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한 사람들, 별을 이야기한 사람들(4)

2024. 9. 12. 15:111. 별과 하늘의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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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간극 채우기

천문관측의 정확성이 향상되고 보다 희미한 별이 목록화 되면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계속 늘어갔습니다.
심지어 이미 알려져 있는 고대 그리스 별자리 사이사이에도 새로운 별자리가 생겨났죠.

17세기 후반 폴란드의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에 의해 10개 별자리가 추가로 소개되면서 북반구 하늘의 별자리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새로 추가된 별자리들은 1687년 헤벨리우스 별자리 목록에 포함되었으며 '피르마멘뚬 소비에스키아눔(Firmamentum Sobiescianum, 소비에스키의 창공)'이라는 이름의 첨부 별지도에도 기록되었습니다. 
별목록과 별지도는 모두 1690년에 출판되었죠.

헤벨리우스는 달과 행성을 관측하기 위한 망원경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의 위치는 맨눈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헤벨리우스 스스로가 시력이 향상된 것 마냥, 그가 추가한 별자리 중 많은 수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희미한 별자리들입니다.

헤벨리우스가 추가한 별자리 중 7개가 나중에 천문학자들에 의해 공식 별자리로 인정되었습니다. (표 3을 참고하세요)
반면 끝내 살아남지 못한 별자리로는 케르베로스자리(Cerberus), 마이날로스산자리(Mons Maenalus), 작은삼각형자리(Triangulum Minus)가 있습니다.

 

표 3 : 1687년 요하네스 헤벨리우스가 소개한 7개 별자리 
사냥개자리(Canes Venatici)
도마뱀자리(Lacerta)
작은 사자자리(Leo Minor)
살쾡이자리(Lynx)
방패자리(Scutum)
육분의자리(Sextans)
여우자리(Vulpecula)

 

요하네스 헤벨리우스의 별목록과 별지도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
맨눈 관측 장비를 이용하여 만든 마지막 대형 별지도 편집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폴란드 단치히(현 그단스크,Gdańsk)의 부유한 양조업자였습니다.
그는 1640년대에 덴마크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Tycho Brahe)의 별목록을 확장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헤벨리우스는 사분의 및 육분의와 같은 맨눈 관측 장비를 이용하여 지붕위에 마련한 관측소에서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1663년부터는 그의 두번째 부인인 엘리자베스가 관측작업을 도와주었죠.
1679년에 화재가 발생하여 집의 상당부분이 파괴되었지만 헤벨리우스의 소중한 별목록은 살아남았습니다. 

헤벨리우스의 별목록과 별지도는 헤벨리우스가 사망하던 1687년 출간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690년 엘리자베스에 의해 책이 출판되죠.

헤벨리우스의 저작은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천문학의 선구자(Prodromus Astronomiae)'라는 소개 부분으로서 헤벨리우스가 새로 지정한 별자리가 소개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붙박이별 목록(Catalogus Stellarum Fixarum)'이라 부르는 1,564개 별목록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에스키의 창공(Firmamentum Sobiescianum)'이라는 별지도가 등장하죠.

헤벨리우스가 소개한 새로운 별자리는 표 3번을 참고하세요.

이중에서 방패자리는 1684년에 먼저 소개된 별자리입니다.
이 별자리는 화재로 파괴된 헤벨리우스의 집을 복구하는데 도움을 준 폴란드의 왕을 기리는 별자리죠.

비록 1690년까지 출간은 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별자리들은 모두 1687년까지 정리가 완료된 별자리들입니다.
헤벨리우스가 만든 별자리 중 케르베로스자리와 마이날로스산자리, 작은삼각형자리는 후에 다른 천문학자들에 의해 제외되었습니다.
헤벨리우스의 별자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2010년 아스트로노미앤아스트로피직스에 개재된 프랑크 베어분트(Frank Verbunt)와 로베르트 반 겐트(Robert van Gent)의 논문 '헤벨리우스의 별목록(The Star Catalogue of Hevelius)'을 참고하세요.

 

헤벨리우스에 의해 북반구의 별자리가 모두 채워지긴 했지만 남반구의 하늘에는 여전히 빈곳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빈 공간은 1750년 남아프리카로 항해한 프랑스의 천문학자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Nicolas Louis de Lacaille, 1713~1762)에 의해 채워집니다.

라카유는 그 유명한 테이블 산 아래 희망봉에 작은 천문대를 설치하였습니다.
라카유는 테이블 산에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은 나머지 별자리 하나에 '테이블산(Mensa)'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죠. 

1751년 8월에서 1752년 7월까지 라카유는 희망봉에서 거의 1만여 개에 달하는 별의 위치를 관측하였습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라운 성과였죠.
1754년 프랑스로 돌아온 라카유는 프랑스 한림원(the French Royal Academy of Sciences)에 남반구하늘지도를 제출하였습니다. 
여기에는 라카유가 직접 그린 14개의 새로운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었죠. (표 4)

표 4 :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가 1754년에 소개한 14개 별자리
공기펌프자리(Antlia)
조각칼자리(Caelum)
컴퍼스자리(Circinus)
화학로자리(Fornax)
시계자리(Horologium)
테이블산자리(Mensa)
현미경자리(Microscopium)
직각자자리(Norma)
팔분의자리(Octans)
화가자리(Pictor)
나침반자리(Pyxis)
그물자리(Reticulum)
조각실자리(Sculptor)
망원경자리(Telescopium)

 

이 별지도의 판본은 1756년 학회논문에 개재되었고, 라카유가 제안한 새로운 별자리는 다른 천문학자들에 의해 빠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케이저나 드 후트만과 같은 다른 천문학자들이 이국적인 동물의 이름을 따서 별자리를 명명했음에 반해 라카유는 주로 과학이나 예술활동에 소요되는 도구를 별자리 이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딱 하나, 라카유 본인이 관측을 수행한 곳인 테이블 산의 이름을 따서 지은 테이블산자리만 예외였죠.

 

라카유의 모든 천체목록과 라카유가 그린 새로운 별자리를 라틴어로 표현한 재판 별지도는 '남쪽 하늘의 별목록(Coelum Australe Stelliferum)'이라는 제목으로 1763년 발간되었습니다.

 

라카유는 그의 목록에서 아르고자리를 분할하여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아르고자리는 각각 용골자리(Carina), 고물자리(Puppis), 돛자리(Vela)로 나눠졌고 오늘날 천문학에서는 이렇게 나뉜 별자리를 사용하고 있죠.

라카유는 14개의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전에 존재하던 별자리 하나를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영국의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가 1678년 찰스 2세 왕을 기리는 뜻으로 만든 찰스의 참나무자리(Robur Carolinum)가 그것입니다.

 

희망봉의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


남반구 하늘 탐험가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Nicolas Louis de Lacaille, 1713~1762)
 
1751년 8월부터 1752년 7월까지 라카유는 희망봉 테이블만 인근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914밀리 사분의에 장착된 13.5밀리 구경의 망원경을 이용하여 남반구의 하늘을 관측했습니다.
이러한 기초적인 장비들만으로 라카유는 염소자리부터 남반구 극점 사이에 있는 9,800여개의 별 목록을 정확하게 기록하였습니다.

그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1,930개의 별을 평면천구도에 기록하여 1754년 프랑스 한림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지도는 2년 후 '남반구 별들의 적위와 적경표(Table des ascensions droites et des declinaisons apparentes des etoiles australes)' 라는 제목 하에 남반구 최초의 별목록으로 발행되었습니다.

라카유의 평면천구도에는 그가 기록한 별을 편리하게 구분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낸 14개의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카유의 최종 별목록에는 1,942개의 별이 포함되어 있으며 '남쪽 하늘의 별목록(Coelum Australe Stelliferum)'이라는 제목으로 1763년 발행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이전에 발행한 평면천구도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만 별자리는 프랑스어가 아닌 라틴어로 표기되었으며 별 역시 그리스어와 라틴어 철자로 표기되었습니다.

두 책 모두에서 라카유는 아르고자리를 세 개 별자리인 용골자리, 고물자리, 돛자리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러나 별자리의 형상은 여전히 하나의 그림으로 표시되었죠.

 

라카유 이후 별자리 경계를 설정하려 한 사람들 중 성공을 거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하늘에 표식을 남기려 노력한 천문학자들은 많았죠. 

별자리에 대한 열광은 1801년 독일의 천문학자인 요한 엘레르트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가 100개 별자리를 담아 별지도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를 발간했을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천문학자들은 별자리를 설정하고 경계를 긋는 작업이 너무나 난잡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후 1세기 동안 별자리는 자연도태 과정을 밟게 됩니다.   

1899년 미국의 역사학자인 R.H.알렌(R. H. Allen)은 '별의 이름 : 그 전승과 의미(Star Names: Their Lore and Meaning)'라는 책에서 당시 널리 퍼져 있던 별자리를 기록하였습니다. 
그 책에는 80개에서 90개에 이르는 별자리가 고려되어 있으며 정평이 나 있는 별자리는 이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라고 적혀있죠.

 

 

최종적으로 정리된 88개 별자리

이 시점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별자리의 경계에 대한 합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데 이후 지도 제작자들은 별자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점선을 그리곤 했습니다만 이 경계는 지도마다 서로 다르게 그려진 자의적 경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천문학자들의 단체인 국제천문연맹(the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에 의해 해결되었습니다.
1922년 제1차 총회에서 국제천문연맹은 88개 별자리를 공식 별자리로 인정하였습니다.
바로 이 별자리가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별자리입니다.   

그리고 IAU를 대표하여 벨기에의 천문학자 외젠 조제프 델포르트(Eugene Delporte,  1882~1955)가 88개 별자리의 경계를 설정하였습니다.

델포드는 자신보다 앞서 별자리 경계를 그린 미국 천문학자 벤자민 압도르프 굴드(Benjamin Apthorp Gould, 1824~1896)의 작업과 일관성을 맞추기 위해 1875년의 적위와 적경에 맞추어 경계선을 그렸습니다. 
벤자민 압도르프 굴드는 1877년 자신이 만든 '아르헨티나 천체도( Uranometria Argentina)'라는 별지도에서 남반구 별자리 경계를 그려 출판한 바 있습니다.

별자리 경계는 이미 당시 시점에 별자리를 고려하여 이름이 지어진 유명한 변광성들이 자신의 별자리에 소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그어졌습니다.

 

델포르트는 굴드의 경계에 일부 수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선으로 그어진 경계는 모두 적경과 적위에 맞게 세로선이나 가로선으로 수정했습니다.   

델포르트의 작업은 1928년 IAU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으며 1930년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이름이 바로 '별자리의 과학적 경계(Delimitation Scientifique des Constellations)'라는 책입니다.

현재 별자리는 별이 그리는 형태라기보다는 국경선과 마찬가지로 하늘의 특정 영역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국경선과 달리 하늘의 경계는 전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림설명 > 별자리의 공식적인 경계는 1930년 국제천문연맹을 대신하여 구획을 확정짓는 작업을 한 벨기에 천문학자 외젠 조제프 델포르트에 의해 수립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델포르트가 수립한 경계를 담은 '별자리의 과학적 경계(Delimitation Scientifique des Constellations)'로부터 발췌한 것으로 카시오페이아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 부근을 담고 있습니다.
별자리의 경계는 적경과 적위를 따라 그어졌습니다.
색깔이 칠해진 선은 카시오페이아자리의 경계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구획작업에 의해 예전 별자리 모양은 영원히 이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다음글 : 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하다 1. 알마게스트(Almagest)

 

 

번역자 주석 :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본 포스팅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