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9.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와 전통의 종말

2024. 10. 10. 14:24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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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램스티드의 별목록과 별지도는 천문학에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3장부터 다룰 88개 별자리 삽화에 플램스티드 별지도 삽화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인용한 것이 고전적 삽화를 사용한 위대한 별지도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죠.  

우라노그라피아의 정식 이름은 '최신, 최고의 천문 관측을 20개 목판으로 담아낸 별지도 또는 천문도'라는 뜻을 가진 
'Uranographia sive astrorum descriptio viginti tabulis oeneis incisa ex recentissimis et absolutissimis Astronomorum 
observationibus(우라노그라피아 지베 아스토룸 데스크립시오 비긴티 타불리스 오이네이스 인키사 엑스 레켄티시미스 앳 압솔루티시미스 아스트로노모룸 옵세르바시오니부스)'입니다. 

이 별지도는 베를린 천문대 감독관이었던 요한 엘레르트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에 의해 출판되었습니다.
우라노그라피아는 2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797년부터 다섯 개 부분으로 나뉘어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출판이 완료된 것은 1801년이죠.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별을 표현한 첫번째 별지도이면서 여기에 6배나 더 희미한 별(8등급)도 꽤 담아낸 별지도입니다.

이 별지도에는 플램스티드와 라카유, 랄랑드의 관측 데이터와 함께 보데 스스로 관측한 17,000개 이상의 별이 담겨 있습니다.

 


우라노그라피아 일부(안드로메다 자리와 그 주변)


보데는 별지도와 함께 '별 개요 및 소개(Allgemeine Beschreibung und Nachweisung der Gestirne)'라는 이름의 별목록도 발행했습니다.(1801)

우라노그라피아는 별자리 경계를 그린 최초의 전문 별지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정밀한 별자리 경계와는 달리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꼼꼼하게 별지도 작업을 진행했던 플램스티드도 각 별자리 영역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별자리 사이에 경계를 처음 그은 이는 프랑스의 지도제작자인 디디에 로베르 드 보공디(Didier Robert de Vaugondy, 1723~1786)입니다. 
보공디의 작업은 보데보다 훨씬 앞선 1764년이었죠. 
다만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보데는 우라노그라피아에 포괄적인 내용을 담으려 노력했고 그래서 성공을 확신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전에 제작된 어느 별지도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을 담았고, 100개가 넘는 별자리를 기록했죠. 

이 별자리 중 다섯 개는 우라노그라피아에 처음 등장하는 별자리입니다. 
열기구자리(Globus Aerostaticus)와 고양이자리(Felis)는 별지도 발행을 준비하던 중 랄랑드에 의해 제안된 것입니다.
통나무와 밧줄자리(Lochium Funis), 발전기자리(Machina Electrica), 인쇄공장자리(Officina Typographica)는 보데 자신이 만든 별자리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별자리에서는 다섯 개 모두 담기지 못했죠. 

사실 보데는 우라노그라피아에 새로운 별자리를 담으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1798년 랄랑드가 열기구자리를 제안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죠. 
1798년까지 우라노그라피아는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별자리는 16장부터 등장하죠.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는 별자리를 예술적 감성으로 그려낸 전통 별지도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천문학자들은 물리적 의미가 결여되고 상상에 근거를 둔 별자리 삽화 대신 별의 위치와 밝기, 물리적 속성을 정확하게 측정하는데 의미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의 종말

19세기 중에 고전 별지도에서 과학적 별지도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이 한 별지도에서 발생하였습니다. 
그 별지도는 독일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우구스트 아르겔란더(Friedrich Wilhelm August Argelander, 1799~1875)가 1843년 발행한 <우라노메트리아 노바(the Uranometria Nova)>입니다. 

이 별지도에서 삽화는 붉은 색으로 인쇄되었는데 이는 별 자체와 비교하여 중요성을 낮춰 표현한 것입니다. 
두 가지 색으로 별지도를 표현하는 방법은 아르겔란더와 동향사람인 에두아르트 하이스(Eduard Heis, 1806~77)가 펴낸 
1872년의 별지도, <아틀라스 꾈레스티스 노부스(Atlas Coelestis Novus)>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877년 미국 천문학자 벤자민 앱솔프 굴드(Benjamin Apthorp Gould, 1824~1896)에 의해 남반구 하늘을 담은 별지도인  <아르헨티나 천체도(the Uranometria Argentina atlas)>가 발표되죠. 

이들의 별지도는 오늘날 전문 천문학자들이 참고하는 표준 별지도가 되었으며 1922년 국제천문연맹이 88개 별자리를 채택하는데도 참고가 되었습니다. 

19세기 말, 2천 년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별자리 전통은 정보를 모으고 통계화하는 과학에 입각한 '사실과 수치화' 앞에 종언을 고하게 됩니다.
신과 영웅을 떠올리던 고대의 하늘은 오늘날 적색거성이나 백색왜성, 펄서, 퀘이사, 블랙홀과 같은 실제 천체를 발견하는 장으로, 하지만 여전히 환상적인 새로운 천체의 판테온을 발견하는 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선으로 이은 별자리


알렉산더 루엘레(Alexandre Ruelle)의 누벨레 우라노그라피에에 실린 오리온자리. 
당시에는 선을 이어그리는 방식에 대한 공식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별자리 연결선은 오늘날과 다른 방식을 띠고 있습니다. 
별자리 그림을 그리는 전통이 소멸된 후 별지도는 수많은 점으로 어지러워졌습니다.
이 때 별자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별지도 제작자들은 선으로 연결된 별자리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이러한 표현을 시도한 사람은 프랑스 혁명 이전 파리 천문대에서 조수로 일하던 알렉산드르 루엘레(Alexandre Ruelle, 1756~18??)로 추정됩니다. 

프랑스혁명의 기운이 고조되던 당시 루엘레는 구습을 타파하는 프롤레타리아 스타일을 고수했죠. 
루엘레는 자신의 작업 결과를 1786년 <누벨레 우라노그라피에(Nouvelle uranographie)>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별지도는 천구의 적도를 표시한 띠와 북반구, 남반구로 구성되었습니다. 

부록에서 루엘레는 자신의 작업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다음과 같이 실었습니다.


     저는 삼각형이나 사각형, 다각형을 비롯한 기하학적 형태를 만드는 것이

     하늘을 가르치는데 훨씬 더 단순하고 쉽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기하학적 형태는
     각 별자리를 구성하는 가장 밝은 별을 다양하게 모아 나누어

     선을 긋는 것으로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루엘레의 접근은 마치 입체파 화가의 해체비평처럼 들립니다.

별을 이어 별자리를 표시하는 것은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루엘레의 혁명과도 같은 발상이 받아들여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고작 10년 후에 발행된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시 별지도는 여전히 좀더 고전적인 스타일의 별자리 삽화를 그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시대였죠.

두말할 여지없이 루엘레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확장시킨 사람들은 프랑스 지도제작자들이었습니다.

프랑스의 피에르 라피(Pierre Lapie , 1777~1850)와 알렉산드르 에밀 라피(Alexandre Emile Lapie, 1800~71)는 1828년, 
지도를 만들던 중 작업의 일환으로 선으로만 이어그린 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별지도의 이름은 <고대와 현대의 별지도(Atlas universel de geographie ancienne et moderne)>입니다. 
이 별지도는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재판이 발행됐습니다. 

하지만 이 별지도에 등장하는 별자리 선은 루엘레가 그린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들은 '연결'이라는 측면 보다는 각 별자리의 모양을 좀더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죠.

루엘레의 오리지널 버전은 또다른 프랑스의 대중 천문학자이자 제도제작자였던 샤를 디앙(Charles Dien, 1809~70)에 의해 각색되었습니다.
1831년 디앙이 발행한 지도상의 별자리 연결 선은 반세기 전 발행된 루엘레의 것과 아주 비슷했습니다. 

디앙은 별자리 전체를 담은 24개 차트에 별자리 선을 이어그렸습니다.
디앙의 별지도는 20세기 초 수많은 재간본으로 발행되었으며 이후 유명한 프랑스의 대중천문학자인 까미유 플라마리옹(Camille Flammarion,  1842~1925)에 의해 각색 및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영국의 천문작가인 리차드 프록터(Richard Proctor, 1837~1888)의 인기소설인 <별과 함께한 30분(Half Hours with the Stars, 1869)> 및 <쉬운 별 강의(Easy Star Lessons, 1881)>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건대, 선을 이어그리는 방식이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글 : 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10. 아르겔란더와 하이스의 별지도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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