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1. 거문고자리

2024. 10. 13. 15:51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Lyrae
약어 표기 : Lyr
별자리 크기 순위 : 52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Λύρα (뤼라)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거문고자리, 거문고좌, 금좌(琴座)

거문고자리는 밤하늘에서 다섯 번째로 밝은 별이 장식하는, 작지만 도드라지게 눈에 띠는 별자리입니다. 

 

거문고자리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음악가인 오르페우스(Orpheus)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세계로 모험을 떠난 음악가입니다. 
이 이야기는 가장 유명한 그리스 신화이기도 하죠.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거문고자리의 리라는 가장 최초로 만들어진 리라를 상징합니다. 
제우스와 플레이아데스 중 한 명인 마이아(Maia)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메스가 만든 악기라고 하죠. 
헤르메스는 아르카디아 킬레네 산에 있는 동굴 입구에서 발견한 거북이껍질을 이용해 리라를 만들었습니다. 
헤르메스는 거북이 껍질을 깨끗하게 닦은 후 가장자리를 따라 구멍을 뚫고 소 창자를 각 구멍에 엮어 7개 현을 만들었습니다. 

이 숫자는 우연히도 플레이아데스와 같은 숫자죠
헤르메스는 리라를 연주하기 위한 채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림 1 
요한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8장에는 독수리와 리라가 함께 등장합니다. 
리라는 종종 독수리 또는 콘도르와 함께 묘사됩니다. 
독수리 부리 끝에 있는 밝은 별이 베가(Vega)입니다. 그림에서는 'Wega'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보데는 베가에 헤르메스가 만든 리라의 의미를 살려 라틴어로 '껍데기'를 의미하는 '테스타(Testa)'라는 또다른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그림 2 : 바이어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의 거문고자리
바이어와 보데의 별지도에서 리라는 독수리의 목에 감긴 리본에 함께 묶여져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림 3 : 헤벨리우스 소비에스키의 창공(Firmamentum Sobiescianum)의 거문고자리
헤벨리우스의 별지도에서는 독수리가 리라를 쥐고 있는 것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림 4 : 플램스티드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의 거문고자리(오른쪽)
플램스티드의 별지도에는 독수리 없이, 리라만 그려졌습니다. 

 

리라는 헤르메스가 아폴론의 소떼를 훔쳐온 것이 문제가 되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화가 난 아폴론은 소떼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름다운 리라소리를 들은 후 소떼와 리라를 맞바꾸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에 따르면 아폴론은 후에 리라를 오르페우스에게 주어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고 합니다. 

오르페우스는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습니다. 
그의 음악은 바위와 흐르는 강물도 매료시키고 힘이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오르페우스는 리라연주를 통해 트라키아 해변까지 떡갈나무를 끌어들였다고도 하죠. 

오르페우스는 황금양털을 찾기 위한 아르고원정대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아르고호가 바다의 님프인 세이렌의 노래를 들어야 했을 때 오르페우스는 이에 맞서는 노래를 불러 세이렌의 노래소리를 잦아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의 아내입니다.   
하루는 아폴론의 아들 아리스타이오스(Aristaeus)가 에우리디케를 보곤 욕정이 일어 그녀를 쫓아갔습니다. 
아리스타이오스로부터 도망치던 에우리디케는 독사를 밟고 독사에게 물려 죽고 맙니다. 
아내 없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오르페우스는 가슴 찢어지는 상심을 안고 아내를 다시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갔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죠. 

하지만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하데스의 냉혹한 마음을 녹입니다.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도 좋다고 승낙합니다만 한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둘 모두 지상의 빛 아래 설 때까지 오르페우스는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죠. 

오르페우스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이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지상으로 향했습니다. 
리라를 통통 튕기며 뒤따라 오고 있을 에우리디케를 안내했죠.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자신을 잘 따라오는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죠. 

마침내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도달했습니다. 긴장도 사라졌죠.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로인해 에우리디케는 지하세계로 다시 빨려들어가고 말았습니다. 

크게 낙심한 오르페우스는 방황을 계속하며 구슬픈 리라 연주를 계속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 위대한 음악가에게 구애했지만 오르페우스는 어린 소년들과만 어울렸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죽음. 

오르페우스의 죽음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화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에 등장합니다. 
어떤 구애도 거절한 오르페우스에게 분노한 시골 여성들이 오르페우스를 집단 공격했다고 하죠. 
여자들은 오르페우스에게 돌과 창을 내던졌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이 던진 돌과 창은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매료되어 모두 오르페우스의 발밑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돌과 창이 오르페우스에게 날아갈 수 있도록 소음을 내어 오르페우스의 음악을 잦아들게 만들었습니다. 

또다른 이야기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이야기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에 따르면 오르페우스는 제물을 바치지 않아 디오니소스의 분노를 샀다고 합니다. 
오르페우스는 태양신 아폴론을 최고의 신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태양에 첫 경배를 드릴 수 있도록 판게아 산 정상에 앉아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곤 했죠. 
디오니소스는 오르페우스가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의 열렬한 추종자들을 보내 오르페우스를 갈갈이 찢어 죽였다고 합니다. 

 

과정이 어떠했든간에 오르페우스는 마침내 저승세계에서 에우리디케와 재회했고, 아폴론은 제우스의 허락을 받아 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하늘에 올렸다고 합니다. 

베가를 비롯한 거문고자리의 별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이름이 별자리와 동일한 'Λύρα(뤼라)'로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별을 베가(Vega)라고 부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어 '알 나스르 알 와키(al-nasr al-wāqi’)'에서 온 이름으로 '급하강하는 독수리, 또는 콘도르'를 의미합니다. 
아라비아 어 '나스르(nasr)'는 독수리와 콘도르 모두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반면 와키(wāqi’)는 '베가'라는 이름을 파생시킨 단어로서 '떨어지는', '급강하하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표현이 나온 이유는 아라비아에서 바라본 별자리 형상 때문입니다. 
베가와 인근에 있는 두 개 별, 즉, 거문고자리 엡실론(ε)별과 제타(ζ)별이 함께 만든 형상을 날개를 접고 먹이를 향해 내려오는 독수리 또는 콘도르의 모습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아라비아에서는 이 부분 하늘에 한 쌍의 독수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문고자리는 그 중 한 마리인 셈이죠. 
나머지 한 마리는 독수리자리에 있습니다. 
독수리자리 알파(α)별 알타이르와 양 옆에 있는 두 개 별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독수리였던 것입니다.  

13세기 페르시아에서 만들어진 아스트롤라베에는 그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림 5
베가와 알타이르는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두 마리 새를 상징합니다. 
베가는 아라비아 어로 '급강하하는 독수리'를 의미하는 '알 나스르 알 와키(al-nasr al-wāqi’)'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며 알타이르는 '나는 독수리'를 의미하는 '알 나스르 알 타이르(al-nasr al-ṭāʼir)'에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듯, 베가는 거문고자리 엡실론(ε)별 및 제타(ζ)별과 함께 날개를 접은 V자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반면 알타이르는 독수리자리 베타(β)별 알샤인 및 감마(λ)별 타라제드와 함께 날개를 활짝 편듯한 일직선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아스트롤라베는 이스파한에서 무함마드 이븐 아비 바크르(Muḥammad ibn Abī Bakr)에 의해 1221년 또는 1222년 경 제작된 것이며 현재는 옥스포드 과학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별지도를 보면 거문고자리는 리라 뒤에 독수리가 겹쳐져 있는 모습으로 종종 묘사됩니다.
그림1, 2, 3에 등장하는 별지도가 대표적인 예죠.
이는 아라비아의 전통과 그리스의 전통이 함께 녹아든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거문고자리 베타(β)별의 이름은 셀야크(Sheliak)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어로 하프를 의미하는 '알 실야크(al-silyāq, 또는 shilyāq)'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 이름이야말로 거문고자리를 전체로서 바라본 이름이죠. 

거문고자리 감마(γ)별의 이름은 술러파트(Sulafat)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어 '알 술라파트(al-sulaḥfāt)'에서 온 말이며 '거북이'를 의미합니다. 
이 이름에서 헤르메스가 거북이 등딱지를 이용해 리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죠.

 

거문고 현

그리스 신화에서는 리라의 일곱 현이 플레이아데스의 일곱 별에 대응된다는 식으로 언급되지만, 별지도 제작자들은 이 이야기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에 등장하는 리라는 11개 현을 가지고 있으며, 바이어는 9개, 제이미슨은 8개, 헤벨리우스는 13개의 현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파르네세 천구의(Farnese globe)에 그려진 그림은 거북이 등껍질로 만들어진 리라의 모습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현은 6개만 그러져있는데 일곱번째 현이 있었을 빈 공간까지 그려진 것으로 보아 플레이아데스의 사라진 한 개 별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이야기에 딱 걸맞게도 플램스티드는 거문고에 6개 현을 걸었고 3개 자리를 남겨 놓았습니다.
아마도 이는 하늘의 조건이 아주 좋으면 플레이아데스에서 별을 9개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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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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