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하다 9. 프랜시스 베일리와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

2024. 9. 24. 12:271. 별과 하늘의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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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의 염주(Baily’s Beads)라는 천문현상에 이름을 남긴 프란시스 베일리(Francis Baily, 1774~1844).
그는 오늘날 별자리의 수와 이름을 확정하는데 영향을 끼친 별목록 작성자이기도 합니다. 

토마스 필립스(Thomas Phillips, 1770~1845)가 그린 이 초상화는 베일리 자신이 설립한 영국왕립천문학회 도서관에 걸려 있습니다.

 

천문학 역사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면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별목록은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British Association Catalogue, 약어 BAC)으로 알려진 <첨단 과학을 위한 영국학술협회의 별목록(The Catalogue of Stars of the 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입니다. 

1845년 출간된 이 별목록을 기획한 사람은 프랜시스 베일리(1774~1844)입니다. 
베일리는 주식중계인, 보험계리사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베일리의 위치 천문학에 대한 식견은 전문 천문학자만큼이나 뛰어났습니다.  

베일리의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88개 별자리가 선정되고 명명되는데 영향을 끼쳤습니다. 
맨눈으로 관측가능한 온하늘 별목록 개론서라 할 수 있는 이 목록은 반세기 후인 1908년 <하바드 개정 측광 목록(the Harvard Revised Photometry catalogue)>이 나올 때까지 선도적인 별목록이었습니다. 

베일리의 염주 

프랜시스 베일리는 1831년 설립된 영국왕립천문학회(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RAS)의 전신인 런던천문학회(the Astronomical Society of London, ASL, 1820)의 설립멤버입니다.  
베일리는 런던천문학회 설립 후 첫 3년 동안 서기로 재직했으며 런던천문학회에서 한 번, 영국왕립천문학회에서 총 세 번 대표로 재직했습니다. 
경제활동으로 많은 부를 쌓은 그는 51세가 되던 1825년 은퇴하였으며 이후 여생을 천문학에 헌신하였습니다.

베일리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 중 하나는 일식이었는데, 일식은 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836년 5월 15일, 스코트랜드 남부, 제드버러(Jedburgh)에서 금환일식을 관측한 베일리는 
달이 태양을 가렸을 때 테두리를 따라 마치 염주알이 늘어서 있듯이 선명하게 늘어선 빛점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달표면 산맥에 의해 태양빛이 만든 둥근 고리가 군데군데 끊어진 듯 보이는 이 현상은 이전에도 관측된 바 있지만
베일리가 영국왕립천문학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처럼 상세하게 묘사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이 현상은 '베일리의 염주(Baily’s bead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일리가 역점을 둔 것은 관측이 아니었습니다. 
베일러의 강점은 수학적 재능을 활용하여 별목록을 분석하고 다듬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증권거래소에서 생명보험과 연금보험을 다루면서 활용한 재능이었죠. 
베일리는 그 재능을 천문학에 활용하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별의 영원함으로 바꾸어냈습니다. 
존 허셜(John Herschel)은 베일리를 '완벽한 천문 계산기'로 묘사하였습니다. 
베일리의 천문학 지식 중 상당부분이 독학으로 얻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런던천문학회 목록 (The Astronomical Society of London’s catalogue , 1826)

베일리는 런던천문학회에서 첫번째 별목록을 완성하였으며 이 별목록은 1826년 출판되었습니다. 
<주요 별에 대한 일반 목록(General Catalogue of the principal Stars)>라는 제목의 이 목록은 런던천문학회목록(the Astronomical Society of London Catalogue)으로 알려져 있으며 줄여서 ASC라 부릅니다. 

베일리의 목표는 특정 밝기 등급까지 그 위치가 정확하게 알려진 모든 별을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특정 밝기 등급이란 '온하늘에 걸쳐 있는 5등급 및 그보다 밝은 별',  '하늘의 적도 기준 30도 폭 이내에 있는 6등급 및 이보다 밝은 별', '황도대 기준 10도 폭 이내에 있는 7등급 및 이보다 밝은 별'을 말합니다.  
이 기준으로 담긴 별 수는 2,881개였습니다. 

별의 위치와 밝기 등급은 여섯 명의 관측가가 기존에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였는데 영국왕립천문학자인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와 제임스 브래들리(James Bradley), 프랑스의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Nicolas Louis de Lacaille), 독일의 토비아스 마이어(Tobias Mayer), 이탈리아의 주세페 피아치(Giuseppe Piazzi), 헝가리의 프란츠 하비에르 폰 자크(Franz Xaver von Zach)가 그들입니다.

별의 위치는 적경 순서에 따라 배열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즉 프톨레마이오스부터 플램스티드까지의 별목록은 모두 전통에 따라 별자리 기준으로 분류되었었죠.
또한 모든 별의 위치는 1830년 기준으로 조정되었습니다. 

베일리의 별목록에 별자리 기준의 인덱스를 추가한 이는 베일리의 동료이자 런던천문학회의 서기로 재직한 바 있는 윌리엄 사무엘 스트라포드(William Samuel Stratford, 1791~1853)입니다. 

런던천문학회목록(1826)에 등재된 첫 번째 다섯 천체 목록을 담은 천문표 일부










첫 페이지에는 별자리와 그 별자리에 포함된 별이 식별을 위한 알파벳 또는 번호와 함께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별의 밝기가 등장하고, 1830년 기준 적경, 연주세차, 세차 운동에 따른 적경 변경을 계산하기 위한 네 개 상수값, 광행차와 지구자전축으로 인한 장동값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래 페이지에는 별의 적위와 세차가 앞서와 같이 계산을 위한 네 개 상수값과 함께 등장합니다. 
오른쪽으로 추가되어 있는 숫자는 다른 이들이 제작한 별목록 참조 컬럼으로 브래들리와 피아치, 라카유와 토비아스 마이어, 본 자크, 헤벨리우스의 목록에서 찾아보기 위한 번호를 붙여놓은 것입니다. 


런던천문학회목록은 별목록의 기본서라는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목록을 이용하여 다른 천체의 위치를 추론할 수 있는 참고가 되길 의도했고 실제 신뢰성이 들쭉날쭉하고 이용가능성에 제약이 있던 여러 목록을 참고해야 했던 실무 관측가들에게 환영받았죠. 

당대 최초의 딥스카이 관측가라 할 수 있는 존 허셜(John Herschel)은 런던천문학회목록을 '충분히 의지할만한 목록'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런던천문학회목록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확성을 높이고자 했던 후계자들을 향해가는 첫 번째 발걸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북반구는 물론 남반구에서도 개인 천문대와 전문 천문대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런던천문학회목록에 일정부분 자극을 받아 
정확도와 완성도 모두에서 현격한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베일리는 자신이 만든 새로운 목록을 1837년 팸플릿 형태로 자비출간하였습니다. 
그해 말, 첨단 과학을 위한 영국학술협회( the 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리버풀 회의에서 이 목록의 출판과 그 준비를 위한 기금마련에 합의하였습니다. 
베일리는 다시한번 책임을 맡게 되었고 항해력 사무소(the Nautical Almanac office)의 리처드 팔리(1810~1879)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리처드 팔리는 대부분의 통상적인 계산을 담당했습니다.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The British Association Catalogue, BAC, 1845)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의 정식 제목은 <첨단 과학을 위한 영국학술협회의 별목록(The Catalogue of Stars of the British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입니다. 
이 목록은 1845년 출판됐죠.  

이 목록에는 1850년 1월 1일 기준의 위치정보를 담은 총 8,377개 별이 담겨 있습니다.
런던천문학회목록보다 세 배나 많은 숫자죠. 

베일리는 목록 중에서 최상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32개 별목록을 서문에 실었습니다. 
베일리는 이 목록에 맨눈으로 관측가능한 한계인 6등급 이하의 모든 별과 황도대 폭 10도 이내에서 7등급에 해당하는 별까지 담아내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록 구성은 런던천문학회목록과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었는데 각 별의 연간 고유 운동(annual proper motion)을 보여주는 컬럼을 하나 더 추가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표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은 런던천문학회목록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차운동에서 좀더 장기적인 변화를 볼 수 있는 컬럼을 추가하였는데 바로 극점과 가까이 있는 주요 별을 특정하고 해당 별의 고유 운동을 기록한 것입니다. 

아래 페이지 첫 컬럼에 보면 적위 컬럼이 북극점과의 거리로 대체되어 +, - 적위 기호가 사라져 있습니다. 

다른 별목록 참조 컬럼에는 토마스 글랜빌 테일러(Thomas Glanville Taylor)와 토마스 맥두걸 브리스베인(Thomas Makdougall Brisbane)의 목록 참조 컬럼이 추가되었습니다. 

 

베일리가 이 작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는지는 이 목록을 1908년 하바드 천문대가 발행한 하바드 개정 측광 목록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바드 개정 측광 목록에는 6.5등급보다 밝은 9,110개 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목록은 1879년부터 1906년까지 캠브리지와 메사추세츠, 페루 아레키파에 있는 천문대에서 관측한 자료를 기반으로 구성되었으며, 북극에서 남극까지 모든 하늘에 있는 별이 일관된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베일리의 자료는 불가피하게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재했고 불완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바드 개정 측광 목록에 담긴 별의 90% 이상을 포함하고 있었죠. 

하바드 개정 측광 목록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온하늘 별목록의 정점에 서 있는 <예일밝은별목록(the Yale Bright Star Catalogue)>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베일리에 의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별자리 가다듬기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은 위치천문학에 기여한 공헌뿐 아니라 별자리 선정하고 이름을 짓는 체계를 합리화하는데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의 천문표에 기록되어 있는 바와 같이 프란시스 베일리가 꼽은 별자리는 총 87개입니다. 
오늘날의 별자리와 비교하여 딱 한 개 차이가 있죠.

그 87개 별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프톨레마이오스자리는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켄타우루스자리에서 남십자자리를 분리시켰죠. 
아르고자리는 용골자리와 고물자리, 돛자리로 구분하였습니다. 이는 라카유의 분리를 그대로 채용한 것입니다. 
요하네스 헤벨리우스와 페트루스 플란키우스의 별자리 10개를 수용하였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별자리는 기린자리와 사냥개자리, 비둘기자리와 머리털자리, 도마뱀자리와 작은 사자자리, 살쾡이자리와 외뿔소자리, 육분의자리와 여우자리입니다. 
네덜란드 항해가 케이저와 드 후트만의 12개 남반구 별자리를 수용하였고 라카유의 14개 별자리도 수용하였습니다. 
다만 라카유의 별자리를 수용하면서 한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나침반자리(Pyxis)를 돛대자리(Malus)로 삼은 것이 그것입니다. 이는 존 허셜(John Herschel)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입니다만 결국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의 별자리에는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별자리와 비교해서 베일리의 별자리에 빠진 한 개 별자리는 바로 헤벨리우스가 정치적 동기에 의해 만든 별자리인 소비에스키의 방패자리(Scutum Sobiescianum)입니다. 
이 별자리는 영국의 왕립천문학자였던 존 플램스티드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 이 별자리가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 천문학자 벤자민 굴드(Benjamin Gould)에 의해서입니다. 굴드는 자신의 아르헨티나 천체도 별목록(Uranometria Argentina catalogue, 1879)에 이 별자리를 단순하게 '방패자리(Scutum)'로 포함시켰습니다.)

베일리는 존 허셜의 제안을 받아들여 라카유가 복합 문장으로 명명한 별자리 이름을 한 단어로 정리했습니다. 
이에 따라 '풍력에 의한 공기펌프자리(Antlia Pneumatica, 안틀리아 프네우마티카)'는 단순히 '공기펌프자리(Antlia)'로,
'조각가의 도구자리(Apparatus Sculptoris, 아파라투스 스컬프토리스)'는 '조각실자리(Sculptor)'로,
'조각가의 칼자리(Caelum Scalptorium, 카일룸 스칼프토리움)'은 '조각칼자리(Caelum)'로,
'화가의 조랑말자리(Equuleus Pictorius, 에꿀레우스 픽토리우스)'는 '화가자리(Pictor)'로, 
'화학연구를 위한 화로자리(Fornax Chimiae, 포르낙스 키미아이)'는 '화로자리(Fornax)'로,
'책상을 닮은 산자리(Mons Mensae, 몬스 멘사이)'는 '테이블산자리(Mensa)'로,
'물고기인 날치자리(Piscis Volans, 피스키스 볼란스)'는 '날치자리(Volans)'로 단순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화된 별자리 이름은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베일리는 또한 헤벨리우스가 명명한 '여우와 거위자리(Vulpecula cum Ansere)'도 간단하게 '여우자리(Vulpecula)'로 표기했습니다. 

베일리는 별자리에서 4.5등급 이상 밝은 별이지만 그리스어 알파벳이 할당되어 있지 않은 별에 알파벳을 할당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별자리는 기린자리(Camelopardalis)와 사냥개자리(Canes Venatici), 머리털자리(Coma Berenices)와 도마뱀자리(Lacerta), 작은사자자리(Leo Minor)와 살쾡이자리(Lynx), 외뿔소자리(Monoceros)와 여우자리(Vulpecula)입니다.
하지만 이 작업 중에 베일리답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작은사자자리에는 알파를, 외뿔소자리에는 알파와 베타 모두를 빠뜨리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베일리는 자신의 업적이 출판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베일리가 사망한 1844년에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은 아직 인쇄 단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략 650여 개 별에 대한 각주를 달지 못한 것만 빼고는 모든 작업을 완료한 상태였죠. 
베일리의 작업은 그의 오랜 협력자였던 윌리엄 사무엘 스트래트퍼드(W. S. Stratford)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다음글 : STAR TALES 1장 - 별을 기록하다 10. 굴드와 아르헨티나 천체도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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