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7. 16:17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모든 사람들이 지구본에 익숙합니다.
반면 별지기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별지도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죠.
그러나 별지도를 그려온 사람들 역시 땅지도를 그려온 사람들과 동일한 문제, 즉 곡면을 어떻게 평평하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현존하는 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별지도는 구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별지도에 새겨진 별자리는 바라보는 사람이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즉, 별자리가 우리가 보는 것과 달리 좌우가 뒤바뀌어 있다는 것입니다.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the Museo Archeologico Nazionale)에는 아틀라스가 어깨에 천구를 짊어진 대리석상이 있습니다.
이 천구의에 별자리가 거울상으로 새겨져 있죠.
이 조각상은 후에 알레산드로 파르네세(Alessandro Farnese) 추기경의 이름을 따서 파르네세 아틀라스(the Farnese Atlas)라 불립니다.
파르네세 추기경이 이 조각상을 얻은 것은 1592년입니다.
그는 이 조각상을 로마 파르네세 궁에 전시했죠.
파라네세 아틀라스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구의입니다.
역사가들은 이 조각상이 2세기에 로마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조각상이 기원전 2세기 경 만들어진 그리스의 조각상을 본따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기원전 2세기라면 아라토스가 파이노메나를 저술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죠.
따라서 파르네세 아틀라스가 들고 있는 천구의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상상한 하늘의 별자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알려주는 유일한 천구의라 할 수 있습니다.
파르네세 아틀라스 (the Farnese Atlas) |
그림 1> 2미터 높이의 이 대리석상은 2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고대 그리스 별자리가 얕은 돋을새김으로 새겨진 천구의를 아틀라스가 짊어지고 있는 모습니다. 다만 각 별자리는 후기의 천구의와 달리 별자리 형태만 새겨져 있을 뿐이며 개개 별은 표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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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루이 필립 부아타르(Louis-Philippe Boitard, 1733~1758)가 두 개의 반구도로 그려낸 이 그림은 파르네세 아틀라스 천구의에 새겨진 별자리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왼쪽 반구의 정 중앙은 추분점이며 오른쪽 반구의 정 중앙은 춘분점입니다. 중앙을 수평으로 가로지른 선은 천구의 적도이며 두 개 분점을 가로지른 띠는 황도대입니다. 왼쪽 반구도 상단 왼쪽에 뭉개진 것처럼 보이는 검은 회색 부분은 훼손된 부분이며 오른쪽 반구도 남쪽에 보이는 같은 부분은 아틀라스의 어깨가 가리고 있는 부분으로서 궁수자리와 염소자리 일부를 가리고 있습니다. 왼쪽 반구도 아래에 비어 있는 부분은 지평선에 가려 별자리가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
파르네세 아틀라스의 천구의
고대 그리스 별자리를 시각화한 가장 오래된 그림은 무릎을 꿇고 천구의를 어깨에 짊어진 아틀라스를 조각한 대리석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교황 바오로 3세의 손자이자 열렬한 골동품 수집가였던 알레산드로 파르네세 추기경은 1592년 이 대리석상을 사들였습니다.
그는 이 조각상을 자신의 로마 궁전에 전시했고 이후 이 조각상은 파르네세 아틀라스(the Farnese Atlas)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오늘날 이 조각상은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조각상은 서기 150년 경 로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조각상이 모사하고 있는 원래 그리스 조각상은 프톨레마이오스 시대보다 훨씬 전에 제작된 것으로 아마도 기원전 2세기 히파르코스(Hipparchus)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원래 조각상이 어느 시대에 만들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 천구의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이 상상한 하늘과 아라토스가 파이노메나에서 그린 하늘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구의에는 그 어떤 별도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별자리 그림만이 얕은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죠.
천구의에는 또한 천구의 적도와 황도와 같은 천구상의 주요 궤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천구의는 천구의 표면에 새겨진 별자리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에서 바라보는 별자리와는 좌우가 뒤바뀐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직경 65센티미터의 이 천구의는 과학적 목적으로 조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성은 많이 떨어집니다.
파르네세 아틀라스는 천구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늘을 짊어져야 하는 형벌을 받은 아틀라스에 초점이 맞추어진 조각상입니다.
아마도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디오도로스 시켈로스(Diodorus Siculus)가 말한 '아틀라스는 별들이 구형으로 도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라는 신화를 알려주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파르네세 천구의에 새겨진 별자리
파르네세 천구의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 중 세 개가 빠져 있습니다.
조랑말자리와 화살자리, 삼각형자리로서 모두 작은 별자리죠.
이 천구의가 제작된 것은 프톨레마이오스보다 훨씬 이전 시대이기 때문에 조랑말자리는 애초에 없었던 별자리인지도 모릅니다.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전체, 그리고 용자리 일부는 천구의 북극 부근의 훼손으로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가장 남쪽에 있는 남쪽물고기자리는 아틀라스의 어깨에 가려져 보이지 않죠.
파르네세 천구의를 평사도법으로 그려낸 위 그림은 프랑스 조각가 루이 필립 부아타르가 그린 것입니다.
영국 역사가 조셉 스펜스(1699~1768)가 로마의 시와 예술을 담아 1747년 발행한 폴리메티스(Polymetis)에 실린 그림이죠.
이보다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비슷한 그림이 1739년 리처드 벤틀리(Richard Bentley)가 편집한 마닐리우스의 아스트로노미카에도 등장합니다.
부아타르의 그림은 스미스소니언의 역사학자 데보라 진 워너(Deborah Jean Warner)가 별지도에 대해 쓴 개론서인
<인류가 바라본 하늘(The Sky Explored)>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워너의 책에는 벤틀리의 그림이 대신 들어가 있죠.
이 그림에서 부아타르는 아틀라스의 오른손에 의해 가려져 있는 작은개자리를 직접 그려넣었고,
마찬가지로 아틀라스에 왼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천칭자리의 북쪽 접시와 전갈의 머리 부분을 채워 그렸습니다.
그림 3> 파르네세 천구의를 원래 조각에 충실하게 그려낸 그림 |
이를 감안해보면 파르네세 천구의가 만들어지던 시절에 이미 천칭자리의 두 개 접시가 전갈자리의 두 개 집게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아라토스와 에라토스테네스 시절에 묘사된 별자리와 동일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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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붉은 색 원은 그림 2와 그림 3 사이에 차이가 있는 부분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림 2와 3의 좌우반구가 바뀌어 있음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부아타르는 해당 지점에 작은개자리(왼쪽), 천칭자리의 접시 하나와 게자리의 머리 부분(오른쪽)을 보강하였습니다. |
파르네세 천구의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게자리 북쪽에 창틀 비슷한 형태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에 상응하는 별자리는 없죠.
형태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혜성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무엇을 묘사한 것인지에 대한 만족할만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건 이 조각상을 만든 사람만이 알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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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파르네세 천구의에만 보이는 특이한 별자리 (붉은 색 원) |
독일학자 게오르그 틸레(Georg Thiele)는 1898년 출판한 자신의 책 <안티케 히벨스빌더(Antike Himmelsbilder)>에 파르네세 천구의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실었습니다.
이 책은 휴 서스톤(Hugh Thurston)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었습니다.
다음글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2. 아스트롤라베(astrolabe)
번역자 주석 :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그림 3, 4, 5는 이해를 위해 번역자가 추가한 그림입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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