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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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전갈자리
2월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관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설날 다음날 부랴부랴 행장을 꾸려 밤늦게 조경철 천문대에 관측을 나갔는데 그 날도 관측에 집중하지 못했어. 차 안에서 설핏 잠이 들었다가 새벽 4시 반에 차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내 눈에 전갈자리가 들어왔어. 전갈자리가 바로 내 눈높이에 떠 있는 거야! 전갈자리는 정말 아름다운 별자리야. 그런데 내 눈높이에 떠 있는 전갈자리는 별지기 생활 10년이 된 나도 처음 보는 거였어. 조경철 천문대가 워낙 높은 곳에 있었던 덕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설연휴에 사람이라곤 없는 새벽 취약 시간대다 보니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빛더럼에 가려졌을 낮은 고도까지 충분히 어두워 지평선에서 솟아오르는 전갈자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
2024.02.17 -
별보기의 이상과 현실
하나는 누구나 다 아는 별보기 다른 하나는 별보는 사람만이 아는 별보기
2024.01.14 -
2024 사분의자리 별비 알현기
저는 별똥별을 좋아합니다. 별지기가 될 생각을 하기 전부터 이미 본능적으로 별똥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별지기가 된 후에도 유성우는 꼭 챙기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에 별비를 제대로 보려면 강화도 정도의 하늘로는 어림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2015년부터 최대한 어두운 곳을 찾아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멋진 별비를 만났습니다. 특히 소원보다 별똥별이 남아돌았던 2017년과 2018년 쌍둥이자리 별비는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 링크 : 2017년 쌍둥이자리 별비 알현기 2018년 쌍둥이자리 별비 알현기 ) 페르세우스 별비는 기대만큼 많은 별똥별을 만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계절이 계절인지라 추위 걱정 없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리내를 보며 낭만적인 여름밤을 만끽할 수..
2024.01.12 -
두 번째 망원경 하늘이를 만나다.
1. 저배율을 갖고 싶다. 첫눈이라 이름붙인 나의 첫 번째 망원경 C11을 들인지도 어언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저는 광학장비에 대해 아는 것은 개뿔도 없었고 더더군다나 공학 머리는 잼병인터라 첫눈이를 지탱할 안정적인 가대를 마련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열정 하나는 누구도 뒤지지 않았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첫눈이와 함께 2015년부터 메시에 마라톤에 뻔질나게 참여했고, 이슬과 서리는 물론 새벽 겨울비까지 맞으며 별지기 생활을 함께 해 왔습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2월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배율이 갖고 싶다." 그렇습니다. 이른바 복합굴절식 망원경인 첫눈이의 강점은 극강의 초점거리였습니다. 그 덕에 구현되는 시원시원한 배율은 언제나 시야를 가득..
2024.01.10 -
새해 별 많이 받으세요.
천문 블로그 빅크런치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4년 새해도 별과 행복이 가득하신 한 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2024.01.01 -
관측 준비 - 가장 행복한 시간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분다는 건 그날 하늘이 아주 맑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사인이다. 부랴부랴 천문대로 향한다. 삼각대를 펴 수평을 맞추고 엘리베이터 하프피어와 경위대를 올리고 내 망원경 첫눈이를 달았다. 차가운 날씨를 좋아하는 첫눈이가 날카로운 눈을 떴다. 나는 그제서야 옷을 갖춰 입는다. 내복 두 벌 양말 두 켤레 바지 두 벌 잠바 두 벌을 껴 입고 양말과 양말 사이는 물론 모든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 몸을 데운다. 이제 커피 한 잔을 따른다. 커피에 씀씀이 녹아든 세상 모든 행복이 모락모락 김이 되어 피어오른다.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