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23. 땅꾼자리(OPHIUCHUS)

소유격 표기 : Ophiuchi
약어 표기 : Oph
별자리 크기 순위 : 11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Ὀφιοῦχος(오피우코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땅꾼자리, 땅꾼좌, 뱀주인자리

 

땅꾼자리는 거대한 뱀을 양 손으로 쥐고 있는 남자로 그려집니다. 
뱀의 머리는 남자의 왼손에, 꼬리는 오른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이 남자가 쥔 뱀은 뱀자리(SERPENS)입니다. 
뱀자리의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이 땅꾼자리의 양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뱀자리는 88개 별자리 중 두 부분으로 나뉜 유일한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와 히기누스(Hyginus)는 이 뱀이 땅꾼의 허리를 휘감고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그래서, 알프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별지도를 비롯한 초기 그림에서는 땅꾼의 허리를 휘감은 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 1 뒤러의 별지도(1515)에 그려진 땅꾼자리

하지만 1603년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 이후부터는 뱀이 땅꾼의 몸통을 우회하여 통과하거나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림 2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땅꾼자리

땅꾼자리의 그리스어 스펠링은 Ὀφιοῦχος(오피우코스)'이며, 'Ophiuchus(오피우쿠스)'는 라틴어입니다. 
'Serpentarius(세르펜타리우스)' 역시 땅꾼자리를 이르는 또다른 라틴어입니다. 
이 이름은 요한 바이어 (Johann Bayer, 1572~1625)나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의 별지도와 같은 오래된 별지도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그림 3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땅꾼자리. 땅꾼자리를 'SERPENTARIUS'로 표기하였습니다.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1646~1719)나 보데 (Johann Elert Bode, 1747~1826)역시, 별지도에 'Ophiuchus'라는 명칭을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저마다의 별목록에는 'Serpentarius'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땅꾼자리의 남자를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로 보았습니다.
라틴어로는 'Aesculapius(아이스쿨라피우스)'로 표기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로와 코로니스(Coronis)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코로니스는 아폴로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동안 인간인 이스키스(Ischys)와 동침하는 일을 저지릅니다. 
코로니스의 부정을 아폴로에게 일러바친 것은 까마귀였습니다. 
까마귀는 코로니스의 부정을 알린 대가로 상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저주를 받아 검은 색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 까마귀는 하얀색 새였다고 하지요. 

질투에 사로잡힌 아폴로는 화살을 쏘아 크로니스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기 아이가 크로니스의 뱃속에서 함께 죽는 건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크로니스의 시신을 화장할 때, 그 뱃속에서 아이를 꺼내어 현명한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에게 양육을 맡겼다고 하죠. 

케이론은 아스클레피오스를 친자식처럼 키웠고, 의술과 사냥술을 가르쳤습니다. 
케이론의 교육을 받은 아스클레피오스는 훌륭한 의사로 자라났고,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것은 물론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의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와 뱀 이야기

크레타 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미노스 왕의 어린 아들 글라우코스(Glaucus)가 꿀항아리에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아스클레피오스가 글라우코스의 시신을 살펴보는 동안 뱀 한마리가 시체에 다가왔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지팡이로 뱀을 때려 죽여버렸습니다. 
그러자 또다른 뱀 한 마리가 약초를 물고 나타나 죽은 뱀의 몸뚱이 위에 올려놓았고, 그러자 죽은 뱀이 기적처럼 되살아났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도 똑같은 풀을 구해 글라우코스의 시신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자 글라우코스도 되살아났습니다. 
히기누스는 바로 이 사건이 땅꾼자리가 하늘에서 뱀을 쥐고 있는 형상으로 그려지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뱀은 매 년마다 허물을 벗습니다. 
마치 그 모습이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보이죠. 
그래서 땅꾼자리는 치유자의 상징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시인들은 아스클레피오스가 뛰어난 의사가 된 이유는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메두사의 피를 선사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메두사의 왼쪽 대정맥에서 흐르는 피는 독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오른쪽 대동맥에서 흐르는 피는 죽은이도 살릴 수 있는 약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아스클레피오스가 마차사고로 목숨을 잃은 테세우스의 아들 히폴리토스를 다시 살려냈다고 합니다. 
히폴리토스 이야기는 마차부자리(AURIGA) 전설 중 하나이기도 하죠. 
아스클레피오스는 치유의 풀로 히폴리토스의 가슴을 세 번 두드리고 치유의 주문을 외워 히폴리토스를 다시 살려냈다고 합니다. 

저승의 왕 하데스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죽은 자의 영혼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데스는 이 문제를 제우스에게 말했고 제우스는 벼락을 내려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습니다.  
아폴론은 아들에 대한 가혹한 처사에 불만을 품고 그 앙갚음으로 제우스의 벼락을 만들어준 세 명의 키클롭스(Cyclope)를 죽였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아폴론을 달래기 위해 아스클레피오스를 별자리로 만들었고 바로 이 별자리가 땅꾼자리라고 합니다. 

 

땅꾼자리와 황도

땅꾼자리는 황도 12궁에는 속하지 않습니다만 12월 초순 태양은 땅꾼자리의 남쪽을 지납니다. 
모든 별지도에 그려진 땅꾼자리를 보면 흑백의 단속선이 땅꾼의 두 발을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별자리 경계에 따르면 태양은 전갈자리보다 땅꾼자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보니 땅꾼자리가 황도대의 13번째 별자리로 언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땅꾼자리의 별

땅꾼의 머리에 있는 밝은 별은 2등급의 별인 땅꾼자리 알파(α)별입니다. 
이 별은 '라살하웨(Rasalhague)'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아라비아어로 '땅꾼의 머리'를 의미하는 '라스 알 하웨이(ra’s al-ḥawwā’)’에서, 온 말입니다. 

땅꾼자리 베타(β)별은 '세발라이(Cebalrai)'라 합니다. 
아라비아어로 '양치기의 개'를 의미하는 '칼브 알 레이(kalb al-rā’ī)'에서 온 말입니다. 

아라비아에서는 이 별자리를 개를 거느린 양치기로 보았습니다. 
땅꾼자리 알파별, 라살하웨는 양치기의 별이었죠. 
아라비아 별자리에서는 이 지역에 몇 마리 양이 더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땅꾼자리 베타별을 뱀을 쥐고 있는 사람의 오른쪽 어깨라고 묘사했습니다. 
이 위치에는 감마(γ)별도 함께 있습니다.  
반대로 왼쪽 어깨에는 땅꾼자리 요타(ι)별과 카파(κ)별이 있습니다. 
참고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에서 땅꾼은 등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림2)
그래서 오른쪽과 왼쪽이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와는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그림 4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땅꾼자리

땅꾼의 왼손을 장식하는 델타(δ)별과 엡실론(ε)별의 이름은 각각 '예드 프리오르(Yed Prior)'와 '예드 포스테리오르(Yed Posterior)'입니다. 

 

이 이름은 합성어입니다. 
아라비아어 '알 야드(al-yad)'는 '손'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라틴어로 각각 '앞'과 '뒤'를 의미하는 '프리오르(Prior)'와 '포스테리오르(Posterior)'가 붙은 것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지정한 각각의 위치에 따른 이름이죠. 

왼쪽 손에 있는 별에만 이름이 지어진 것은 수수께끼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오른손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땅꾼자리 뉴(ν)별과 타우(τ)별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개 별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땅꾼자리 제타(ζ)별과 에타(η)별은 각각 땅꾼의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입니다. 
땅꾼자리 로(ρ)별과 세타(θ)별은 각각 두 발을 장식하고 있죠.  

 

땅꾼의 발 바로 아래에 전갈자리(SCORPIUS)가 있습니다. 
아라토스는 땅꾼이 두 발로 전갈을 '짓밟고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전갈을 딛고 있는 발은 왼발입니다. 
오른발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땅꾼의 오른쪽 어깨와 뱀의 꼬리 사이에 흩뿌려져 있는 5개의 별을 목록에 기록하였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들을 땅꾼의 형상에서 벗어나 있는 별, 즉, 아모르포토이로 간주했습니다.  
이 별들은 18~19세기에 잠깐동안 '포니아토프스키의 황소자리(Taurus Poniatovii)'라는 별자리로 따로 분류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땅꾼자리의 별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별은  땅꾼자리 66, 67, 68, 70, 72별입니다. 

 

그림 5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에 그려진 땅꾼자리 땅꾼의 오른쪽 어깨와 뱀의 꼬리 사이에 지금은 사라진 별자리인 포니아토프스키의 황소자리(Taurus Poniatovii)가 보입니다.

 

 

땅꾼자리 66별 근처에는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별인 5.9광년의 '바너드 별(Barnard’s Star)'이 있습니다. 
다만 이 별은 너무나 희미해서 맨 눈으로 볼 수는 없는 별입니다. 

우리은하 미리내에서 발생한 초신성으로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초신성이 바로 이 땅꾼자리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초신성은 땅꾼의 오른쪽 발목을 장식하는 땅꾼자리 크시(ξ)별 인근에서 1604년 발생했으며 그 밝기는 최대 -3등급이었다고 합니다. 
이 초신성은 오늘날 케플러의 별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가 드 스텔라 노바(De stella nova, 1606)라는 책에 이 초신성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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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