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2장 - 별지도의 역사 8. 플램스티드의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2024. 10. 7. 15:24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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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별지도에 큰 족적을 남긴 이는 영국의 첫번째 왕립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1646~1719)입니다. 
그는 새로 만들어진 그리니치왕립천문대에서 8등급 이하의 별 3,000여 개를 당시로서는 유례없는 정확도로 기록했습니다.

플램스티드의 별목록은 그의 사후인 1725년, <영국 하늘의 역사(Historia Coelestis Britannica)>라는 제목의 3권의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별목록이 담긴 부분은 '브리태니커 목록(Catalogus Britannicus)'이라고 부릅니다.

이로부터 4년 후, 플램스티드의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25개의 우아한 판화가 그려진 별지도가 발행되었습니다.

각 장에 별자리 하나를 기록한 바이어 및 헤벨리우스의 별지도와 다르게 플램스티드의 별지도는 한 장에 하늘의 특정 영역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대개 한 장에 여러 개 별자리가 포함되어 있죠. 
이는 오늘날의 별지도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그림 1은 그 예로서 한 장에 오리온자리와 황소자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별지도가 두 장에 연이어 등장하는 경우도 있죠.

 


그림 1 
아틀라스 꾈레스티스(1729)에 등장하는 오리온자리와 황소자리.
오리온자리가 앞모습으로, 그리고 황소자리와 마주선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하늘에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그린 것입니다.
참고로 바이어 별지도인 우라노메트리아(1603)에서 오리온은 뒷모습으로, 황소자리의 반대방향을 바라보는 형상으로 그려졌죠. 
오리온자리 아래로는 에리다누스강자리와 토끼자리가 이어집니다. 

 

이때 그리니치에서 볼 수 없었던 남쪽 지평선 아래의 별은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가 1677년에서 1년 동안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관측한 목록을 기반으로 작은 표로 작성되어 실렸습니다.
그래서 플램스티드의 남반구 별지도에는 케이저와 드 후트만의 별자리 12개와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당시 핼리가 만든 찰스의 참나무자리(Robur Carolinum)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램스티드의 별은 모두 55개 별자리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자리에 해당하는 제단자리와 남쪽왕관자리는 빠졌습니다. 
이 두 개 별자리는 그리니치에서는 너무나 남쪽으로 치우쳐진 별자리였죠. 

플램스티드는 헤벨리우스가 만든 6개 별자리인 사냥개자리, 도마뱀자리, 작은사자자리, 살쾡이자리, 육분의자리, 여우자리를 받아들였습니다. 
오늘날 살아남은 별자리 중에 헤벨리우스가 만든 별자리가 하나 더 있는데 방패자리가 그것입니다. 
방패자리는 1801년 요한 보데(Johann Bode)가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에 포함시키면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자리가 아니면서 플램스티드의 별자리에 등장하는 별자리는 기린자리(Camelopardalis)와 머리털자리(Coma Berenices), 외뿔소자리(Monoceros) 입니다.

아틀라스 꾈레스티스에 그림을 넣을 때 플램스티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묘사한대로 그려질 수 있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래서인지 플램스티드는 별지도 서문에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 삽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아래와 같이 기록하였습니다. 

 

목동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 처녀자리를 제외하고

우라노메트리아에 그려진 모든 별자리 그림을 등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 인물 앞에 있는 모든 별은 오른쪽 어깨, 옆구리, 손, 다리 쪽에 위치하고 있고,

반대쪽에 있는 별은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바이어는 오래전 관측기록을 거짓이나 터무니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플램스티드 이전에 만들어져 플램스티드 별지도에 영감을 주었으나 그다지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별지도로는 장 바티스트 포르탱(Jean-Baptiste Fortin)의 별지도인 <아틀라스 셀레스테(Atlas Celeste, 프랑스, 1776 및 1795년 발행)>, 요한 보데가 독일에서 펴낸 <천체소개(Vorstellung der Gestirne)>, 알렉산더 제이미슨(Alexander Jamieson)이 1822년 영국에서 발행한 <별지도(Celestial Atlas)>가 있습니다. 
이 별지도는 모두 서로를 모방한 별지도들입니다. 

플램스티드명명법 (Flamsteed numbers)

플램스티드명명법이란 별을 식별할 목적으로 별자리를 구성하는 각 별에 숫자를 붙이는 방식을 말합니다.
'플램스티드명명법'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 방법을 플램스티드가 직접 만든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플램스티드가 발행한 별목록을 보면 이와 같이 번호를 할당한 체계는 일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 각 별에 달린 번호는 어디서 온 걸까요?

미국의 역사학자 데보라 진 워너(Deborah Jean Warner)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번호가 사실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조제프-제롬 르프랑수아 드 랄랑드(Joseph-Jerome Lefrancais de Lalande, 1732~1807)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 별에 할당된 번호는 1783년 발행된 플램스티드의 별목록 프랑스어 판인 <천체의 운동을 담은 역서(Ephemerides des mouvemens celestes)>에 등장합니다.  
랄랑드가 여기서 각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에 숫자를 기록했죠.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플램스티드의 명명법'으로 알고 있는 숫자 구분 체계입니다. 

아래 그림은 랄랑드의 편집판 첫번째 페이지입니다. 

 


그림 2
1783년 발행된 랄랑드 별목록의 첫번째 페이지. 
이 별목록은 존 플램스티드의 별목록을 편집 및 교정한 책입니다. 
이 별들은 양자리에 속하는 별입니다. 
첫번째 컬럼에 있는 숫자는 랄랑드가 매긴 숫자입니다. 
바로 이 번호를 오늘날 우리는 플램스티드명명법이라 부릅니다. 
플램스티드가 발행한 별목록에는 이런 컬럼이 아예 없습니다. 

 

랄랑드는 자신이 쓴 소개문에서 비공식적으로 발행된 플램스티드의 목록 1712년 판을 통해 숫자 구분체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기록했습니다. 
랄랑드가 기록한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이 별목록에 1, 2, 3...등의 번호를 붙였습니다. 
이 번호는 각 별자리에 있는 별의 순서와 수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번호체계가 플램스티드 목록 1712년 판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배치는 제 것과는 다릅니다.


 
랄랑드가 언급한 1712년의 비공식판에 대해서는 복잡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1712년 판은 플램스티드가 공개를 꺼린 목록으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부추김을 받아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가 발행한 책입니다. 
이 일은 플램스티드를 굉장히 화나게 만들었죠. 

설상가상으로 런던의 지도제작자인 존 세넥스(John Senex,1678~1740)는 이 해적판을 기반으로 1718년 황도대 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발행된 책에 별을 구분하는 숫자가 할당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호가 할당된 순서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램스티드명명법의 순서와는 달랐습니다. 

플램스티드의 최종목록에는 1712년의 해적판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플램스티드는 최종목록에서 각 별자리 간에 몇몇 별을 조정하였고, 그 결과 일련번호 역시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정작 플램스티드의 별목록에 숫자는 없지만, 플램스티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별목록과 티코 브라헤의 별목록에 각 별의 순서를 지정하는 컬럼을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요한 바이어가 할당한 그리스어 알파벳을 세번째 컬럼에 추가했죠. 
위 그림에서 'Ptol.'이라 적혀 있는 컬럼이 프톨레마이오스 별목록 컬럼이며 'Tych.'라 적혀 있는 컬럼이 티코의 별목록 컬럼이죠. 
이렇게 추가된 컬럼은 랄랑드의 프랑스어판에도 똑같이 등장합니다.
'inf'라는 약어는 아모르포토이, 즉 별자리에 속하긴 하지만 별자리의 형태를 구성하지 않는 것으로 기록한 별들로서 '인포르마타이(informatae)'의 머릿글을 딴 것입니다. 

독일의 천문역사학자인 볼프강 스타이니케(Wolfgang Steinicke)는 요한 보데가 랄랑드보다 앞서 플램스티드명명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보데가 1776년 발행한 <천문학도표집대성(Sammlung astronomischer Tafeln)>이라는 별목록에 'Fl. No.'라고 표기된 컬럼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보데목록은 플램스티드의 목록을 단순히 가져다 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보데의 목록에는 더 많은 별이 담겨 있었고, 플램스티드가 기록하지 않은 별에도 숫자가 할당되어 있었습니다. 
랄랑드의 목록과 보데의 목록을 <밝은 별 목록(the Bright Star Catalogue)>과 같은 오늘날의 별목록과 비교해보면 후대 천문학자들이 보데가 할당한 번호보다는 랄랑드가 할당한 번호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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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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