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4. 11:52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표기 : Aurigae
약어표기 : Aur
별자리크기 순위 : 21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Ἡνίοχος(히니오코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마차부자리, 마부좌, 마차꾼자리, 마차꾼좌, 어자좌(馭者座)
북쪽 하늘 높은 곳에 외로운 표정의 마차부자리가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고삐를 그러쥐고 왼팔에는 염소 한마리와 새끼염소 두 마리를 안고 있죠.
별자리 그림에서 마차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차부자리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까요?
겨울의 밤하늘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띠는 이 별자리를 설명하는 신화는 다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신화에서도 이 남자가 안고 있는 염소에 대한 설명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에리크토니우스왕(Erichthonius) 이야기
가장 잘 알려진 신화는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 에리크토니우스(Erichthonius) 이야기입니다.
에리크토니우스는 불카누스(Vulcan)라는 로마식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estus)의 아들입니다.
헤파이스토스는 대장간 일로 너무나 바빠서 에리크토니우스를 돌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에리크토니우스를 돌보고 기른 사람은 아테네 여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에리크토니우스는 장성한 후 아테네 여신을 기려 파나테나니아(Panathenaea)라는 축제를 마련했습니다.
아테네 여신은 말을 길들이는 법을 비롯하여 에리크토니우스에게 많은 기술을 알려주었습니다.
에리크토니우스는 태양을 끌고 다니는 사두마차를 모방하여 마차 하나에 네 마리의 말을 묶는데 성공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 대담한 행동으로 에리크토니우스의 제우스의 칭찬을 받고 별 사이에 자리를 얻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에리크토니우스는 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아마도 그는 파나테나니아 축제에 참가하여 자신의 4두 마차로 여러 번 승리를 거머쥐었을 것입니다.
미르틸로스(Myrtilus) 이야기
또다른 이야기는 헤르메스의 아들이자 피사의 왕 오이노마오스(Oenomaus) 왕의 마부, 미르틸로스(Myrtilus) 이야기입니다.
왕에게는 히포다메이아(Hippodamia)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왕은 딸이 쉽게 결혼하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구혼자에게 죽음이냐, 결혼이냐가 달린 마차 경기를 제안했다고 하죠.
규칙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선 구혼자는 히포다메이아를 마차에 태우고 먼저 출발합니다.
만약 이들이 남부 항구도시 코린트(Corinth)에 도착하기 전에 왕에게 따라잡힌다면 구혼자는 목숨을 내놔야 했습니다.
오이노마오스 왕은 사실 그리스에서 가장 빠른 전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빠른 전차를 능숙하게 모는 마차부가 바로 미르틸로스였습니다.
수많은 구혼자들이 도전했지만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이미 수십명의 구혼자들이 살해되고 난 어느날, 탄탈루스(Tantalus)의 아들 펠롭스(Pelops)가 구혼에 나섰습니다.
히포다메이아는 잘생긴 펠롭스에게 한 눈에 반했습니다.
그녀는 미르틸로스에게 접근하여 왕이 펠롭스를 따라잡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히포다미아를 짝사랑하고 있던 미르틸로스는 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몰래 바퀴축을 다른 것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마차경기가 시작되고 왕이 펠롭스를 추격하는 동안 마차 바퀴축이 떨어져 나가고 맙니다.
결국 오이노마오스 왕은 그렇게 최후를 맞습니다.
왕이 죽자 히포다메이아는 펠롭스와 미르틸로스 사이에 남겨졌습니다.
이 어색한 상황은 펠롭스가 미르틸로스를 바다에 던져 버림으로써 끝났습니다.
헤르메스는 죽은 아들을 기려 그 형상을 마차부자리로 하늘에 새겨넣었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의 파이노메나(Phaenomena)를 라틴어로 각색하여 전한 게르마니쿠스 카이사르(Germanicus Caesar, BC 15년~AD 19년)는 이 이야기가 진짜 마차부자리 이야기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차부 자리를 보면 전차는 전혀 없습니다.
그가 쥐고 있는 고삐는 부러졌고, 얼굴은 슬픔에 가득 차 있죠.
이 곳에는 펠롭스와 함께 떠나버린 히포다메이아를 바라보는 미르틸로스의 비탄이 남아 있습니다."
히폴리토스(Hippolytus)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는 히폴리토스(Hippolytus) 이야기입니다.
히폴리토스는 테세우스의 아들인데 계모인 파이드라(Phaedra)가 히폴리토스에게 연정을 품습니다.
하지만 히폴리토스는 아버지의 여자인 파이드라의 구애를 거절합니다.
구애를 거절당한 파이드라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자살합니다.
이 일로 테세우스는 히폴리토스를 아테네에서 추방합니다.
히폴리토스가 마차를 몰고 아테네를 떠나는 도중 마차가 부서지면서 히폴리토스는 죽고 맙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무 죄도 없는 히폴리토스를 다시 살려냅니다.
그러자 히폴리토스의 영혼을 빼앗겨버린 하데스의 성화를 받은 제우스가 벼락을 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현존하는 별자리 이야기의 최초 버전인 파이노메나를 쓴 아라토스는 마차부자리에 어떤 이야기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아라토스는 그저 이 별자리를 '히니오코스(Ἡνίοχος)'라 불렀습니다.
이 말은 그냥 '마차부'를 의미할 뿐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역시 알마게스트에서 동일한 표현을 썼습니다.
히니오쿠스(Heniochus)라는 라틴어는 그리스어를 그대로 음역한 것입니다.
이 그리스어는 라틴어로 그대로 음역되어 히니오쿠스(Heniochus)가 되었고, 마르쿠스 마닐리우스(Marcus Manilius)와 같은 로마 작가들은 음역된 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암염소와 새끼염소 이야기
마차부자리는 밤하늘에서 여섯 번째로 밝은 별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카펠라(Capella)입니다.
이 이름은 라틴어로 '암염소'를 의미합니다.
그리스어로는 'Αἲξ(아익스)'라고 하는데 의미는 동일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카펠라를 마차부의 왼쪽 어깨를 장식하는 별로 묘사하였습니다.
하지만 바이어나 플램스티드, 보데가 만든 대부분의 별지도에서 카펠라는 염소의 몸통에 위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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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마차부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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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마차부자리 |
아라토스에 따르면 카펠라는 암염소 아말테이아(Amaltheia)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아기 제우스가 크레타 섬에서 바로 이 염소의 젖을 먹고 자랐죠.
이 암염소는 보답으로 제우스를 젖먹이던 시절에 품고 있었던 두 마리 새끼와 함께 하늘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카펠라를 이르는 아라비아어 이름은 '알 아유크(al-‘Ayyūq)'입니다.
이 이름은 그리스어 '아익스(Αἲξ)'를 번역하면서 만든 이름인 것 같습니다.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에는 또다른 이름인 '알하요스(Alhajoth)'가 쓰였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 이름이 여러 번 전달을 거치면서 심하게 오독되어 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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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에 그려진 마차부자리 |
서로 가까이 붙어있는 마차부자리 에타(η)별과 제타(ζ)별은 새끼염소 두 마리를 상징합니다.
새끼염소들의 라틴어 이름은 하이디(Haedi)입니다.
그리스어로는 Ἔριφοι(에리포이)라고 하며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에는 호이디(Hoedi)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두 개 별을 마차부의 왼쪽 손목으로 묘사했습니다.
히기누스(Hyginus)는 이 두 개 별을 새끼염소라고 처음 부른 사람이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클레오스타라투스(Cleostratus)라고 기록했습니다.
간혹 마차부자리 에타별과 제타별 북쪽에 있는 변광성인 마차부자리 엡실론(ε)별이 세번째 새끼염소로 언급되곤 하는데 이건 잘못된 정보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와 고대 시인들에 따르면 새끼염소는 딱 두마리라고 하죠.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마차부자리 엡실론별은 마차부의 왼쪽 팔꿈치에 해당합니다.
아말테이아가 염소가 아니라 이 염소를 키우던 님프라는 또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는 이 염소가 무시무시하게 생겨서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타이탄을 겁먹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장성한 제우스는 세상의 패권을 놓고 타이탄과 전쟁을 치루는데, 제우스는 신탁에 따라 염소가죽을 이용하여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망토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망토의 뒷면은 고르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죠.
제우스의 이 염소가죽이 아이기스라 불리는 방패입니다.
제우스는 아이기스의 보호를 받는 한편 적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타이탄과의 싸움을 유리하게 만드는 이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제우스는 염소의 뼈에 보통 염소와 같은 가죽을 입혀 하늘의 별 카펠라에 좌정시켰다고 합니다.
(번역자 주 : 말그대로 염소가죽을 의미하는 '아이기스(aegis)'는 이 신화로 '신의 방패'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오늘날 전방위 방어 시스템을 뜻하는 이지스체계(Aegis System)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고대의 몇몇 작가들은 염소와 새끼염소를 마차부자리와는 다른, 별도의 별자리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이후 마차부자리와 어색한 결합을 하면서 염소는 마차부의 어깨에, 그리고 새끼들은 앞쪽으로 뻗은 마차부의 팔에 안기게 되죠.
마차부가 왜 이처럼 거치적거리는 염소들을 품게 되었는지는 아무런 설명도, 전설도 전하지 않습니다.
한편, 마차부자리 베타(β)별은 멘칼리난(Menkalinan)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별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어로 '마차부의 어깨'를 의미하는 '멘키브 딜 이네인(mankib dhī’l-‘inān)'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이 별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언급이래 마차부의 오른쪽 어깨를 장식하는 별로 묘사되었습니다.
이웃 별자리와 공유하는 별
그리스 천문학자들은 마차부자리의 별 하나를 황소자리와 공유하는 별로 보았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이 별이 마차부의 오른쪽 발이자, 황소의 왼쪽 뿔이기도 하다고 묘사했습니다.
그래서 요한 바이어 (Johann Bayer, 1572~1625)는 이 별을 마차부자리 감마(γ)별이자 황소자리 베타(β)별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1930년, 별자리 경계가 확정되면서 오늘날 이 별은 더 이상 마차부자리 감마별인 아닌 황소자리 베타별로만 다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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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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