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하다 10. 굴드와 아르헨티나 천체도

2024. 9. 26. 12:131. 별과 하늘의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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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천체도(the Uranometria Argentina atlas)가 발행되던 1877년의 벤자민 앱솔프 굴드(Benjamin Apthorp Gould)


벤자민 앱솔프 굴드 2세(Benjamin Apthorp Gould Jr, 1824~1896)는 현대 별자리가 정립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미국의 천문학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많이 잊혀진 상태가 되고 말았죠.   

굴드는 남반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을 기록한 <아르헨티나 천체도(Uranometria Argentina)>의 저자입니다. 
아르헨티나 천체도에는 별지도의 역사 및 굴드가 정립하는데 기여한 별이름을 포함한 여러 제반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별목록표는 적경과 적위를 따라 그은 별자리 경계로부터 시작됩니다. 
별자리 경계는 그때까지 자의적으로 그려진 경계를 대신하는 체계였죠. 
굴드가 그은 별자리 경계는 1930년 국제천문연맹에서 발행한 현대 별자리 경계의 기본 체계가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아르헨티나까지 

굴드는 미국인으로서는 첫번째로 천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입니다. 
그는 독일 괴팅겐에서 독일의 위대한 천문수학자인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의 지도를 받았죠. 
독일 천문학계는 굴드의 평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굴드는 위치천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굴드는 미국 천문연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1849년, 아스트로노미컬 저널( the Astronomical Journal)을 설립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유럽의 유명한 천문 학술지인 아스트로노미세 나크리히텐(Astronomische Nachrichten)을 본딴 것이었습니다. 
아스트로노미컬 저널은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천문학 학술지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죠.  

굴드는 남반구 천체 목록이 북반구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굴드는 1860년대에 남반구 하늘을 관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독일 본에서 제작된 9등급 이하의 별목록표인 <본 별목록(Bonner Durchmusterung)>을 남극점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시작되었습니다. 

굴드는 우선 워싱턴에 파견되어 있던 아르헨티나 대사 도밍고 사르미엔토(Domingo F. Sarmiento)에게 접근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관측이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를 혼쾌히 수용하였고 1868년 사르미엔토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천문대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코르도바에 있는 이 천문대는 1871년 사르미엔토에 의해 아르헨티나 국립 천문대로 공식 설립되었으며 굴드가 책임자로 취임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천체도

굴드는 유럽과 미국에 여러 천문장비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장비가 도착하기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죠. 

아직 망원경도 없는 상태였지만 굴드는 남는 시간에 우선 맨눈 관측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1843년 독일에서 발행된 우라노메트리아 노바(Uranometria Nova)가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우구스트 아르겔란더(F. W. A. Argelander)의 맨눈 관측 결과물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근시였던 굴드는 이 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대신 이 작업을 위해 코르도바에 네 명의 젊은이가 합류했죠. 
존 M 톰(John Macon Thome, 1843~1908)과 윌리엄 모리스 데이비스(William Morris Davis), 클래런스 락우드 헤서웨이(Clarence Lockwood Hathaway), 마일스 록(Miles Rock)이 그 멤버였습니다. 

관측 작업은 국립천문대가 공식설립되기 전인 1870년 말에 시작되었으며 3년 동안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천문대도 점점 완성되어갔죠. 

이들은 우선 4등급 이하의 별을 기록하기 시작하였고 남극점 기준으로 100도 지점, 즉, 북위 10도까지 영역에 있는 점점 희미한 별들을 기록해 나갔습니다. 

천문대가 들어서는 자리의 하늘은 정말 좋았습니다. 
관측에 참여한 이들은 하늘의 상태가 가장 좋을 때는 7등급 별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7등급이 이들의 한계 등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기록한 7등급 별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6.5등급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밝기등급의 구분한계는 10분의 1등급 선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들은 관측 결과를 교차 검토하였고 이따금씩 새로운 변광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최종 점검 때는 천문대에 설치된 자오환(meridian circle)을 이용하여 각 별의 위치를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굴드의 혁신, 별자리 경계선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별지도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천문학자라기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까운 앨버트 K. 맨스필드(Albert K. Mansfield)가 합류하죠. 

굴드는 이때 당대의 별지도 제작자들이 겪어야 했던 문제에 맞닥드립니다. 
바로 별자리와 별자리 경계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가 전혀 없다는 문제였죠.  

굴드는 진짜 필요한 것은 별자리 주위를 아무렇게나 감싸고 있는 불확실한 경계가 아니라 모든 별지도와 모든 시대에 통할 수 있는 과학적으로 정립된 별자리 경계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는 천문학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아르겔란더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죠. 

굴드는 30여년 전 존 허셜(John Herschel)이 제안했던 아이디어를 참고하여 자신이 별목록을 작성한 1875년 기준의 적경과 적위를 기준으로 별자리 경계를 그렸습니다. 

이 경계는 필요한 경우 지구 대권(great circle,지구의 중심을 지나는 평면으로 구를 자른다고 가정할 때 지구 표면에 생기게 되는 원)과 가장 가까운 정칙곡선(regular curve, 뾰족한 부분이 없는 매끄러운 곡선)으로 보강되었습니다. 
그 결과 위치가 특정된 어떤 별이 어떤 별자리에 속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최소한 굴드가 작업한 남반구 하늘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이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후 벨기에의 천문학자 외젠 조제프 델포르트(Eugene Delporte)는 국제천문연맹을 대표하여 전체 하늘에서 별자리 경계를 그리게 됩니다.
외젠 델포르트는 대체로 굴드의 지침을 따라 별자리 경계를 그었습니다.
다만 굴드가 그은 곡선은 모두 적경과 적위에 따른 직선으로 대체되죠. 


곡선과 직선이 그어져 있는 아르헨티나 천체도의 별자리 경계선 (위)
1930년 국제천문연맹의 공식 별자리 경계가 설정되면서 곡선은 서로 직교하는 적경과 적위로 대체되었습니다. (아래)


별자리 경계를 그을 때 굴드가 채택한 별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자리헤벨리우스 별자리 및 라카유의 별자리였습니다.
아르고호자리를 용골자리와 고물자리, 돛자리로 분할한 라카유의 의견도 받아들였죠.   
또한 굴드는 프란시스 베일리가 이끈 1845년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에 따라 여러 문구로 명명되어 있던 라카유의 별자리 이름을 한 단어로 줄였습니다. 
또한 베일리와 마찬가지로 보데나 랄랑드가 개발한 별자리는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로서 한동안 통용되던 전기기계자리(Machina Electrica)나 열기구자리(Globus Aerostaticus)와 같은 별자리들은 사라졌습니다. 
반면 굴드는 베일리가 돛대자리(Malus)로 바꾸었던 라카유의 나침반자리(Pyxis)를 되살렸고 베일리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헤벨리우스의 방패자리(Scutum)도 되살렸습니다. 

마침내 평사도법으로 그려낸 13개 차트와 인덱스 차트를 포함한 아르헨티나 천체도가 1877년 발간되었습니다. 
이 천체도가 담고 있는 하늘은 남반구 전체와 북위 12.5도까지의 영역이었죠. 

그리고 2년 후 총 7,756개 별을 기록한 첨부 목록이 <아르헨티나 국립천문대 천체목록(the Resultados del Observatorio Nacional Argentino)> 1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천체목록에서 다루는 광범위한 내용 중에는 굴드가 '하늘을 대권과 거의 비슷하게 감싸고 있는 밝은 별의 띠 혹은 고리'로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 띠는 오늘날 '굴드 벨트(Gould Belt)'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굴드의 아르헨티나 천체도 1879년 판은 각 별을 천구의 남극점에서 팔분의자리를 시작으로 북위 10도까지 별자리 별로 배열하였습니다. 
별의 위치는 1875년 기준 위치입니다. 
가장 첫 컬럼에 있는 번호는 '굴드 번호( Gould numbers)'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번호는 잘 쓰이지 않는 번호입니다. 
번호 중에 이따금 대문자 G를 뒤에 달고 있는 번호가 있는데 이는 플램스티드 번호와 굴드가 직접 매긴 번호를 구분하기 위한 표시입니다. 



코르도바 별목록 (Cordoba Durchmusterung)

1885년 미국으로 돌아온 굴드는, 1861년 미국남북전쟁으로 중단된 아스트로노미컬 저널 출판을 재개하였습니다. 
이때 코르도바 천문대 대장 자리는 처음부터 관측에 참여했던 네 사람 중 끝까지 자리를 지킨 톰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굴드가 <본 별목록( the Bonner Durchmusterung)>을 참고하여 생각했던 남반구 별 탐사는 여러 해가 지난 후 마침내 여러 권으로 구성된 <코르도바 별목록(Cordoba Durchmusterung)>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코르도바 별목록에는 남위 22도에서 남극점까지의 하늘을 대상으로 10등급까지의 별 60만 개가 담겼습니다. 
별 관측을 위해 코르도바 천문대의 12.5센티미터 망원경이 사용되었으며 톰과 그의 조수인 리처드 홀리 터커(Richard Hawley Tucker)가 참여하였습니다. 

톰이 편집한 첫 네 권은 1892년에서 1914년 사이 출판되었고 다섯 번째 권은 톰의 후임자인 찰스 딜런 페린(Charles Dillon Perrine)에 의해 1932년 출판되었습니다. 

코르도바 별목록에는 CD번호라는 번호가 있습니다. 
이 번호는 본 별목록의 BD번호와 함께 오늘날까지도 별의 식별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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