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72. 켄타우루스자리(CENTAURUS)

소유격 표기 : Centauri
약어 표기 : Cen
별자리 크기 순위 : 9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Κένταυρος (켄타우로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켄타우루스자리, 켄타우루스좌

번역자 주 :  별자리로서 CENTAURUS의 표준어는 '켄타우루스자리'입니다.  반면 신화의 등장인물로서 Centaurus는 그리스 신화인 경우 '켄타우로스', 로마 신화인 경우 '켄타우루스'로 발음을 구분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신화는 그리스 신화로서 '켄타우로스'로 표기하여, 별자리를 지칭할 때와 신화의 인물을 지칭할 때의 표기가 차이가 있음을 밝힙니다.

 

그림 1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에 그려진 켄타우루스자리

 

켄타우로스는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말인 신화상의 짐승입니다. 
이들은 거칠고 야만적이죠. 특히 포도주 뚜껑이 열리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케이론(Chiron)만은 예외였습니다. 
케이론은 학식이 많고 현명한 켄타우로스였습니다. 
케이론이 바로 켄타우루스자리를 상징합니다. 

케이론은 다른 켄타우로스들과는 다른 부모로부터 태어납니다. 
케이론의 성격이 남달랐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케이론의 아버지는 티탄족의 왕인 크로노스(Cronus)입니다.  
크로노스는 바다의 님프인 필리라(Philyra)를 겁탈하다가 때마침 나타난 아내 레아에 놀라 자기 모습을 말로 바꿔 도망쳐 버렸습니다. 필리라는 이로인해 반인반수의 아들을 잉태하였는데 그가 바로 케이론입니다. 

케이론은 사냥과 의술, 음악의 스승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스 동부, 펠리온 산에 있는 그의 동굴은 제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 왕자들이 몰린 학습의 전당이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여러 신과 영웅들로부터 두루두루 신임을 받은 케이론은  이아손과 아킬레스의 양아버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훌륭한 제자는 아폴로의 아들이자 가장 유명한 의사로서 땅꾼자리(OPHIUCHUS)로 기억되는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일 것입니다. 

케이론의 비극적인 최후 

평생 선한 일을 많이 한 케이론의 최후는 비극적이었습니다. 
이 일은 폴루스(Pholus)라는 켄타우로스를 방문한 헤르쿨레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폴루스는 헤르쿨레스에게 저녁식사와 포도주를 대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포도주는 켄타우로스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항아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항아리에서 포도주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다른 켄타우로스들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바위와 나무로 무장한 채 헤르쿨레스가 머물고 있는 동굴로 쳐들어갔습니다.  헤르쿨레스는 활을 쏘아 이들을 퇴치하죠. 살아 남은 몇몇 켄타우로스들은 케이론의 거처로 도망갔습니다. 
거처에서 케이론은 이 소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에도 헤르쿨레스가 쏜 화살을 무릎에 맞고 말았습니다. 
헤르쿨레스는 화살을 뽑고 케이론에게 사과했지만 이미 케이론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케이론이 만든 명약조차도 히드라의 맹독을 품고 있는 헤르쿨레스의 화살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다른 이야기에서는 헤르쿨레스가 케이론의 집에 방문하여 함께 화살을 살펴보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화살이 케이론의 발을 찌르는 것으로 나옵니다. 

어쨌든 문제는 케이론이 불멸의 존재인 크로노스의 아들로서 역시 불멸성을 이어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케이론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죽을 수도 없습니다. 케이론은 끊임없는 고통을 당할 바에야 자신의 불멸을 거두어달라고 기원했고 제우스는 이를 받아들여 케이론의 불멸성을 거두어들였습니다. 
케이론으로부터 거두어들인 불멸성은 프로메테우스에게 할당되었고, 케이론은 숨을 거두어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하늘에 자리잡은 켄타우로스

켄타우루스자리는 제단자리(ARA)에 희생제물을 바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희생제물이 바로 이리자리(LUPUS)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이러한 배치가 케이론의 고결성을 상징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와 에라토스테네스는 희생제물인 짐승을 켄타우로스가 손에 쥐고 나르는 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이리의 뒷다리가 켄타우루스의 오른쪽 손 바로 옆에 있다고 묘사하였습니다. 
이는 이리가 뒷다리가 잡힌채 들려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별자리 그림에서 그려지는 일반적인 모습은 이리가 창 또는 기다란 막대기에 들려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림 2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켄타우루스자리

에라토스테네스는 또다른 형태로 켄타우로스가 맹수가 아닌 포도주를 담은 가죽부대를 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죽부대는 제단에 바칠 포도주를 담은 가죽부대라고 했죠. 
그렇다면 가죽부대는 오른손에, 티르소스(thyrsus)는 왼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됩니다. 
티르소스는 끝에 솔방울이 달리고 담쟁이와 포도나무 덩굴을 두른 회양나무 가지로 만들어진 지팡이로서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의 추종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였습니다. 
이 지팡이는 창으로도 쓰였기 때문에 아마도 이 창에 꿰뚫린 맹수가 형상화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는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서 왼쪽팔에 가죽부대를 걸고 있는 형태로 켄타우루스자리를 그렸습니다. 

그림 3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켄타우루스자리. 오른손엔 티르소스를 쥐고, 왼쪽 팔뚝에는 포도주를 담은 가죽부대를 걸고 있습니다.

아라토스와 히기누스(Hyginus)는 티르소스나 가죽부대는 언급하지 않고, 그냥 맹수를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티르소스에 네 개 별을 할당하였습니다. 
오늘날의 케타우루스자리 프시(ψ)별과 a, b, c 별이 바로 그것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에 따라 켄타우루스자리는 대개 티르소스가 포함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1515년 목판별지도를 발행한 알프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는 다른 형태를 그렸습니다. 
그는 네 개 별을 티르소스가 아닌 방패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패의 위치는 어색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림 4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목판화 별지도(1515)에 그려진 켄타우루스자리

켄타우루스자리의 별과 구상성단

켄타우루스자리에는 우리별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인 4.3광년 거리의 켄타우루스자리 알파(α)별이 있습니다.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은 리절 켄타우루스(Rigil Kentauru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켄타우로스의 발'을 의미하는  rijl qanṭūris(리즐 칸뚜리스)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파별의 위치를 켄타우로스의 오른쪽 앞발 끄트머리로 묘사하였습니다. 

리절 켄타우루스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밤하늘 별 중 세 번째로 밝은 별입니다. 
이 별보다 밝은 별은 시리우스(Sirius)와 카노우푸스(Canopus)밖에 없습니다. 
이 별은 우리 태양과 같은 노란색 별 두 개로 구성된 이중별로서 작은 망원경으로도 분해해 볼 수 있는 별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두 개 별보다 훨씬 희미한 세 번째 짝꿍별이 있습니다. 
이 별의 이름은 프록시마 켄타우리(Proxima Centauri)입니다. 
이 별은 앞선 두 개 별보다 0.1광년 더 우리에게 가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별은 맨눈으로 볼 수 없으며, 꼭 망원경이 필요한 별입니다. 

켄타우루스자리 베타(β)별의 이름은 하다르(Hadar)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한 쌍의 별 중 하나'를 의미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이 켄타우로스의 왼쪽 무릎에 있다고 묘사하였습니다. 

번역자 주 : 켄타우루스자리 베타별 하다르의 어원에 대한 파울 쿠니츠쉬(Paul Kunitzsch)의 원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토착 명칭 ḥaṭāri(하따리)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번역에 적합한 명칭을 찾기는 어렵습니다만,  이는 '한 쌍의 별 중 하나'를 의미합니다.  다른 하나를 의미하는 단어는 al-wazn(알 와쯘)입니다.         중세 유럽 학자들은 여기서 의미하는 한 쌍의 별이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과 베타별 또는 비둘기자리 알파별과 베타별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 쌍의 별 중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며 더더군다나 고유의 이름 역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다르(Hadar)'라는 이름이 켄타우르스자리 베타별의 이름으로 쓰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과 베타별은 남십자자리(CRUX)의 지시별로 활용됩니다. 
오늘날의 별지도에서 남십자자리는 켄타우로스의 몸통 아래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남십자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은 켄타우로스의 뒷발 일부를 구성하는 별이었습니다. 

켄타우루스자리에는 가장 거대하고 가장 밝은 구상성단이 있습니다. 
바로 켄타우루스자리 오메가(ω) 구상성단(Omega Centauri)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이 구상성단을 5등급의 별로 기록하며 인간상체와 말하체가 이어진 부분의 등편에 위치한다고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이 성운기를 보인다는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이 별이 단순한 별이 아니라 성단이라는 사실은 1678년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켄타우루스자리에 총 37개 별을 기록했습니다. 
이중 다섯 개가 나중에 남십자자리의 일부로 편입되었습니다. 

켄타우루스자리와 남십자자리의 가시성 변화. 

고대 그리스에서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과 베타별, 그리고 남십자자리를 구성하는 별들이 보이기는 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봤을 때 지평선 바로 위 남쪽으로 너무나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세차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천구의 남극점은 지금의 위치에서 켄타우루스자리 반대 방향으로 10도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켄타우루스자리와 인근의 별들은 오늘날보다 10도 더 높게 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관측에 충분한 고도입니다. 
이후 이 별들은 세차 운동으로 시야에서 점점 벗어났지만 16세기에 남반구로 탐험을 떠난 유럽인들에 의해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큰 고유운동을 보이는 별입니다. 
그래서 지구에서 봤을 때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은 점점 베타별과 가까와지고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이 두 별은 6도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두 별의 간극은 4.5도입니다. 
4000년 정도가 더 흐르면 이 간극은 달의 직경에 해당하는 0.5도까지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과 베타별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찬란한 이중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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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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