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한 사람들, 별을 이야기한 사람들(3)

2024. 9. 11. 14:441. 별과 하늘의 이야기/STAR TALES

 이전글 : 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한 사람들, 별을 이야기한 사람들(2) 

 

 

프톨레마이오스 48개 별자리로부터 별자리 수의 확대

아라비아 천문학자들이 이름을 가진 별을 많이 늘려놓았지만 별자리의 숫자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에서 처음으로 별자리 수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1536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카스파 보펠(Caspar Vopel, 1511~1561)이 제작한 천구의에서였습니다.
그는 안티누스(Antinous)자리와 머리털자리를 서로 따로 떨어진 별자리로 기록했죠.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자리의 별들을 각각 독수리자리와 사자자리의 하위 분류로 합쳐서 기록해 놓았었습니다. 

 

보펠의 분류는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인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에 의해 1551년 제작된 천구의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위대한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Tycho Brahe) 역시 1602년 그의 유명한 별목록 상에 안티누스자리와 머리털자리를 포함시킴으로써 이 별자리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음을 보증해 주었습니다.
머리털자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안티누스자리는 이후 독수리자리로 편입되었습니다.

이제 유럽은 대항해 시대를 맞게 되고 항해사이자 천문학자들이 고대 그리스 이래 지평선 아래 있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남반구의 하늘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이후로 3명의 유명인들이 나타납니다. 

첫번째 인물은 페트로스 프란키우스(Petrus Plancius, 1552~1622)라는 네덜란드의 신학자이자 지도제작자입니다.
이 이름은 피터 플라테보에트(Pieter Platevoet)의 라틴어식 이름입니다. 
(문자 그대로는 피터 플랫풋 Peter Flatfoot입니다.)

나머지 두 명은 네덜란드의 항해가인 피터 디르크스준 케이저(Pieter Dirkszoon Keyser, 1540~1596)와 프레데릭 드 후트만(Frederick de Houtman, 1571~1627)입니다. 
케이저는 페트로스 테오도루스(Petrus Theodorus) 또는 페터 테오도레(Peter Theodore)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죠.
이들이 이뤄낸 불멸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이 세 명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페트로스 프란키우스의 별자리




페트로스 프란키우스( 1552~1622)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이자 별자리 개발자 (출처 : 암스테르담 대학)
페트로스 프란키우스는 어떤 저작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를 개발하는데 있어 그의 역할은 그가 제작하고 현재까지 전해지는 지도나 지구의를 검사한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천구지도에 그가 개입한 첫 번째 사례는 1592년 제작된 지도에 나타납니다.
이 지도의 상단 한쪽 구석에는 조그만 상자로 북반구와 남반구의 천구도가 담겨 있죠.
여기에 기록된 별자리 중 두 개가 프란키우스 본인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서 비둘기자리와 폴로필락스(남극의 수호자라는 뜻, Polophylax)자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폴로피락스는 북반구의 별자리인 목동자리에 대해 남반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목동자리는 그리스어로 아르크토필락스-곰의 수호자라는 뜻, Arctophylax-로 불립니다.)

비둘기자리는 큰개자리 남쪽에 있는 별들로 만들어졌는데, 모두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록에 이미 존재하는 별들이었죠.
해당 천구도에 그려진 남반구 스케치에 따르면 폴로필락스자리는 현재 두루미자리와 큰부리새자리가 있는, 남쪽물고기자리와 남극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1598년, 프란키우스는 별자리의 역사에서 이정표를 남긴 요도쿠스 혼디우스(Jodocus Hondius)의 자료를 합쳐 지구의를 만들죠.
여기에 남반구 12개 별자리가 처음으로 보이는데, 이는 1597년 동인도에서 전달된 케이저의 관측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프레데릭 드 후트만(Frederick de Houtman)의 것과 같은 훨씬 더 광범위한 별자리 목록이 프란키우스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빌럼 얀손 블라우(Willem Janszoon Blaeu)에 의해 채택되었습니다.

프란키우스는 1612년 만든 지구의에서 기린자리와 외뿔소자리를 추가로 소개하였습니다. 
이 지구의에는 이후 채택되지 않은 다른 별자리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요르단강자리(Jordan), 티그리스강자리(Tigris), 꿀벌자리(Apes), 수탉자리(Gallus), 작은게자리(Cancer Minor), 남쪽궁수자리(Sagitta Australe)가 바로 그것입니다.

작은게자리와 남쪽궁수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별자리들은 모두 1624년 발행된 야코프 바르트쉬(Jacob Bartsch)의 '평면천구도에 담은 별들의 천문학적 용법(Usus Astronomicus Planisphaerii Stellati, 우수스 아스트로노미쿠스 플라니스페리 스텔라티)'에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몇몇은 그 형태가 잘못 그려졌습니다. 

 


남반구 하늘을 정찰하다.

프란키우스는 남극점 주위의 별자리가 없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케이저로 하여금 남반구의 하늘을 관측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케이저는 홀란디아 호(the Hollandia)의 선장이었고, 나중에는 마우리시우스 호(the Mauritius)의 선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2개 함대를 이룬 총 4대의 배는 1595년 네덜란드를 출발하여 동인도로 가는 첫번째 네덜란드의 교역 원정을 떠났습니다.
이 항해는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할 때까지 수개월이 소요되었고, 케이저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대부분의 관측을 수행하였습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지리학자인 파울 메룰라(Paul Merula)는 1605년 '우주형상지총론(Cosmographiae Generalis)'이라는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책에는 프란키우스로부터 받은 도구를 이용하여 까마귀자리를 관측한 케이저의 관측기가 수록되어 있죠.
당시는 아직 망원경이 사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때 케이저는 직각기 또는 표준육분의(universal astrolabe, astrolabium catholicum이라고도 알려져 있음)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케이저는 1596년 9월 반탐(Bantam, 인도네시아 자바 섬 북서쪽 끝부분, 세랑 북쪽에 있던 옛 술탄국가와 도시) 근처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케이저의 관측 자료는 이듬해 함대가 네덜란드로 귀환하였을 때 프란키우스에서 전달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케이저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지만 그가 남긴 표식은 하늘에 아로새겨졌죠.

12개의 새로운 별자리로 구분된 케이저의 별 목록은 1598년 프란키우스의 지도에 처음으로 등장하였고, 2년후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인 요도쿠스 혼디우스(Jodocus Hondius)에 의해 다시 등장하였습니다.
케이저의 별자리는 1603년 당시로는 첨단 별지도였던 독일 천문학자 요한 바이어(Johann Bayer)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별자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케이저의 관측 기록은 결국 1627년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가 제작한 행성표 및 별목록인 루돌핀 목록(Rudolphine Tables)에도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케이저의 원저작물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진 상태여서 오늘날 12개의 남반구 별자리중 어떤 별이 케이저가 직접 고른 것이며, 어떤 것이 나중에 추가된 것인지는 알 수는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표 2 : 1596~1603년 사이 소개된 12개 별자리
이 별자리들은 피터 디르크준 케이저(Pieter Dirkszoon Keyser)와 프레데릭 드 후트만(Frederick de Houtman)의 관측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극락조(Apus) 12 (9) 카멜레온(Chamaeleon) 10 (9)
황새치(Dorado)  6 (4) 두루미(Grus)  13 (12)
물뱀(Hydrus ) 15 (15) 인디언(Indus)  12 (11)
파리(Musca)  4 (4) 공작(Pavo)  16 (19)
봉황(Phoenix)  14 (13) 남쪽삼각형(Triangulum Australe) 5 (4)
큰부리새(Tucana)  8 (6) 날치(Volans) 7 (5)
첫번째 숫자는 플란키우스와 혼디우스의 지도에 기재된 각 별자리의 별 숫자이며, 괄호 안의 숫자는 1603년 후트만의 목록에 있는 별의 숫자입니다.

이 12개 새로운 별자리에 더하여 오늘날 아케르니르(Achernar)라고 알려진 별까지 에리다누스자리가 확장되었습니다.

 

케이저가 몸담았던 네덜란드 함대는 코르넬리스 드 후트만(Cornelis de Houtman)이 지휘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원 중 한명이었던 코르넬리스 드 후트만의 동생 프레데릭 드 후트만(Frederick de Houtman)은 자신만의 관측을 진행했죠.

1598년 시작된 2차 항해에서 코르넬리스는 북부 수마트라 아체의 술탄에 의해 살해되고, 프레데릭은 2년간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프레데릭은 감옥에 있는 동안 말레이 어를 익히고 천문관측을 계속 진행했죠.

 

1603년 네덜란드로 돌아온 후 프레데릭은 그의 관측 내용에 말레이어와 마다가스카르어 사전을 부록으로 추가하여 발행하였습니다. 
이것은 천문학적 내용이 수록된 출판물로서는 가장 희귀한 책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프레데릭은 서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첫번째 항해동안 남극점 주변에서 관측한 7개 붙박이별의 적위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두번째 항해에서 수마트라 섬에 있을때,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 그 수치를 개선하고 대상 별의 수를 늘렸다.

 

영국 천문학자 E.B.노벨(E. B. Knobel)의 천체목록 연구에 따르면 전체 별목록 중 107개는 프톨레마이오스 시절에 이미 알려진 별이지만, 프레데렉은 케이저가 측정한 별의 위치를 303개로 늘리는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

프레데릭 드 후트만의 기록에는 그 어디에서도 케이저의 공을 인정하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두 사람 간의 관계는 공통 관심사에도 불구하고 항해 중에 악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란키우스와 혼디우스가 만든 지도에서와 마찬가지로 12개 별자리로 구분된 남쪽 하늘에 대한 드 후트만의 목록은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 빌럼 얀손 블라우(Willem Janszoon Blaeu)가 1603년 별지도를 제작하는데 참고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케이저와 드 후트만 모두 12개 남반구의 별자리를 개발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별자리들은 모두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죠 (표 2 참고)
그러나 독일의 역사학자인 엘리 데커(Elly Dekker)는 새로 관측된 별들을 12개의 별자리로 나눈 공로가 사실 1597년 케이저의 관측 데이터를 전달받은 페트로스 프란키우스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경우든 간에 프란키우스가 또다른 별자리들을 개발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둘기자리의 경우는 프톨레마이오스가 큰개자리를 감싸고 있는 것으로 기록한 9개의 별들을 대상으로 프란키우스가 직접 만든 별자리죠.
프란키우스는 또한 프톨레마이오스가 기록하지 않은 희미한 별을 사용하여 외뿔소자리와 기린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프란키우스가 만든 이 3개의 별자리는 오늘날 천문학자들에 의해 그대로 받아들여진 별자리입니다.
그러나 이외에 다른 별자리들은 한구석으로 밀려나버습니다.

 

 

프레데릭 드 후트만의 별목록


프레데릭 드 후트만(1571~1627)
네덜란드의 별자리 개발자
(그림 출처 :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가장 오래된 남반구 별자리 목록은 네덜란드의 해상 탐험가인 프레데릭 드 후트만(1571~1627)이 만든 것으로 그는 수마트라에서의 관측을 기반으로 남반구 별자리 목록을 만들어 1603년 암스테르담에서 발행하였습니다.

현재 약 6개 정도의 사본이 전하는데 그 중 하나가 옥스포드 보들리 도서관에 있습니다.
이 책의 모사본이 1927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H.H.터너와 E.B.노벨에 의해 발행되기도 했죠.

이 목록에서 드 후트만은 304개 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04개 별 중 그 좌표가 기록되어 있지 않은 별은 하나 뿐입니다.(전갈자리의 꼬리에 있는 별)

서문에서 드 후트만은 1595년부터 1597년 사이 첫번째 항해 중 남반구의 별들을 관측하였고, 1598~1602년 사이의 두 번째 항해를 통해 첫번째 항해 시 수집한 목록을 수정하고 그 수를 늘렸다고 기록하였습니다.

드 후트만은 새로 기록한 12개의 남반구 별자리에 111개의 별을 추가하였습니다.

그의 별자리 목록 중에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식별한 별들도 있긴 했지만 아르고자리의 56개 별과 켄타우루스자리의 48개 별에 대한 위치를 기록하였고, 52개의 새로운 별을 추가하였습니다.

또한 드 후트만의 목록에서 남십자자리가 처음으로 독립된 별자리로 등장하였습니다. 
드 후트만이 기록한 12개의 새로운 별자리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안은 현재 해당 별자리에 대한 한글 및 라틴어 이름입니다.)

Den voghel Fenicx (봉황, Phoenix),
De Waterslang (물뱀, Hydrus),
Den Dorado (황새치, Dorado)
De Vlieghe (파리, Musca),
De vlieghende Visch (날치, Volans),
Het Chameljoen (카멜레온, Chamaeleon),
Den Zuyder Trianghel (남쪽삼각형, Triangulum Australe),
De Paradijs Voghel (극락조, Apus),
De Pauww (공작, Pavo),
De Indiaen (인디언, Indus),
Den Reygher - literally ‘the heron’ (두루미, Grus),
Den Indiaenschen Exster, op Indies Lang ghenaemt
- 문자 그대로는 '인도 까치, 인도에서는 랑이라고 부른다.'라는 뜻임 (큰부리새, Tucana).


또한 그는 예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제단자리(Ara),  아르고자리(Argo Navis), 켄타우루스자리(Centaurus), 남쪽왕관자리(Corona Australis), 남십자자리(Crux), 토끼자리(Lupus), 비둘기자리(Columba, 비둘기 자리의 경우 드 후트만은 De Duyve met den Olijftak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문자 그대로 풀면 '올리브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비둘기'라는 뜻입니다.), 전갈의꼬리자리와 남쪽에리다누스강자리를 기록하였습니다. 
남쪽에리다누스강자리의 경우 드 후트만은 여기에 ‘den Nyli’, 즉 '나일강'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드 후트만은 자신의 책 서문에서 두 번째 관측항해를 한 동기, 그리고 별목록을 출판하게 된 동기를 '적도를 지나 남쪽으로 항해하는 모든 항해사들을 위해서 그리고 천문학 또는 수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적었습니다.   

이로부터 75년이 지난 뒤 남반구의 하늘을 관측한 젊은 에드먼드 핼리의 동기 역시 이와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다음글 : 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한 사람들, 별을 이야기한 사람들(4)

 

 

번역자 주석 :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ISBN-13: 978-0718894788)
개인적으로 별자리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 번역하였는데
저처럼 별자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실 듯 하여 이곳에 공유드립니다.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