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한 사람들, 별을 이야기한 사람들 (1)

2024. 9. 9. 17:381. 별과 하늘의 이야기/STAR TALES

1장. 별을 기록한 사람들, 별을 이야기한 사람들

매일밤, 그리스 신화극장이 머리 위를 돌고 있습니다.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구하기 위해서 날고, 
오리온은 콧바람을 뿜어내는 황소와 맞서며, 
목동은 북극점 주위로 곰을 몰아내고 아르고호는 황금양털을 찾아서 항해를 계속하고 있죠.

다른 여러 신화에서처럼 이러한 신화는 '별자리'라는 별의 특정한 배열을 통해 묘사됩니다.
하지만 별자리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산물일 뿐 자연 자체가 연출해낸 것은 아닙니다.
그저 혼란스러운 밤하늘의 풍경을 어떤 질서하에 표현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표시에 지나지 않죠.

한편 머나먼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항해가나 표지라곤 전혀 없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행자에게는 길잡이의 표시로서, 
농부에게는 달력으로서, 
양치기에게는 밤의 시계로서, 
하늘을 나누어 별들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구분하는 것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최초의 동기는 무시무시한 밤의 암흑을 의인화하는데 있었을 겁니다.

천문학에 새로 입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별자리가 이름에서 연상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하곤 합니다.
하지만 별자리가 이름과 닮았을 것이라는 기대는 그 진정한 의미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별자리 형태는 그 이름을 형상화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천상의 이야기를 상징하죠.

밤하늘은 영웅의 위업과 신의 상징, 신성한 동물과 깨우침을 주는 이야기 등에 대한 인간의 상상이 투영된 스크린입니다.
글로 쓰여지기 훨씬 전에 이미 내용이 그려진 그림책과 같은 것이죠.

 

모든 밤하늘의 별은 태양이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면 마법의 요정처럼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0세기의 과학은 밤하늘을 온통 채우고 있는 별들이 실제로는 엄청난 거리로 떨어져 있는 불타는 가스공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각 별의 밝기 차이는 쏟아내는 에너지와 거리의 조합에 따른 결과죠.
또한 가장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별조차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빛이 우리까지 오는데는 여러 해가 걸립니다.
희미한 별빛을 잡아내는 인간의 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공간의 차이를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별자리를 우리에게 물려준 고대 사람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입니다.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이 엄청난 거리로 서로 떨어져 있는, 서로 전혀 상관없는 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죠.

카시오페이아의 W자나 페가수스자리의 사각형, 사자자리나 남십자자리에 보이는 원형 낫의 형태 등은 그저 우연히 그렇게 보이는 것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는 서기 150년 그리스의 과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Ptolemy)가 저술한 알마게스트(Almagest)의 48개 별자리 목록으로부터 발전한 것입니다.
이 책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그 이후 여러 천문학자들이 40개의 별자리를 추가했습니다.
이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와 그리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남반구 별자리의 공백을 채워넣는 작업이었죠.

그 결과 총 88개에 육박하는 별자리가 만들어졌고 국제협약을 통해 공식 별자리가 설정되었습니다.

그럼 이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최종적으로 별자리에서 탈락한 스물 네개의 별자리를 포함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사진1, 2>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정의한 48개 별자리를 1515년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가 두 장의 목판에 묘사한 것.
첫번째 그림은 북반구를, 두번째 그림은 남반구를 나타냅니다.
각 별자리 그림들은 천구상에서 바라본 관점으로 표현되어 뒷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별자리를 고안한 사람들에게 지평선 아래 남반구는 알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빈칸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세요. 
이 빈 공간은 별자리를 고안한 사람들이 살았던 위도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프톨레마이오스(Ptolemy)가 자신이 기록한 별자리를 만들어낸 사람은 아닙니다.
별자리가 만들어진 시기는 프톨레마이오스 때보다 훨씬 더 오래전의 일이었으며,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는 프톨레마이오스 시절에 이미 잊혀진 옛날이 되었죠.

기원전 700년대, 
초기 그리스의 호메로스(Homer)나 헤시오도스(Hesiod)가 언급한 별자리도 얼마 되지 않아서 
고작 큰곰자리나 오리온, 플레이아데스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당시 플레이아데스는 황소자리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별자리로 간주되었죠.)

별자리 개념의 주요 발전이 그리스에서 훨씬 동쪽에 있었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부근, 즉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 당시 그 지역에는 바빌로니아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해와 달, 행성이 지나게 되는 황도대에 대한 개념이 완전하게 수립되어 있었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 리스트는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기록된 것으로 그 시기는 기원전 687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학자들은 이 리스트를 점토판에 기록된 첫번째 문구를 따서 물.아핀(the MUL.APIN series)이라고 부릅니다.

바빌로니아의 별자리는 상당부분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별자리와 유사하지만 그 정체가 완전히 식별된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들은 또다른 기록을 근거로 바빌로니아의 별자리마저도 훨씬 더 이전 시대인 기원전 2,000년 이전의 수메르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에우독소스(Eudoxus), 아라토스(Aratus)와 파이노메나(Phaenomena)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당시 바빌로니아의 황도대가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황도대에 대해 기록한 것은 일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리스 별자리 전반을 담고 있는 가장 확실한 첫번째 증거는 그리스의 천문학자 에우독소스(Eudoxus, 390~340BC)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에우독소스는 이집트의 사제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별자리를 배웠고, 이를 그리스에 소개함으로써 천문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공헌했죠.
에우독소스는 "에놉트론(Enoptron)과 파이노메나(Phaenomena)-"거울과 현상" 이라는 이름의 별자리 설명서 두 권을 발행했습니다.
두 책 모두 현재까지 전하진 않지만 파이노메나의 경우 그 내용은 아라토스(Aratus, 315~243BC)에 의해 동일한 이름의 시로 전하고 있습니다. .

아라토스의 '파이노메나(Phaenomena)'는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하던 별자리에 대한 완벽한 가이드를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별자리 신화를 쫓아가는 우리의 연구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죠.

아라토스는 지금의 터키 남부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실리시아(Cilicia)의 솔리(Soli)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안티고노스 왕의 법정에서 근무하기 전에 아테네에서 수학했습니다.

기원전 275년 경 아라토스는 마케도니아에서 왕의 요청에 따라 에우독소스의 파이노메나를 시로 편찬해 내죠.
그 시에서 아라토스는 48개의 별자리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라토스가 언급한 별자리 목록이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 목록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라토스의 시에는 물자리(오늘날 물병자리의 일부로 추측되고 있음)와 플레이아데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남쪽왕관자리의 경우 궁수자리의 발및을 장식하는 별들의 고리로 기록하여 오늘날처럼 서로 다른 별자리로 취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아라토스의 별자리에는 알마게스트에서 처음 나타나는 조랑말자리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라토스의 시에는 또한 6개의 별 이름이 등장하는데, 아르크투르스(Arcturus)와 카펠라(Capella), 시리우스(Sirius)와 프로키온(Procyon), 스피카(Spica)와 빈데미아트릭스(Vindemiatrix, 처녀자리 엡실론별)가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몇몇 별들의 이름은 지금과 달라서 아라토스의 시에서 카펠라는 아익스(Aix)로, 스피카는 스타치스(Stachys)로, 빈데미아트릭스는 프로트리게테르(Protrygeter)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또한 프로키온은 이름과 동일한 별자리를 형성하고 있었죠.
별들 중에서 빈데미아트릭스가 적혀 있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 별은 나머지 다섯 개 별에 비해 상당히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별이 포도의 수확을 알리는 8월의 새벽에 뜨기 시작하는 별이다보니 자신들의 달력에 이 별을 표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나 이집트 모두 '파이노메나(Phaenomena)'에 기술된 별자리를 발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 증거는 어떤 문서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 그 자체에 있죠.

 

별자리 발명자를 찾아서.

에우독소스와 아라토스에게 알려진 별자리가 어디에서 수립된 것인지를 대충 짐작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단서는 아라토스가 기술한 별자리에 남반구 극점 주위 하늘의 별자리가 전혀 언급되지 않다는 점에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 부분이 별자리를 만든 사람에게는 지평선 아래에 완전히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별자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을 근거로 우리는 별자리를 만든 사람이 북위 35~36도 지역에 살고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보다는 남쪽이고 이집트보다는 북쪽에 해당하는 위도죠.

두번째 단서는 별자리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의 중심이 아라토스 당시의 남반구 하늘의 극점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앞선 세기의 남반구 하늘의 극점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천구의 극점은 세차운동이라고 알려진 지구의 자전축의 변화에 따라 천천히 변화합니다.
이러한 효과는 별들의 위치에 대한 예측치를 수립하는데 사용될 수 있죠.

 

그러나 여기에 내포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라토스가 기술한 별자리의 시기를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범위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추정해본 시기는 거의 기원전 3,000년까지 소급되며, 주로 기원전 2,000년 경으로 추정됩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브래들리 쉐퍼(Bradley Schaefer)가 진행한 좀더 포괄적인 분석에서는 아라토스가 기술한 별자리가 기원전 1,130년대의 하늘과 일치한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오늘날, 에우독소스와 아라토스가 알고 있었던 별자리는 기원전 2천년 경, 북위 36도 아래에 살던 사람들에 의해 발명되었다는 것이 가장 최상의 추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시는 그리스시대보다도 훨씬 더 앞선 시대였고 관측자의 위치는 그리스보다는 훨씬 아래 위도에 해당합니다.

이집트 문명은 여기에 대응될만큼 충분히 오래되었지만, 그 위치는 예견된 위도보다 훨씬 아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시기와 장소는 바빌로니아와 그들의 조상인 수메르 문명,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맞아떨어집니다.
이곳에는 우리가 이미 살펴봤듯이 이미 기원전 2,000년까지 발달된 천문지식이 존재하고 있었죠.
결국 두 개의 독립적인 단서는 별자리의 기원으로서 바빌로니아와 수메르 문명을 지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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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ISBN-13: 978-0718894788)
개인적으로 별자리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 번역하였는데
저처럼 별자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실 듯 하여 이곳에 공유드립니다.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