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5. 피콜로미니 별지도

2024. 10. 3. 12:01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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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알레산드로 피콜로미니(Alessandro Piccolomini, 1508~1579)는 <드 레 스텔레 피세(De le stelle fisse, 붙박인 별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소책자를 발간했습니다. 
여기에는 프톨레마이오스 48개 별자리 중 47개가 포함되어 있으며 알마게스트에 실린 별목록 중 5등급 이하의 별목록이 함께 실렸습니다. 
(빠진 별자리 하나는 조랑말자리입니다. 

 조랑말자리가 빠진 이유는 밝은 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조랑말자리에 4개 별을 기록하였는데 그 밝기는 하나같이 '희미한'이라고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피콜로미니가 비록 대충 베껴온 듯 보이긴 하지만 그의 책은 별지도 꼴을 갖춘 첫 번째 저작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와 동료들이 그린 천구의 모습이 한 장으로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라틴어가 아닌, 토착어인 이탈리아어로 출판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10쇄 이상 발행되었습니다. 
이 책은 종종 피콜로미니의 나중 저작인 <드 라 스페라 델 몬도(De la sfera del mondo, 세계라는 구체에 대하여)>와 함께 묶여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뒤러가 동일 별자리에 속한 별에 번호를 매기지 않았던 반면 - 프톨레마이오스의 원 저작에는 각 별의 순서가 매겨져 있습니다. - 피콜로미니는 라틴어 소문자로 가장 밝은 별에 표시를 매겼습니다. 
물론 피콜로미니의 작업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작은곰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 고래자리에서는 라틴어 대문자로 표시를 매겼죠.
이 세 개 별자리에서 일관성을 지키지 않은 이유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그저 인쇄공의 단순한 실수일 가능성도 있죠. 
 
별에 라틴어 알파벳을 매긴 피콜로미니의 혁신적인 업적은 요한 바이어(Johann Bayer)의 바이어 명명법 보다 무려 60년 이상을 앞 선 것이었습니다. 

그림 1 : 피콜로미니 별지도의 오리온자리


<드 레 스텔레 피세(De le stelle fisse, 붙박인 별에 대하여)> 에 등장하는 오리온자리 별지도

각 별의 크기 차이는 밝기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서 1등급부터 4등급까지의 별이 등장합니다. 

베텔게우스에는 라틴어 소문자 'a'가, 리겔에는 'b'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오리온의 허리띠를 구성하는 세 개 별에는 각각, c, d, e가 할당되어 있습니다. 
'f'로 표기된 것은 벨라트릭스입니다. 

오리온의 방패를 구성하는 네 개 별에는 g, h, i, k가 할당되어 있으며 에타별은 'l', 사이프는 'm'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j'는 빠져 있습니다. 
몇몇 판본에서는 'i'와 'l'이 빠져 있기도 한데 이는 인쇄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parte verso il polo'는 '북쪽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즉 위쪽이 북쪽입니다. 
'verso dove'는 '앞서가는 쪽', 'donde'는 '따라가는 쪽', 즉 각각 동쪽과 서쪽을 가리킵니다. 
지구의 자전을 따라 별자리가 움직이는 방향을 표시한 것입니다. 

이 그림은 1579년 판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뒤러가 별자리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즉 거울상으로 그려낸 것에 반해 피콜로미니는 하늘에 나타나는 모양을 그대로 그렸습니다.
따라서 피콜로미니의 별자리 그림이 관측자에게는 좀더 유용했습니다. 

별의 크기는 네 종류로 그려졌습니다. 
이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록에 기반하여 1등급부터 4등급의 별을 기록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피콜로미니는 몇몇 별자리에서는 그 형상을 구성하기 위해 5등급 별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결과 피콜로미니의 별지도에 등장하는 별 수는 621개입니다. 
피콜로미니는 소책자에서 각 별자리에 대한 설명과 455개 별을 담은 축소형 별목록을 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피콜로미니 별지도에는 많은 약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약점은 북쪽이 항상 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그림은 방향이 틀어져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페이지에 딱 맞게 그림을 넣기 위해서였습니다. 

 

방향을 알 수 있는 좌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피콜로미니는 북쪽방향(Parte verso il polo), 앞서가는 방향(verso dove), 뒤따르는 방향(donde)이라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별자리를 그리는 데 스케일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체 별자리의 맥락을 보여주는 한장짜리 온하늘 별지도가 있었다면 유용했을텐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또한 피콜로미니의 별지도에는 뒤러나 페터 아피안과 달리 신화적 형상을 그려낸 그림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콜로미니의 별지도가 비록 당대에 인기를 끌긴 했지만 이후 등장하는 바이어와 헤벨리우스, 플램스티드와 보데의 유명한 별지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림 2 : 피콜로미니 별지도의 큰곰자리


피콜로미니는 큰곰자리에서 별의 밝기를 기준으로 순서대로 철자를 매기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의 밝기 측정치 자체가 정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각 별자리 그림은 페이지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스케일이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아래쪽에 참고를 위한 척도치를 제시했죠. 

이 별지도에서 북쪽은 상단 좌측입니다. ( parte verso il polo 가 기록된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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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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