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6. 21:50ㆍ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난 겁쟁이다.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았다.
처음 별을 보러 나갔을 때,
나는 아직 어둠이 채 깔리지 않은 강화도 강서 중학교 운동장에 혼자 서 있는 것도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별이 보고 싶어서
관측을 나갈 때마다 온라인 카페 번개 게시판에 관측을 나간다고 올리곤 했다.
누군가가 와 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별지기 소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운이 좋아 함께 관측을 나갈때는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날이 좋음에도 아무도 관측을 나가지 않을 때는
누군가가 관측을 나가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밤하늘을 만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밤하늘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을
과연 별지기의 행동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결국 혼자 밤하늘 아래 서기로 했고,
2017년 8월, 황매산에서 처음으로 홀로 밤을 새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혼자 밤하늘 아래 나간다.
비록 홀로 밤하늘 아래 있었던 시간과 장소가 무수히 늘어났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해가 지고, 노을이 가라앉고
사방이 어둠이 잠기기 시작하면
나는 여전히 엄습하는 공포에 긴장을 한다.
한창 밤이 계속되면
마치 잠을 잘 때 언뜻언뜻 잠에서 깨는 것처럼
언뜻언뜻 공포가 깨어난다.
나는 한때
내가 밤하늘의 공포를 완전히 이겨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떤 일에서건
대가를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아는 지금은
밤하늘에 도취되어 앉아 있는 내 어깨에
공포가 내려 앉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공포가 없었다면
내가 가슴 아리게 회상하는 그 밤이
그토록 아름답게 기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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