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2. 아스트롤라베(astrolabe)

2024. 9. 28. 14:18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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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하게 그려낸 별지도

평면천구도로서 가장 이른 시기에 나타난 것은 중세 아라비아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스트롤라베(astrolabe)입니다.
주로 황동으로 만들어진 아스트롤라베는 원반 위에 밝은 별의 위치를 새긴 것입니다. 
동일한 원리가 오늘날 별지기나 항해가가 사용하는 평면천구도라 불리는 별자리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초기의 아스트롤라베는 10세기 경 만들어졌습니다.  
비록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아스트롤라베는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스트롤라베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별의 이름을 알려주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아스트롤라베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평면천구도는 중국의 것으로 2미터가 넘는 길이에 두루마기처럼 둘둘 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7세기 중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북중지역 실크로드 상에 위치하는 지역의 이름을 따 둔황별지도(the Dunhuang star chart)라 불리는 이 별지도는 20세기 초에 발견되었으며 지금은 런던 영국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둔황 별지도에는 중국의 전통 별자리들이 묘사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중국의 별자리가 유럽이나 아라비아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스트롤라베에 새겨진 별 이름 

 


사진 1> 
아스트롤라베를 가장 정교하게, 가장 많이 만들어낸 아스트롤라베 제작자인 압드 알아임마(‘Abd al-A’imma)가 1712년부터 이듬해까지 제작한 페르시아의 아스트롤라베.
이 아스트롤라베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다음 옥스포드 역사박물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롤라베는 별지도가 인쇄되어 나오기 전 시대까지 별 이름을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가장 간단한 유형의 아스트롤라베는 평평한 판 위에 올린 리트(the rete)라는 이름의 회전판으로 구성됩니다. 
'리트'는 라틴어로는 넷(net)으로 표기하고 아라비아어로는 안카부트(‘ankabut, عنكبوت)라 합니다.

안카부트는 거미를 의미합니다. 

리트 위에 얹는 지시기는 주요 별의 위치를 가리키는데 사용됩니다. 
회전이 가능한 리트는 주어진 날짜와 시간에 맞는 별의 위치를 보여주죠.
이는 오늘날의 평면천구도와 동일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아스트롤라베가 오늘날의 평면천구도와 다른 중요한 특징 하나는 바라보는 사람이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거울상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리트 회전판의 회전축은 천구의 극점입니다. 

어느곳에서든 리트는 최대 12개 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지시기나 지지대에는 별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별 이름은 아스트롤라베가 만들어진 곳이 어디인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아라비아어일 수도 있고 라틴어일 수도 있죠. 
당시는 표준 별이름이 없었기 때문에 아스트롤라베를 만드는 사람마다 다른 이름과 다른 철자를 사용했습니다. 

대부분의 별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이따금 수수께끼같은 이름도 있습니다. 

 


사진 2>

 

예를 들어 약 1500년경,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2> 아스트롤라베에 등장하는 베가나 알데바란은 익히 알고 있는 이름입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알카이르(Alkair), 알페타(Alfeta), 미라크(Mirac), 라즈달게티(Razdalgeti), 스케아트(Sceat)는 각각 
알타이르(Altair), 알페카(Alphecca, 북쪽왕관자리 알파별), 마이레크(Mirach, 안드로메다자리 베타별), 라스알게티(Rasalgethi, 헤르쿨레스자리 알파별), 쉬애트(Scheat, 페가수스자리 베타별)의 변형임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쪽으로 보이는 알하보르(Alhabor), 중앙 바로 아래에 보이는 알하이오트(Alhaiot), 오른쪽에 보이는 알라메크(Alramek), 아지메크(Azimech)는 어떤 별을 말하는 걸까요?
사실 이 이름은 시리우스, 카펠라, 아르크투루스, 스피카의 아라비아 이름입니다. 
이러한 아라비아 별이름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쓰였던 이름이 다시 알려지기 전인 15세기까지 유럽의 아스트롤라베에도 널리 쓰였습니다. 

한편 사진 2> 아스트롤라베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알고메이사(Algomeisa)는 프로키온을 의미합니다. 
고메이사(Gomeisa)라는 이름은 이후 프로키온 옆에 있는 작은개자리 베타별로 옮겨갔죠. 

어떤 아스트롤라베에의 지시기에는 작은 그림이 새겨지기도 합니다. 
주로 동물 모양으로 새겨져서 주모르프(zoomorph)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그림은 지시기가 가리키는 별을 의미합니다. 

 


사진 3>

 

영어가 새겨진게 아닐까 생각되는, 14세기에 만들어진 사진 3>의 아스트롤라베를 보면 큰개자리 알파별 시리우스의 위치는 테두리에 있는 개머리 모양의 장식이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개가 혀를 내밀고 있고 그 혀가 시리우스를 지목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혀 부분은 파손되고 말았죠. 

테두리에 있는 용머리는 전갈의 심장인 안타레스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안타레스의 아라비아 이름인 알아크라브(Alacrab)가 새겨져 있죠. 

중심 쪽에 가까이 있는 작은 새는 베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철자는 'Wega'로 새겨져 있습니다. 

리트에 새겨진 독특한 이름을 보면 별이름이 얼마나 많이 뒤죽박죽으로 새겨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철자가 잘못 적힌 경우와 이상한 약어도 난무하죠. 

리트에 새겨진 글 중 눈길을 잡아 끄는 하나는 황도대를 나타내는 원입니다. 
여기에는 황도별자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을 정도죠. 

아스트롤라베의 구성과 사용법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웨이백 머신에 의해 아카이브된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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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별 이름은 표준어사전에 등재된 경우 이를 우선 사용하였으며  표준어사전에 없는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 : 978-1931559447)의 발음기호에 따른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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