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3. 고래자리

2024. 10. 17. 16:27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Ceti
약어 표기 : Cet
별자리 크기 순위 : 4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Κῆτος(케토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고래자리, 고래좌, 경좌(鯨座)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의 아내인 카시오페이아가 네레이드라 불리는 바다의 님프들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자만을 부렸을 때 카시오페이아는 그리스신화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별자리에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포세이돈은 모욕 당한 네레이드의 보복을 위해 무시무시한 괴물을 보내 케페우스의 나라를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다의 용으로 등장하는 이 괴물이 바로 고래자리입니다. 

케페우스가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암몬 신전에 신탁을 청한 결과 딸 안드로메다를 희생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신탁을 받았습니다. 
안드로메다는 오늘날의 텔아비브인 '조파'의 절벽에 묶여 고통스러운 운명에 맞닥드려야 했습니다.

신화작가들은 이 괴물을 떡벌어진 주둥이와 뭍짐승의 앞발, 온통 비늘로 뒤덮힌 몸통에 똬리를 틀고 있는 괴물로 묘사하였습니다. 
하지만 별지도에 그려진 고래의 모습은 무섭다기보다는 해학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고래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죠. 

그 이유는 같은 별자리를 일컫는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의미차이 때문입니다. 
케투스(Cetus)라는 라틴어 단어가 '고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 별자리는 '고래'라고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어 케토스(Κῆτος)는 '거대한 수생 생명체' 또는 '바다괴물'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고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안드로메다는 마치 거대한 배가 파도를 일으키며 다가오듯 자신에게 다가오는 괴물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렸습니다. 
바로 그 때, 페르세우스가 나타납니다. 
페르세우스는 마치 독수리처럼 이 괴물의 등뒤에 내려앉아 괴물의 오른쪽 어깨에 칼을 찔러넣었습니다.  
상처를 입은 괴물은 고통과 분노에 몸통을 비틀며 아가리를 벌려 페르세우스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딱딱한 비늘로 뒤덮힌 괴물의 등과 꼬리를 지속적으로 찔러댔습니다.  
결국 괴물은 피를 내뿜으며 오래된 배가 침몰하듯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페르세우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괴물의 사체를 끌어올려 가죽을 벗겨낸 후 그 뼈를 전시하였다고 합니다. 

 


그림 1 
알프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별지도 판화에 담긴 고래자리(1515)

 


그림 2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고래자리

 


그림 3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고래자리

 




그림 4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고래자리

 


그림 5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의 고래자리
고래자리에 '바다괴물(Monstrum Marinum)'이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놀라운 별, 미라와 고래자리의 별

괴물이라는 존재감에 걸맞게 고래자리는 밤하늘에서 4번째로 큰 별자리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주목을 끄는 별은 없습니다. 

고래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2등급의 고래자리 베타(β)별입니다. 
IAU에서 지정한 이 별의 공식 명칭은 디프다(Diphda)인데 이 말은 아라비아어로 한 쌍의 개구리 중 '두 번째 개구리'를 의미하는 알-디프다이(al-ḍifdi’)에서 온 말입니다. 
참고로 한 쌍의 개구리 중 첫 번째 개구리는 포말하우트(Fomalhaut)입니다. 

 

고래자리 베타별은  '데네브 카이토스(Deneb Kaitos)'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바다괴물의 꼬리'를 의미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이 별을 꼬리지느러미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별로 묘사하였습니다.
반대로 꼬리지느러미의 북쪽에 있는 별은 고래자리 요타(ι)별입니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는 자신의 별지도(1515)에서 고래자리를 양갈래로 갈라진 꼬리를 가진 거대한 물고기로 묘사했습니다. (그림 1)
이에 반해 바이어는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서 말린 꼬리를 가진 괴물로 묘사하며 베타별을 휘어감긴 꼬리 부분에, 그리고 요타( ι )별을 꼬리 지느러미에놓았습니다. (그림 2)

고래자리 알파(α)별은 '멘카르(Menkar)'라 합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콧구멍'을 의미하는 알 민카르(al-minkhar)에서 온 말입니다. 
하지만 이 별의 위치는 바다괴물의 턱에 있기 때문에 잘못 적용된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에 따르면 바다괴물의 콧구멍에 해당하는 별은 고래자리 알파별의 북쪽에 있는 별인 고래자리 람다(λ)별입니다. 

고래자리에서 가장 유명한 별은 고래자리 오미크론(ο)별입니다. 
'미라(Mir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별이죠. 
이 별은 바다괴물의 목에 위치합니다. 

'미라'라는 이름 자체가 '놀라운', '멋진'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이 별의 밝기가 변하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미라는 적색거성이며 이 별의 밝기 변화는 크기의 변화 때문입니다. 
미라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지만 가장 희미해졌을 때는 쌍안경이나 망원경 없이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나 티코는 이 현상을 주목할 수 없었죠. 


미라를 처음 기록한 이는 1596년, 독일 천문학자인 다비드 파브리키우스(David Fabricius, 1564~1617)입니다.  
하지만 밝기 변화가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1638년에 가서야 네덜란드 천문학자 요한 포켄스 홀바르다(Johann Fokkens Holwarda, 1618~1651)에 의해 밝혀지죠. 

이 별에 '미라(Mira)'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폴란드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입니다. 
이 별을 언급한 보고서의 제목이 'Historiola mirae stellae' 즉, '놀라운 별의 이야기'였습니다.(1662)

 

당시 알려진 변광성은 미라가 유일했습니다. 
헤벨리우스는 자신의 관측기록에서 이 별의 밝기를 언급하고 이 별의 위치를 적은 후 'Nova'라는 라벨을 달았습니다. 
보데는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에서 이 별에 '변광성 1596 (variabilis 1596)'이라는 라벨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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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