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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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가 해 준 말.
드디어 때가 됐다. 오늘을 위해 지난 2개월 동안 매일 2만 보를 걸었고, 7킬로를 뺐다. 이제 나는 별지기로 돌아갈 것이다. 별지기로 돌아가기 위한 첫 장소를 설악산 성인대로 삼았다. 오늘 밤새 울산바위에 미리내가 쉬어갈 것이다. 일기예보가 참 좋다. 성인대를 마지막으로 찾은 때는 2018년 8월이었다. 무려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달라진 게 참 많다. 하지만 성인대로 오르는 길과 그 분위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성인대 정상에 올랐다. 많이 힘들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 동안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었다. 땀으로 뒤범벅된 티셔츠를 벗고, 준비해온 방한복을 갖춰입었다. 성인대 정상은 구름 속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
2022.07.31 -
두 번째 망원경을 갖기로 했다.
내 두 번째 망원경이 벼려질 공방. 이제 견적 단계이니 아마 내년 이맘때쯤 만나게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나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수다도 잔뜩 떨고 왔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시는 분들의 모습에 배움과 용기, 위안을 얻었다. 새로 태어날 두 번째 망원경 이름은 일단 가칭이긴 하지만 '하늘이'로 정했다. 올해 내 곁을 떠나간 하늘이를 이렇게나마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에서다. 모쪼록 멋진 망원경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2021.12.18 -
2021 나홀로 메시에마라톤
봄이 왔습니다. 별지기는 망원경을 접기 전 떠오르는 미리내로 봄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봄의 한복판에 별지기들이 함께 어울리는 파티가 있습니다. 바로 메시에마라톤입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시에마라톤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아직 코로나19가 한창입니다. 모든 별지기 분들의 건강한 별보기를 간절히 기원드립니다. 작년 춘분 때 설마, 내년에도 메시에 마라톤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춘분, 내년에 메시에 마라톤을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러다보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시에 마라톤을 해야 되겠다. 나 혼자만이라도, 그렇게 나홀로 메시에 마라톤이 시작되었습니다. 3월 13일 토요일. 중부지방은 미세먼지와 구름이 잔뜩 낀..
2021.04.10 -
별과 기다림
별을 만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다만 비가 올 뿐. 별과 기다림은 같은 단어입니다. 원래 사랑하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입니다.
2020.07.13 -
황매산 3
법평리 다락논을 밟고서 한여름 높은 구름이 올라왔다. 구름을 막고 물었다. 일기예보에 당신이 안올거라고 했는데요? 구름이 답했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미리내를 물청소하는 날입니다. 고작 4.2광년 거리의 프록시마 센타우리 b에 이미 한 달 전에 공지도 했어요. 상심에 빠진 나에게 구름의 끝자락이 위로하며 말했다. 미리내를 헹구면 그 물을 드릴게요. 그곳에 빠지면 별빛을 만끽할 수 있어요. 차단... 미리내가 물에 빠졌다. 난 네게 빠졌다.
2020.07.13 -
채울집에 볕든 날
누추하기 그지없는 저의 집 채울집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피곤에 지쳐 잠든 밤 문득 눈을 떴을 때 채울집 작은 방안은 온통 별빛이 가득했습니다. 세상이 젖어버린 장마철 채울집을 찾아준 별빛 덕분에 차가운 방이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별은 구름 때문에 빛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별이 훨씬 높은 곳에서 빛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20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