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74. 큰곰자리(URSA MAJOR)

2025. 1. 29. 18:47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Ursae Majoris
약어 표기 : UMa
별자리 크기 순위 : 3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Àρκτος Μεγάλη (아르크토스 메갈레)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큰곰자리, 큰곰, 대웅성좌(大熊星座), 대웅좌


그림 1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큰곰자리

 

의심의 여지없이 밤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자리별(Asterism)은 일곱 개 별이 만드는 '북두칠성'일 것입니다. 
북두칠성은 세 번째로 큰 별자리인 큰곰자리의 일부, 즉 곰의 엉덩이와 꼬리 부분을 구성합니다.
큰곰의 나머지 부분은 북두칠성의 별보다 훨씬 희미한 별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알마게스트에서 큰곰자리는 Àρκτος Μεγάλη(아르크토스 메갈레)'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Ursa Major(우르사 마요르)'는 이에 대한 라틴어 표기입니다. 

기원전 3세기의 신화작가 아라토스(Aratus, 315~243BC)는 이 별자리를 Ἑλίκη (헬리케)라 불렀습니다. 
Ἑλίκη(헬리케)는 회오리바람을 의미합니다. 
이 명칭은 큰곰자리가 천구의 극점 주위를 휘감아 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라토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배를 몰때 이 별자리를 참고하여 방향을 잡았다고 기록했습니다. 
실례로 호메로스(Homer)의 작품 오디세이아(Odyssey)에는 오디세우스(Odysseus)가 큰곰자리를 왼편에 두고 동쪽으로 항해를 계속했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반면 아라토스에 따르면 페니키아인들은 Κυνόσουρα(퀴노수라)라고 이름 붙인 작은곰자리(URSA MINOR)를 이용하여 항해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아라토스는 또한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마차' 또는 '짐수레'를 의미하는 ἅμαξαi(하마크사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이름은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천구의 극점 주위를 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큰곰자리를 '마차를 끄는 곰'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이 별자리가 갖는 '곰'과 '수레'라는 두 가지 의미에 방점을 둔 표현입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큰곰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남겼습니다. 


거대한 곰,
인류는 이를 짐수레라 부르노라
거대한 곰은 오리온의 반대편을 돌며 
결코 바다에 닿지 않노라. 

여기서 마지막 문구는 북극점 주위를 순환하며 결코 지지 않는 큰곰자리의 속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래서 큰곰자리 인근에 있는 목동자리(BOÖTES)를 곰을 몰고 있는 사람, 또는 마차를 끄는 사람으로 형상화하기도 합니다.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Germanicus Caesar, BC 15~AD 19)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이 별자리의 세 번째 속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으로 추정됩니다. 
즉 이 별자리가 '쟁기'이기도 하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그는 큰곰자리에 대해 '이 별자리 형태에 가장 가까운 형태는 쟁기'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번역자주
큰곰자리를 쟁기로 본 것은 이미 고대 수메르 문명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가 큰곰자리를 쟁기로 언급한 첫 사람일 거라는 저자의 추정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대 수메르에서 쟁기자리는 '물 기쉬 아핀(MUL GIŠ APIN)'이라 불렀습니다. 


히기누스(Hyginus)는 로마인들이 큰곰자리를 'Septentrio(셉텐트리오)'라 부른다고 썼습니다. 
Septentrio(셉텐트리오)는 '쟁기를 끄는 일곱마리 소'를 의미합니다. 
또한 히기누스는 고대에 북두칠성은 두 마리의 황소와 다섯 개의 마차를 의미했다는 정보도 추가하였습니다. 
Septentrional(셉텐트리오날)은 라틴어로 '북쪽'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1524년, 독일 천문학자 페터 아피안(Peter Apian, 1495~1552)이 그린 북쪽 하늘 그림에 큰곰자리는 세 마리 말이 끄는 네 바퀴 마차로 그려져 있습니다. 
페터 아피안은 이를 마차를 의미하는 'Plaustrum(플라우스트룸)'이라 불렀는데 이는 로마의 전통을 따른 것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큰곰자리의 주인공으로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첫 번째 인물은 제우스의 정부인 칼리스토(Callisto)이고, 두 번째 인물은 어린 제우스를 키운 물푸레나무의 님프 중 하나인 아드라스테이아(Adrasteia)입니다. 
하지만 이 두 인물에 대해 또 여러 이야기가 있어 큰곰자리의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칼리스토의 이야기가 정도가 심합니다. 

칼리스토 이야기

칼리스토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중앙에 있는 아르카디아의 왕 리카온(Lycaon)의 딸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또다른 이야기에서 칼리스토는 리카온의 딸이 아니라 리카온의 아들 케테우스(Ceteus)의 딸이라고도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케테우스는 무릎을 꿇고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신에게 자신의 딸을 곰으로 변신시켜달라고 애원하는 헤르쿨레스자리(HERCULES)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칼리스토 본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칼리스토는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의 시종이었습니다. 
칼리스토는 하얀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브로치로 튜닉을 동여매는 등, 아르테미스와 같은 방식으로 옷을 입었습니다.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의 모든 시종들이 그렇듯 아르테미스에게 순결을 맹세했습니다. 

어느날 오후 칼리스토는 화살을 내려놓고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제우스가 보고 넋을 잃고 말죠. 
그 다음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는 오비디우스(Ovid, 43BC~17AD)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 2권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우스는 아르테미스로 가장하여 칼리스토가 쉬고 있는 나무그늘로 다가섰고,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칼리스토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제우스는 칼리스토 옆에 앉아 칼리스토를 껴안았습니다. 
놀란 칼리스토가 반발하기 전에 제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칼리스토를 겁탈하는데 성공합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로 돌아가 버렸고 수치심에 가득찬 칼리스토는 가까스로 아르테미스와 다른 님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 어느 더운 여름날 오후, 
사냥을 즐긴 아르테미스 무리는 차가운 강에 이르러 목욕을 하기로 합니다. 
아르테미스가 옷을 벗고 모두에게 강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칼리스토는 물에 들어가기를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강권에 마지못해 옷을 벗어야 했고 결국 임신한 몸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순결의 맹세를 어긴 칼리스토에 분노하여 그녀를 무리에서 쫓아냈습니다. 

곰이 된 칼리스토

칼리스토는 아르카스(Arcas)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나쁜 일이 찾아오죠. 

남편의 부정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Hera)는 라이벌에게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헤라는 칼리스토의 머리채를 잡아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러자 땅바닥에 내팽겨쳐진 칼리스토의 검은 머리카락은 팔과 다리에서도 돋아나기 시작했고 그녀의 손과 발은 발톱이 돋아난 발로 바뀌었습니다. 
제우스가 입을 맞추었던 아름다운 입술은 뻐끔하게 벌어진 주둥이로 바뀌었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만이 새어나왔습니다. 

이렇게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는 숲을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고, 어언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한때 사냥꾼이었던 그녀는 이제 사냥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아들 아르카스와 마주쳤습니다. 

 

칼리스토는 아르카스를 알아보고 아들에게 다가섰지만 아르카스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곰이 자기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볼 리 없었던 아르카스는 제우스가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를 찔러 죽이고 말았을 것입니다. 

제우스는 회오리바람을 보내 그 둘을 하늘로 들어올려 칼리스토는 큰곰자리로 아르카스는 목동자리로 삼았습니다. 

자신의 라이벌이 하늘에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한 것에 분개한 헤라는 양부모인 테티스(Tethys)와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Oceanus)에게 이 곰이 절대 바다에 몸을 담그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중위도 지방에서 본 큰곰자리는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지 않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가장 유명해진 것은 순전히 유명한 이야기꾼 오비디우스 덕분입니다. 
하지만 오비디우스보다 훨씬 더 오래된 다른 신화들이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칼리스토를 곰으로 바꿔버린 이는 헤라가 아닌 순결서약을 어긴 칼리스토에게 내린 아르테미스의 징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칼리스토는 물론 아들 아르카스도 곰으로 등장합니다. 

 

후에 이 모자는 숲속에서 여러 목동에게 포획되었고 목동들은 두 마리 곰을 리카온 왕에게 선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이때 칼리스토와 아르카스는 도피처를 찾아 제우스 신전으로 숨어들어가죠. 
하지만 아카디아에는 제우스 신전에 불법으로 침입한 이는 사형에 처한다는 법이 있었습니다. 
칼리스토와 아르카스가 이를 알 턱이 없었죠. 
또다른 이야기에서는 아르카스가 사냥을 하던 중 곰을 쫓아 제우스 신전까지 들어왔다고도 합니다. 

어쨌든 제우스는 이들을 구해야 했고, 그래서 두 모자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의 신화작가인 아폴로도로스(Apollodorus)는 칼리스토가 곰으로 변한 이유로 제우스가 칼리스토를 아내 헤라로부터 숨기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헤라는 이러한 속임수를 알아챘고, 아르테미스로 하여금 곰을 쏘아 죽였다고 합니다. 
슬픔에 잠긴 제우스는 곰의 형상을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큰곰자리의 또다른 주인공

아라토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라토스에 따르면 큰곰자리의 주인공은 크레타 섬, 딕테 동굴에서 제우스를 기른 님프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이 동굴은 지금도 현지 사람들이 제우스가 탄생한 곳으로 자랑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이들이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었습니다. 
언젠가 자식들이 자신을 쫓아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제우스의 어머니 레아(Rhea)는 제우스를 숨겨 아버지 크로노스(Cronus)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도록 함으로써 이 두려움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아폴로도로스에 따르면 어린 제우스를 키운 유모는 아드라스테이아(Adrasteia)와 이데(Ida)라고 합니다. 
제우스에게 은혜를 베푼 이들은 그 보답으로 각각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이름은 원전마다 제각각입니다. 


또다른 이야기에서 이들은 1년 동안 제우스를 돌보았다고 합니다. 
쿠레테스(Curetes)라 불리는 무장한 크레타의 전사들이 동굴을 지켰다고 하죠. 
이들은 제우스의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창과 방패를 두드리며 제우스의 울음 소리를 숨겼다고 합니다. 
아드라스테이아는 제우스를 황금 요람에 눕히고 던질 때마다 별똥별처럼 불꽃 궤적을 남기는 황금공을 만들어 제우스에게 주었습니다. 
제우스는 배다른 형제인 판과 함께 아말테이아(Amaltheia)라는 염소의 젖을 먹고 자랐습니다. 
후에 제우스는 아멜테이아를 카펠라로, 아드라스테이아를 큰곰자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곰일까?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에 대해 계속 제기되는 의문은 이 별자리들이 전혀 곰같이 보이지 않음에도 왜 하필이면 곰으로 간주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큰곰자리나 작은곰자리 모두 실제 곰과는 전혀 다른 기다란 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화에는 이러한 차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림 2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큰곰자리



16세기 후반 영국의 천문작가인 토마스 후드(Thomas Hood)는 제우스가 곰들을 하늘에 끌어 올릴 때 꼬리가 길어진 것이라는 농담식의 설명을 제시하였습니다. 
'내가 아는 한 다른 이유는 없다.'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죠. 

스웨덴의 천문역사학자인 페터 블롬버그(Peter Blomberg)는 이 별자리들이 곰으로 형상화된 것은 언어의 다의성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가 있는 지역을 αρκτος(아르크토스)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북쪽'이라는 의미와 함께 '곰'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블롬버그는 원래 αρκτος(아르크토스)는  '북쪽에 있는 별자리'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인데 또 다른 의미인 '곰'이 1세기 로마인들에 의해 대중화되었고 프톨레마이오스에 이르러 '곰' 형상이 알마게스트를 통해 박제되어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많이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별자리이자, 가장 친숙한 두 별자리가 단순히 오해에 의해 생겨난 별자리라는 게 믿어지시나요?

 


그림 3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큰곰자리



북두칠성의 별

1603년 바이어명명법을 창안한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는 북두칠성에 알파(α)부터 에타(η)까지 알파벳을 할당했습니다. 하지만 알파벳 명명 순서는 밝기가 아닌 적경이 증가하는 순이었습니다.  


그림 4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큰곰자리.
북두칠성을 구성하는 알파(α)부터 에타(η) 까지의 일곱 개 별은 적경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알파벳이 할당되었습니다. 
다만 미자르의 희미한 짝꿍별인 알코르에는 소문자 g가 할당되었습니다. 


큰곰자리 알파별과 베타(β)별의 이름은 각각 두베(Dubhe)와 메라크(Merak)입니다. 
국자의 그릇 한 면에 놓여 있는 이 두 개 별을 연결한 선은 천국의 북극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두 별은 지극성(指極星, the Pointers)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두베'라는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곰'을 의미하는 al-dubb(알 두브)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반면 '메라크'는 아라비아어로 '옆구리' 또는 '사타구니'를 의미하는 al-marāqq (알 마라크)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사실 북두칠성을 구성하는 일곱 개 별 이름은 모두 아라비아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큰곰의 꼬리 끝에 있는 큰곰자리 에타별 이름은 알카이드(Alkaid)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지도자'를 의미하는 al-qā’id(알 카이드)로부터 생겨난 것입니다. 
알카이드는 '베네트나쉬(Benetnasch)'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름은 banāt na’sh al-kubra(바나트 나쉬 알 쿠브라)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한 것인데 그 뜻은 '상여 앞에 선 위대한 딸들'이라는 뜻입니다. 
즉, 아라비아에서는 북두칠성에서 곰이 아닌 상여, 또는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본 것입니다. 
또한 아라비아에서 바라본 북두칠성의 손잡이는 세 명의 상주인 딸들(banāt)이 상여 즉, al-na’sh(알 나쉬)를 끌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라비아에서는 작은곰자리도 이와 거의 같은 형태로 보아 '상여를 끄는 작은 딸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큰곰자리 감마(γ)별은 국자의 그릇부분에 위치한 세 번째 별로서 페크더(Phecda)라 합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넓적다리'를 의미하는 fakhidh(파크히드)로부터 파생되었습니다. 

국자의 그릇부분과 손잡이 부분을 연결하는 지점에 있는 큰곰자리 델타(δ)별은 메그레츠(Megrez)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꼬리의 뿌리'를 의미하는 maghriz(마그리츠)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미자르(Mizar)와 알코르(Alcor)

국자의 손잡이 쪽으로 두 번째 지점에 있는 별은 간격을 넓게 벌리고 선 이중별로서 큰곰자리 제타(ζ)별입니다. 
이 이중별은 시력이 좋은 사람은 맨눈으로도 분해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중별의 으뜸별과 짝꿍별의 이름은 각각 미자르(Mizar)와 알코르(Alcor)입니다. 

1524년 발행된 페터 아피안(Peter Apian, 1495~1552)의 <코스모그라피쿠스 리베르(Cosmographicus Liber)>라는 책에 이 두 개 별은 각각 말과 기수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페터 아피안의 조국인 독일에 널리 퍼진 전승을 따른 것입니다. 

미자르는 큰곰자리 베타별 메라크와 어원이 같습니다. 
다만 전달 과정에서 더 많은 왜곡을 겪었죠. 

 

알코르 역시 아라비아어 al-jaun(알 자운)이 여러 번의 필사 전달과정에서 변형에 변형을 거친 결과입니다. 
아라비아어 al-jaun(알 자운)은 '말' 또는 '낙타'를 의미합니다. 

 

큰곰자리 엡실론(ε)별 알요우트(Alioth) 역시 알코르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코르(Alcor)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524년 아피안의 책에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6년 후 화려한 채색 평면천구도가 실린 <아스트로노미꿈 카이사름(Astronomicum Caesareum)>이라는 이름의 책에서 Alkor라는 철자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알코르에 대응되는 아라비아어 이름은 al-suhā(알 수하)입니다. 
이는 '간과된' 또는 '방치된'이라는 뜻입니다. 
우연이겠지만 프톨레마이오스가 이 별을 간과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알마게스트에 이 별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0세기 아라비아의 천문학자 알 수피(al-Ṣūfī)는 이 별이 시력을 점검하는데 사용된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알 수피는 '나는 그에게 알 수하를 보여주었다네, 하지만 그는 나에게 달을 보여주었지.'라는 아라비아 속담을 인용하였습니다. 이 속담은 시력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비교한 속담입니다. 

안과의사인 조지 M. 보히지안(George M. Bohigian)은 미자르와 알코르를 구분해 볼 수 있다면 표준 스넬렌 차트에 의한 시력검사에서 0.8이상의 시력을 가진 것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는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에 담긴 큰곰자리 그림에서 알코르 옆에 수하(Suha)라는 이름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그림 5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의 큰곰자리

 

큰곰자리의 또다른 별.

큰곰자리에는 유명한 북두칠성 말고도 눈길을 끄는 또다른 별들이 있습니다. 
곰발을 상징하는 세 쌍의 별이 그것입니다. 

 

아라비아에서 이 세 쌍의 별은 곰의 일부분이 아니라 가젤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남긴 발자국으로 보았습니다. 
실제 이 세 쌍의 별을 qafazāt al-ẓibā’ (카파자트 알 찌바)라고 불렀는데 이는 '가젤의 도약'을 의미합니다. 

 

아라비아 전승에 따르면 사자가 꼬리를 땅에 탁 내려칠 때 가젤이 껑충껑충 뛰며al-ḥauḍ(알 하우뜨) 즉, 연못까지 도망치는 모습이 새겨졌다고 합니다. 여기서 연못은 큰곰자리 타우(τ)별부터 15별까지 여섯 개 별이 만드는 아치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이 세 쌍의 별 이름은 세 번의 도약을 이르는 아라비아어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우선 프톨레마이오스가 곰의 오른쪽 뒷다리로 묘사한 큰곰자리 뉴(ν)별과 크시(ξ)별이 있습니다. 
이 별의 이름은 각각 알루라 보레알리스(Alula Borealis)와 알루라 아우스트랄리스(Alula Australis)입니다. 
여기서 '알루라(Alula)'라는 이름은 '첫 번째 도약'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어 문구 al-qafza al-ūlā(알 카프차 알 울라)에서 파생되었고, 여기에 각각 북쪽과 남쪽이라는 방위를 의미하는 라틴어 보레알리스(Borealis)와 아우스트랄리스(Australis)가 추가된 것입니다. 

아라비아어로 '두 번째 도약'을 의미하는 문구 al-qafza al-thānīya(알 카프차 알 타니아)로부터 큰곰자리 람다(λ) 및 뮤(μ)별 이름인 타니야 보레알리스(Tania Borealis)와 타니야 아우스트랄리스(Tania Australis)가 파생되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두 개 별을 곰의 왼쪽 뒷발로 묘사하였습니다. 

세 번째 도약은 큰곰자리 요타(ι)별과 카파(κ)별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곰의 왼쪽 앞발로 묘사한 이 두 별은 각각 탈리타(Talitha)와 알카프라(Alkaphrah)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탈리타(Talitha)는 아라비아어로 '세 번째'를 의미하는 al-thālitha (알 탈리타)에서 유래하였으며, 알카프라(Alkaphrah)는 아라비아어로 '도약'을 의미하는 al-qafza(알 카프차)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번역가 주석
큰곰자리 카파별 알카프라(Alkaphrah)는 IAU가 2017년 9월 5일에서야 명명한 이름으로서 여기 등장하는 다른 별 이름과 달리 역사가 깊지 않은 이름입니다. 물론 이름을 통해 아라비아의 천문전승을 환기시키려는 담당자들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한 좋은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큰곰자리에 27개 별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ἰ) 여덟 개를 추가하였습니다. 
아모르포토이 여덟 개 중 두 개는 나중에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에 의해 사냥개자리(CANES VENATICI)로 편입되어, 사냥개자리 알파별과 베타별이 되었으며 나머지 여섯 개 별은 살쾡이자리(LYNX)로 편입되었습니다.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목록으로 돌아가기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