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4. 뒤러 별지도

2024. 10. 2. 12:46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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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와 남반구의 별자리를 담은 알프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판화. 
1515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이 한쌍의 판화는 손으로 한 번에 채색을 입히는 기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판화는 고작 세 개 밖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특별한 별지도는 2011년 3월 소더비 경매에서 7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별지도는 인쇄본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별지도로서 1515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물론 이 별지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 별지도는 아닙니다. 
그 타이틀은 4백 년도 더 전에 중국에서 발행된 별지도가 가지고 있죠. 
약 1,090년 경 중국 천문학자 소송(蘇頌)이 쓴 신의상법요(新儀象法要)에 실린 목판화 별지도가 그것입니다.)
 
1515년 이전에 유럽과 아라비아에 있던 별지도는 모두 필사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한 본 씩만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목판본으로 제작된 별지도는 동일한 판본이 대량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뒤러의 별지도는 남반구와 북반구를 그린 한 쌍의 목판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별자리 형상은 모두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묘사를 기반으로 구현된 것이며 별자리 역시 당시 유럽 천문학자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를 담고 있죠.

뒤러는 프톨레마이오스자리의 표준 형상에 따라 페르세우스가 쥐고 있는 메두사의 머리도 표현했습니다.  
별자리 그림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보는 모습을 가정하여 땅에서 올려다본 모습과는 반대로 그려졌습니다. 
따라서 황도대가 진행되는 방향 역시 시계 반대방향으로 그려져 있죠. 

오늘날 별지도에서는 천구의 극점을 정중앙에 놓기 때문에 그림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것은 천구의 적도입니다. 
하지만 고전 별지도에서 그림의 가장자리를 두르는 것은 황도입니다. 
그 결과 남반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별자리가 배치되죠. 

뒤러와 동료들

이 작품은 대개 뒤러의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 목판의 제작에는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우선 별지도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수학자이자 지도제작자였던 요하네스 스타비우스(Johannes Stabius, 1460~1522)입니다. 
스타비우스는 이 별지도를 설계한 사람이기도 하죠. 
스타비우스와 뒤러는 세계지도를 함께 막 만들었던 참이었습니다. 
따라서 별지도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순이었죠.  

알마게스트에 등장하는 별목록은 이들이 제작하는 별지도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별의 위치는 1500년의 상황에 맞게 수정 및 재구성되었죠. 
이 작업은 독일의 천문학자 콘라드 하인포겔(Conrad Heinfogel, ?~1517)이 수행했습니다. 
별의 번호 역시 알마게스트에 있는 순서에 따라 매겨졌는데 별자리 형태와 상관없는 108개의 아모르포토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의 모양은 1등급 및 2등급 별과 3등급 별 중 일부가 별모양으로 그려졌습니다. 
반면 이보다 희미한 별은 작은 동그라미로 그려졌죠. 

황도 12궁을 고려하여 30도 간격으로 뻗어나온 방사형 직선과 테두리를 따라 매겨져 있는 눈금은 별의 위치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빗금 경계를 두르고 두 개 천구를 구불구불 가로지르는 대역은 미리내를 표시한 것입니다.

그림을 책임진 뒤러는 두 개의 필사본을 주로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하나는 1440년, 빈에서 그려진 것이며 다른 하나는 1503년 뉘른베르크에서 그려진 것인데 두 개 모두 하인포겔이 이름은 알려지지 않는 작가와 협업하여 만든 필사본입니다. 
이중에서 1503년 지도는 정확성도 훨씬 높고 예술적 수준도 높은 1515년 목판화의 원형으로 간주됩니다. 


고대의 작가를 그려넣다.

뒤러는 자기가 참고한 네 명의 고대 작가를 북반구 별지도의 각 모서리에 그려넣었습니다. 

 

우선 상단 왼쪽 모서리에 있는 사람은 파이노메나의 작가인 아라토스 킬릭스(Aratus Cilix)입니다. 
상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프톨레메우스 아이깁토스(Ptolemeus Aegyptus)입니다. 바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살면서 알마게스트를 쓴 프톨레마이오스죠. 
하단 왼쪽에 있는 사람은 M. 맘리우스 로마누스(M. Mamlius Romanus)입니다. 
이 사람은 아스트로노미카(Astronomica)를 쓴 1세기 로마 점성가 마르쿠스 마닐리우스( Marcus Maniliu)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아조피 아라부스(Azophi Arabus)입니다. 아라비아의 천문학자 알수피죠. 

남반구 별지도 아래 왼쪽 모서리에는 스타비우스와 하인포겔, 그리고 자신이 기여한 일을 저마다의 문장 위에 기록하였습니다. 
상단 왼쪽에 있는 문장은 잘츠부르크의 대주교인 마테우스 랑(Matthaus Lang)추기경의 문장입니다.  
상단 오른쪽에는 랑 추기경에게 바치는 헌사가 적혀 있죠. 
마지막 하단 오른쪽에 적혀 있는 글은 스타비우스와 뒤러의 후원자인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에게 바치는 감사글이 적혀 있습니다. 


뒤러 별지도의 영향

뒤러의 별지도는 사본을 언제든 만들 수 있고 뒤러의 예술적 명성도 뒷받침되다보니 영향력 있는 별지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에 영향을 받은 별지도가 등장하였죠.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독일 천문학자 페터 아피안(Peter Apian, 1495~1552)이 1536년에 제작한 평면천체도였습니다. 
이 별지도는 곧이어 1540년 발행된 <천문학의 황제(Astronomicum Caesarum)>라는 책에도 실렸습니다. 

아피안의 별지도는 손에 딱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의 팔면체 아스트롤라베 위에 그려지기도 했죠. 
아피안은 별지도를 통해 아라비아에서 파생된 별 이름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537년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인 게마 프리시우스(Gemma Frisius)와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는 천구의를 만들 때 뒤러의 별자리 형상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별지도에는 결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별지도에 그려진 별자리는 모두 좌우가 바뀌어 있다는 것입니다.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점과는 반대로 되어 있다보니 실제 관측에 활용되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별자리 형상을 현실과 동일한 방향으로 만든 첫 번째 인쇄본 별지도는 트란실바니아의 지도제작자인 요하네스 혼터(Johannes Honter, 1498~1549)에 의해 1532년 처음 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 전집에 포함되기 전인 1541년까지는 그다시 널리 사용되지 못했죠. 
혼터의 별지도에 그려진 별자리 형상은 뒤러와 아피안의 별지도에 그려진 고전적 나체 형상과는 달리 동시대의 의상을 갖춘 남자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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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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