카티오까지 이 번호는 4번, 58번, 11번으로 뒤죽박죽인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각 별에 매긴 번호에는 다른 페이지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혼동을 불러일으킬수밖에 없었죠.
알파벳의 경우 엑스플리카티오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697년 판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죠.
우선 용자리와 물병자리에는 알파벳이 모두 빠져 있습니다.
헤르쿨레스자리에서는 대문자 A로 적혀있어야 할 글자가 소문자로 적혀 있습니다.
또한 오리온자리의 소문자 n은 위아래가 뒤집혀 있죠.
엑스플리카티오는 이러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채로 출판되어 결함이 많은 별지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음글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7. 소비에스키의 창공(Firmamentum Sobiescianum)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2. 별자리 이야기 > STAR TA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8. 플램스티드의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0) | 2024.10.07 |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7. 소비에스키의 창공(Firmamentum Sobiescianum) (0) | 2024.10.05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5. 피콜로미니 별지도 (0) | 2024.10.03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4. 뒤러 별지도 (0) | 2024.10.02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3. 중세 유럽의 별자리 삽화 (2) | 2024.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