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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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세상을 바라보며 행복했던 순간
지난 주말 조경철 천문대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의 조경철 천문대는 관람객이 많아 관측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별빛보다는 자동차 전조등이 넘쳐나는 장소가 되죠. 하지만 홍천 일기예보가 좋지 않아 조경철 천문대로 향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그냥 앉아나 있다 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나마 자동차가 덜 올것으로 생각한 북쪽 주차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만, 북쪽, 남쪽 할 것 없이 예상대로 자동차들이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관람시간이 끝나자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고 조경철 천문대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외로 시상도 좋고 투명도도 좋았습니다. 천정까지 떠오른 페가수스자리 대사각형에서 '작은돌고래(Delphinus Minor)'라는 자리별을 찾다가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안드로메다 은하와 M32, M110을..
2022.11.01 -
2022년 마지막 울산바위
2022년 마지막 성인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8월 방문했을때 울산바위께서 앞으로 씩씩거리고 올라오지 말라고 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습니다. 미리내도 일찍 저물고 속초의 빛공해도 서울 못지않게 엄청나고 구름도 제법 많고 게다가 미세먼지까지 심해 밤하늘을 보기엔 여러가지로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울산바위는 제 모습을 아낌없이 내 주었고 가만히 앉아 바라본 밤하늘의 별도 충분히 아름다왔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고등학교 친구 학재가 여정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등산 전문가인 든든한 친구가 옆에 있다보니 나 혼자 빡빡한 일정과 짐을 챙기던 여느때와 달리, 느즈막히 화암사에 도착해 산을 올라갔다가 자정에 내려오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친구는 오락가락하는 구름과 속초의 빛공해를 산란시키는 미세먼지 속에서..
2022.10.23 -
오래 전 942 추억 - 돌아온 탕아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뚠뚠한 제 망원경 '첫눈이'를 비롯해서 관측 장비를 두루두루 챙겨 차에 싣고 관측을 떠난게 말입니다. 그 사이 연식이 더 구려진 사람과 차와 장비가 바뀐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그 길을 따라 942로 향했습니다. 아, 물론 942 시골길 남쪽 방향에 안 보이던 철책들이 늘어서 있더군요. 아마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막기 위한 방어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진 1> 장비 설치 관리를 게을리하여 미안하기 그지 없는 나의 장비들. 그 사이 노안 때문에 손돋보기가 하나 늘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날씨라 그런지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파인더 브라켓을 찾지 못해 구걸하느라, 처음부터 많은 분들 귀찮게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방법을 고민해 ..
2022.08.29 -
한여름의 지식 파티 - IAU 부산 총회 대중강연 참관기
전세계 천문학자들이 모이는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8월 11일까지) 원래는 2020년 8월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2년 연기되었습니다. 저는 천문학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늘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을 낙으로 삼는 아마추어 천문인으로서 IAU 창립 후 10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이 큰 행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뭔가 나같은 일반인이 머리 좀 디밀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니 공개강연 프로그램이 똭! 있었습니다. 블랙홀 사진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끈 프로젝트의 책임자 셰퍼드 S. 돌먼 교수님의 강의와 우주가속팽창으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신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님의 강의가 금요..
2022.08.08 -
울산바위가 해 준 말.
드디어 때가 됐다. 오늘을 위해 지난 2개월 동안 매일 2만 보를 걸었고, 7킬로를 뺐다. 이제 나는 별지기로 돌아갈 것이다. 별지기로 돌아가기 위한 첫 장소를 설악산 성인대로 삼았다. 오늘 밤새 울산바위에 미리내가 쉬어갈 것이다. 일기예보가 참 좋다. 성인대를 마지막으로 찾은 때는 2018년 8월이었다. 무려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달라진 게 참 많다. 하지만 성인대로 오르는 길과 그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성인대 정상에 올랐다. 많이 힘들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 동안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었다. 땀으로 뒤범벅된 티셔츠를 벗고, 준비해온 방한복을 갖춰입었다. 성인대 정상은 구름 속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
2022.07.31 -
두 번째 망원경을 갖기로 했다.
내 두 번째 망원경이 벼려질 공방. 이제 견적 단계이니 아마 내년 이맘때쯤 만나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수다도 잔뜩 떨고 왔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시는 분들의 모습에 배움과 용기, 위안을 얻었다. 새로 태어날 두 번째 망원경 이름은 일단 가칭이긴 하지만 '하늘이'로 정했다. 올해 내 곁을 떠나간 하늘이를 이렇게나마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에서다. 모쪼록 멋진 망원경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202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