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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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펴고 하늘을 바라보기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 별을 보러 나갔다. 왼팔에 신경통이 심해서 큰 망원경을 옮기는 게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400밀리짜리 작은 망원경을 챙겼다. 짐도 하나씩하나씩 오른손으로만 들고 여러 번 왔다갔다해서 흰둥이에 실었다. 몸이 아플 땐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이번엔 큰 망원경을 포기했다. 한때 아무 생각 없이 산 작은 망원경이 포기의 미덕이 발휘되는 지점에서 나를 기다려 주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작은 망원경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나는 M57 가락지 성운이 별 사이에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저 보통 별처럼 숨어 있던 M57은 내가 찍어내자마자 마치 숨어 있던 아이가 술레에게 걸렸을 때 손을 툭툭 털고 나오듯 고리 모양을 드러냈다. 토성도 너무나 작게 보..
2023.07.21 -
한없이 작아지기-2023 서호주 개기일식 알현기
1. 서호주 초보. 별지기들은 누구나 남반구에 가서 머리위에 걸려 있는 미리내를 보고 싶어하죠. 그래서 호주, 특히 서호주는 예전부터 별지기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서호주는 물론 호주조차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스트 팬데믹의 첫 개기일식이 서호주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은 저에게는 서호주를 꼭 다녀오라는 계시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서호주 여행을 준비하는데 맘에 걸리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서호주 여행 정보들은 대개 '오지', '외딴 곳', '모험', '연락두절'과 같은 부정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준비를, 그것도 촘촘하게 해야 했습니다. 안쥔마님을 모시고 가야했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했죠. 그렇게 ..
2023.05.09 -
NGC 4631을 아시나요? - 소설책 출간소식
1. NGC 4631을 만나보세요. 북두칠성의 꼬리 아래 사냥개자리가 있습니다. 사냥개자리는 무려 네 개의 메시에 은하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충돌하는 두 개 은하를 볼 수 있는 M51은 너무나 유명하죠. 워낙 멋진 천체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긴 하지만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은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NGC 4631입니다. NGC 4631은 고래은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씬한 옆모습에 한쪽으로 치우친 은하중심 때문에 혹등고래를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죠. '밤하늘을 유영하는 우주고래!'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솜브레로 은하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뾰족한 느낌이 있고 M82 시거은하와도 충분히 견줄 만한 독특한 은하입니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 겨울 밤에는 자정이 지나야만 그 ..
2023.01.18 -
소금같은 사람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에서 관측회를 한다기에 만사 제쳐두고 다녀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셧다운 된 후 거의 3년 만에 열리는 관측회였습니다. 제가 처음 경남지부 관측회에 참가했을 때 느꼈던 감동이 얼마나 컸었는지 당시 느낌을 적은 글이 있습니다. 먹고 공부하고 별보라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신년관측회 엿보기 2019년 첫번째 황금월령을 맞은 2019년 1월 5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신년관측회가 열린 경남 창녕 성곡오색별빛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경남지부 신년 관측회를 옆에서 보니....흠...뭐 big-crunch.tistory.com 지금 보니 2019년 1월의 신년 관측회였네요. 시간이 많이 흘렀죠. 그 사이 사람도 세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2022.11.28 -
나도 나만의 별을 정해야겠습니다 - 사자자리별비 관측기
지난 주 목요일(17일), 사자자리별비가 내린다기에 조경철 천문대에 향했습니다. 저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 중에 별똥별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유성우는 특별히 챙기는 편입니다. 저로서는 특별한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제 망원경 첫눈이의 보정판을 청소한 일입니다. 제 망원경은 슈미트카세그레인 11인치 망원경입니다. (셀레스트론 C11) 보정판 청소가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하시겠지만 워낙 손재주가 없다보니 기계나 공구를 만지는 일은 저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정판에 기름띠 같은 얼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이것 때문에 별상 한쪽이 터지는 것 같아 더이상 뭉개고 버틸 수가 없는 상태였죠. 결국 큰 결심을 하고 이곳 별하늘지기를 비롯한 각종 유튜브 방송을..
2022.11.25 -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기
다시 별지기 생활로 돌아가면서 그때의 템포로 돌아가는데 소소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 문제들이 지난 11월 8일 개기월식 촬영을 나갔을 때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이번 목표는 풍경 사진을 제대로 한 번 찍어보는 것과 함께 망원렌즈로 월식의 전과정을 동영상촬영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풍경사진용 풀바디 카메라 두 대, 망원경에 이어붙일 크롭바디 카메라 한 대, 삼각대 3개, 스카이트래커 등,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 중 망원경을 제외한 모든 장비들을 투입했다. 이번 촬영 장소로 선택한 곳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었다. 화각을 잡기 위해 사전답사까지 했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한 화각은 문안한 화각이었다. 11월 8일 오후 3시 길을 나섰다. 날씨는 쾌청했고, 일기예보도 좋았다. 준비한 짐을 꾸역꾸역 갖다 놓고..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