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88. 황소자리(TAURUS)

2025. 2. 15. 10:46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Tauri
약어 표기 : Tau
별자리 크기 순위 : 17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Ταῦρος (타우로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황소자리, 모우자리, 모우좌(牡牛座), 금우궁(金牛宮)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황소자리

 

황소자리는 날카로운 뿔과 V자 형태로 늘어선 여러 별이 선명하게 머리를 표시해주는 눈에 확연하게 띠는 별자리입니다. 

대개 황소자리는 혼외정사를 위해 변신한 제우스로 이야기됩니다.  
특히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Agenor)의 딸 에우로페(Europa)를 유괴한 황소로 이야기되죠. 

에우로파는 해변에서 티레(Tyre)의 소녀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왕의 소떼를 목초지에서 소녀들이 놀고 있는 해변으로 몰고 나올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황소로 변신하고 소떼 사이에 몰래 끼어들어가 에우로페를 납치할 틈을 엿보았습니다. 

이 멋진 소를 그냥 지나칠 사람은 없습니다. 
제우스가 변신한 소는 눈처럼 희었고 뿔은 마치 광을 내는 금속처럼 빛났습니다. 

에우로페 역시 이 아름다운 소에게 넋을 잃었습니다. 
에우로페는 황소의 뿔을 꽃으로 꾸미고 목 근육과 옆구리에 접혀든 살집에 감탄하며 황소를 쓰다듬었습니다. 
황소는 에우로페의 손에 입을 맞추었지만 제우스는 마지막 정복에 대한 기대를 참기 힘들었을 겁니다. 

황소는 황금빛 모래밭에 엎드렸고 에우로페는 그 등에 올라탔습니다. 
황소가 일어나 바다로 걸어나가기 시작할 때까지 소녀는 전혀 겁을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황소가 세차게 헤엄을 치기 시작하자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우로페는 당황한채 점점 멀어지는 해안을 바라보았습니다. 
파도가 황소의 등을 사납게 때릴때마다 황소의 뿔을 꼭 끌어안았죠. 
제우스는 교활하게도 점점 깊은 바다로 들어가 에우로페가 좀더 뿔을 꽉 잡고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에우로페는 이 황소가 보통 황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황소는 크레타 섬의 해안까지 건너갔고 그곳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선물 중에는 개도 있었습니다. 
이 개가 나중에 큰개자리(CANIS MAJOR)의 주인공이 됩니다.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 중에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Minos)가 있습니다. 
미노스는 크노소스(Knossos)에 유명한 궁전을 세웠으며 그곳에서 투우 경기를 열곤 했습니다. 

또다른 이야기는 황소자리가 제우스의 불륜 대상이었던 이오(Io)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부정한 현장을 아내 헤라에게서 숨기기 위해 이오를 암소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헤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100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로 하여금 암소를 지키게 했습니다. 
아르고스가 목숨을 잃어 암소가 풀려난 이후에도 헤라는 쇠파리를 보내 암소를 괴롭혔고 이오는 바다로 뛰어들어 멀리 헤엄쳐가며 도피 생활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하늘에서 황소는 상체까지만 그려집니다. 
그 이유를 신화적으로는 하반신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실 황소 전체 모습을 모두 그릴만한 여유공간이 없기도 합니다. 
원래 황소의 하반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고래자리(CETUS)와 양자리(ARIES)가 있습니다.  
이처럼 몸통 중간이 잘려버린 불쾌한 운명을 가진 별자리는 황소자리 뿐 아니라 페가수스자리(PEGASUS)도 있습니다. 
이러한 어색함에 더해 황소자리의 황소는 마치 오리온으로부터 뒤로 물러서고 있는 것처럼 하늘을 뒤로 가로질러갑니다. 

 


그림 2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황소자리

 

아라토스(Aratus, 315~243BC)는 황소가 몸을 숙이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별지도에서 전통적으로 묘사되는 황소의 모습은 앞다리를 구부린 모습입니다. 
아마도 에우로페를 유혹하는 황소가 그녀를 등에 태우기 위해 몸을 낮춘 모습 아닐까 합니다. 

반면 마닐리우스(Marcus Manilius)는 황소를 부상당한 절름발이 황소로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다소 억지스럽지만 '하늘은 별자리마저도 사지가 온전치 않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어떠한 손실에도 의연할 것을 가르쳐줍니다.'라는 교훈을 끄집어냈습니다. 

황소의 얼굴, 히아데스 성단

황소의 얼굴은 히아데스(Ὑάδες)라 불리는, V자 모양으로 도열한 별들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오비디우스(Ovid, 43BC~17AD)는 <로마의 축제들(the Fasti)>에서 이 이름이 그리스어로 '비내림'을 의미하는 hyein(히에인)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히아데스는 '비가 옴'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이는 히아데스가 뜨면 우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신화에서 히아데스는 아틀라스와 바다의 님프 아이트라(Aethra)사이에서 태어난 여러 딸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들의 오라버니는 히아스(Hyas)라고 합니다. 
히아스는 용감한 사냥꾼이었지만 암사자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맙니다. 
히아데스는 오빠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히기누스(Hyginus)는 이들이 모두 슬픔을 이기지 못해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데 따라서 히아데스라는 이름은 오라버니었던 히아스에서 유래한 것 아닐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또다른 이야기에서 히아데스는 어린 디오니소스를 키운 님프들로 나옵니다. 
이들은 니사(Nysa)산의 동굴에서 우유와 꿀을 먹이며 디오니소스를 키웠다고 합니다.  

로마시대에 히아데스는 'Hyades suculae(히아데스 수쿨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이 이름은 '새끼돼지'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여러 이야기가 있다보니 고대 시인들은 히아데스라는 이름의 연원에 대해 큰 혼동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히아데스는 숫자도 제각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별목록에 다섯 개 별을 기록하였습니다.

반면 히기누스는 네 개 이름을 제시함으로써 히아데스를 네 개의 별로 보았죠. 
헤시오도스(Hesiod)는 히아데스의 이름으로 다섯 개를 제시했습니다. 
파이실레(Phaesyle), 코로니스(Coronis), 클레이아(Cleia), 파이오(Phaeo), 에우도레(Eudore)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헤시오도스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는 시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후에 천문학자들은 히아데스의 어느 별에도 이름을 붙이지 않음으로써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피해갔습니다. 

황소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데바란(Aldebaran)입니다. 
황소의 한쪽 눈을 구성하는 이 별은 히아데스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아라비아의 천문학자 중에는 알데바란을 히아데스 전체를 부르는 이름으로 사용한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데바란은 히아데스 성단과는 아무런 물리적 연관이 없습니다. 
알데바란은 65광년 거리의 별입니다. 반면 히아데스 성단은 150광년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히아데스 성단을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히아데스 성단이 수백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성단임을 알고 있습니다. 

히아데스 성단의 별무리는 같은 방향으로 우주공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1908년 미국의 천문학자 루이스 보스(Lewis Boss, 1846~1912)는 베텔게우스(Betelgeuse)를 향해 돌진하는 히아데스의 경로를 담은 유명한 도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천상의 일곱 자매, 플레이아데스(Pleiades)

황소자리에는 히아데스성단보다 훨씬 더 유명한 성단이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아데스(Πλειάδες)성단입니다. 

 

플레이아데스는 440광년 거리에 있습니다. 히아데스 성단보다 약 3배 더 멀리 떨어져 있죠. 
언뜻 봤을 때 플레이아데스는 황소 등 위에 뭉쳐있는 희미한 보풀처럼 보입니다. 
히기누스에 따르면 고대의 시인 중에는 플레이아데스를 황소의 꼬리로 부른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너무나 뚜렷하게 구분되어 보이다보니 고대 그리스인들은 플레이아데스를 별도의 별자리로 구분하기도 했고 달력에서 특정 표지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헤시오도스는 <노동의 나날(Works and Days)>에서 플레이아데스가 새벽에 떠오르면 농사를 시작해야 하고 새벽에 지면 쟁기질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플레이아데스가 새벽에 떠오르는 때는 5월이었으며 새벽에 지는 때는 11월이었습니다. 

아라비아에서는 플레이아데스를 al-Thurayyā(알 투라야)라고 불렀습니다. 
이 이름은 무언가 '작지만, 풍부한 것'을 상징하는 여성의 이름입니다. 
또다른 이름으로 al-Najm(날 나즘)이라는 이름도 쓰였는데 이는 '별'을 의미하는 단수 명사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플레이아데스에 세 개 별을 기록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기록한 별은 아마도 타이게타(Taygeta), 엘렉트라(Taygeta), 아틀라스(Taygeta)인 것 같습니다. 
이들은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외곽선을 구성하는 별들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에 더해 북쪽으로 1도 정도에 작은 별이 있다는 기록도 남겼는데 이는 아마도 5등급의 별 HR 1188을 언급한 것 같습니다.  


그림 3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황소자리 
왼쪽 중간 아래 부분에 보이는 네 개 별이 플레이아데스의 별 3개와 1도 떨어진 별 하나를 그린 것입니다. 

 

10세기, 페르시아의 천문학자 알 수피(al-Ṣūfī)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록에 더해 세 개 별을 더 기록했습니다. 
알 수피가 기록한 별은 아마도 알키오네(Alcyone), 마야(Maia), 메로페(Merope)로 추정됩니다. 

플레이아데스를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한 사람은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입니다.
갈릴레오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여섯 개 별에 30개 희미한 별을 더해 그린 그림을 1610년, 자신의 책 <별의 전령(Sidereus Nuncius, 시데레우스 눈치우스)>를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플레이아데스는 아틀라스와 바다의 님프인 플레이오네(Pleione)의 일곱 딸로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플레이아데스라는 이름은 어머니 플레이오네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플레이아데스라는 이름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그리스어 '플레인'이 '항해'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오네는 '항해하는 여왕'이라는 의미가 되며 플레이아데스는 '항해하는 사람들'이 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플레이아데스는 항해철인 여름에 새벽 내내 보이던 성단이었습니다.  
그래서 플레이아데스가 밤하늘에서 사라지면 항해를 자중하는 것이 분별있는 행동으로 간주되었다고 합니다. 
헤시오도스는 '폭력적인 오리온에게 쫓긴 플레이아데스가 구름 가득한 바다로 숨어들면 강풍이 만연해진다.'라고 썼습니다. 

이보다 좀더 가능성 있는 또다른 설명은 플레이아데스라는 이름이 그리스어의 고어인 '플레오스'에서 온 것으로 봅니다. 
단수형으로 '꽉 찬'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복수형으로 쓰면 '많은'을 의미합니다. 
성단이라는 형태에 딱 맞는 이름이죠. 

또다른 의견으로 그리스어로 '한 떼의 비둘기'를 의미하는 '펠레이아데스(peleiades)'에서 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플레이아데스의 이름. 

플레이아데스는 이복자매인 히아데스와 달리 일곱 별 모두에 이름이 있습니다. 
우선 플레이아데스에서 가장 밝은 별은 2.9등급의 알키오네(Alcyone)입니다. 
그 외에 아스테로페(Asterope), 켈라이뉴(Celaeno), 엘렉트라(Electra), 마야(Maia), 메로페(Merope), 타이게타(Taygeta)가 있습니다. 
여기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딴 두 개 별, 즉, 아틀라스(Atlas)와 플레이오네(Pleione)도 있죠. 

당연하게도 이 이름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명명된 것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별 하나하나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된 이후에 명명된 것입니다. 


그림 4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 황소자리에 그려진 플레이아데스를 확대한 것으로 그림 1의 한 부분입니다. 
우라노메트리아가 발행되던 1603년 당시에는 플레이아데스 각 별의 이름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어 에타(η)가 붙은 별은 오늘날 알키오네라 부르는 2.9등급의 별입니다. 
바이어는 부록 별목록에 이 별을 플레이아데스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는 뜻의 Lucida Pleiadum(루키다 플레이아둠)으로 기록했습니다. 
소문자 q가 붙은 별은 4.3등급의 별로서 오늘날은 타이게타라 부릅니다. 
요한 바이어는 이 별에 플레이아데스에서 가장 희미한 별이라는 의미의 Pleiadum minima(플레이아둠 미니마)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플레이아데스의 각 별에 이름을 할당한 첫 번째 별목록은 이탈리아 천문학자 지오반니 바티스타 리치올리(Giovanni Battista Riccioli, 1598~1671)가 1665년 발행한 책 <개혁 천문학(Astronomiae Reformatae, 아스트로노미에 리포르마테)>인 것으로 보입니다. 
플레리아데스에서 각 별의 위치 정보를 얻기 위해 리치올리는 마요르카 섬의 천문학자 비센테 무트(Vicente Mut, 1614~1687)와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미카엘 반 랑렌(Michael van Langren, 1598~1675)의 관측자료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곱 개 이름을 누가 지은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라는 이름을 반 랑렌이 지었다는 것은 명확히 했습니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와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1646~1719) 모두 자신의 별목록을 작성할 때 플레이아데스에 부여된 이름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801년, 요한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가 <별들의 개요 및 소개(Allgemeine Beschreibung und Nachweisung der Gestirne)>에서 플레이아데스 각 별의 이름을 기록하였으며 이어서 1814년 주세페 피아치(Giuseppe Piazzi)가 팔레르모 천체목록(Palermo Catalogue)에도 같은 기록을 하면서 플레이아데스 각 별의 이름이 확정적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림 5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황소자리

 

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알키오네와 켈라이뉴는 모두 포세이돈의 정부가 되었습니다. 
일곱 자매 중 가장 연장자이면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마야는 제우스의 구애를 받고 헤르메스를 낳았습니다. 
마야는 나중에 제우스와 칼리스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르카스의 유모가 되기도 합니다. 

제우스는 플레이아데스 중 또 다른 두 명인 엘렉트라와 타이게타와도 관계하여 엘렉트라는 트로이의 시조인 다르다노스(Dardanus)를, 타이게타는 스파르타의 시조인 라케다이몬(Lacedaemon)을 낳았습니다. 

아스테로페는 아레스와 관계하여 피사의 왕 오이노마오스(Oenomaus)의 어머니가 되죠.
이노마오스 왕은 마차부자리(AURIGA) 전설과 관련이 있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플레이아데스 중 여섯 자매는 모두 신의 정부가 되었습니다. 
오직 메로페만이 정식으로 결혼하여 시시포스(Sisyphus)의 아내가 되죠. 
시시포스는 사기꾼으로 악명이 높아 영원히 돌을 굴려 언덕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저주를 받은 인물입니다. 

 

플레이아데스와 오리온을 관련짓는 신화도 있습니다. 
히기누스에 따르면 어느날 플레이오네가 딸들과 함께 보이오티아를 걸어갈 때 오리온이 플레이오네를 겁탈하려 했습니다. 
플레이오네는 딸들과 함께 도망을 쳤지만 오리온은 무려 7년 간 이들을 추격했습니다. 
제우스는 플레이아데스와 오리온을 하늘에 놓아 오리온이 끊임없이 플레이아데스를 쫓아가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라진 별

플레이아데스가 일곱자매라는 이름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여섯 개 뿐입니다. 
그래서 여러 신화들이 잃어버린 한 명의 플레이아드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달고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사라진 한 명을 메로페로 보았습니다. 
그녀만이 유일하게 정식으로 결혼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히기누스와 오비디우스 역시 수치심으로 희미해진 별 하나를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이들이 꼽는 대상은 엘렉트라였습니다. 
엘렉트라의 경우 아들 다르다노스가 세운 트로이가 망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희미해졌다고 합니다. 
히기누스는 비탄에 빠진 엘렉트라가 플레이아데스를 떠나버렸다고 말했고, 오비디우스는 엘렉트라가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려버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별의 이름을 정하는데 이러한 전설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플레이아데스에서 가장 희미한 별의 이름은 아스테로페입니다. 

쌍안경으로 플레이아데스를 보면 수십 개의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아데스 성단 전체에 포함된 별의 수는 백여 개에 이릅니다. 

플레이아데스가 품고 있는 별은 천문학적 기준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어린 별들입니다. 
가장 어린 별은 태어난 후 고작 수백만 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장노출을 통해 찍은 사진을 보면 별 주위에 어린 연무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한때 이 연무기는 별을 벼려내고 남은 먼지구름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아데스의 별들을 벼려낸 먼지 구름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즉, 지금 사진에 보이는 연무기는 플레이아데스와는 아무 상관 없는 구름이며 그저 시선에 겹쳐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황소의 눈, 알데바란(Aldebaran)

황소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알데바란은 황소의 눈을 장식하는 붉은 별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추종자'를 의미하는 al-dabarān(알 다바란)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 이름은 알데바란이 플레이아데스를 쫓아가는 별이기 때문에 지어진 것입니다. 

알데바란을 일컫는 아라비아어는 또 있습니다. 
우선 Ain al-Thaur(아인 알 타우르)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황소의 눈'을 의미합니다. 
또다른 이름으로 al-Fanīq(알 파니크)도 있습니다. al-Fanīq(알 파니크)는 '거대한 낙타' 또는 '수컷 낙타'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al-Fanīq(알 파니크)라는 이름과 관련해서는 히아데스를 '작은 낙타'를 의미하는 al-Qilāṣ(알 킬라쯔)라 부르기도 합니다. 

알데바란을 일컫는 또다른 라틴어 이름이 있는데 바로 'Palilicium(팔리리키움)'입니다. 
이 이름은 이 별이 고대 로마의 양치기 신인 팔레스 축제가 열리는 4월 21일 경 황혼녁에 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플램스티드는 자신의 별목록에 알데바란 대신 팔리리키움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철자가 일정치 않아 어떤 경우에는 'Palilicium'을, 어떤 경우에는 'Pallilicium'을 사용했습니다.(l이 한 번 쓰였는지, 두 번 쓰였는지 차이가 있음) 
요한보데 역시 자신의 별지도에 'Pallilicium'을 사용했습니다. 




그림 6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의 황소자리
보데는 알데바란이라는 이름과 함께 'Pallilicium(팔릴리키움)'이라는 라틴어 이름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자신의 점성술 책인 테트라비블로스(Tetrabiblos)에서 이 별을 '횃불(Torch)'이라고 부르긴했습니다만, 알데바란이 확연하게 눈에 띠는 별임에도 불구하고 이 별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의 일입니다. 

알데바란은 황소의 오른쪽 눈을 장식합니다.
왼쪽 눈을 장식하는 별은 황소자리 엡실론(ε)별이며 황소의 코는 황소자리 감마(γ)별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황소의 뿔과 게 성운

황소의 왼쪽 뿔은 황소자리 베타(β)별 엘나트(Elnath)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어로 '들이받는 것'을 의미하는 al-Nāṭiḥ(알 나띠흐)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을 마차부자리의 오른발을 장식하는 별로서 마차부자리와 공유하는 별로 기록했지만 1930년 별자리 경계가 구획되면서 지금은 황소자리의 별로만 다뤄집니다. 

황소자리 제타(ζ)별이 장식하고 있는 오른쪽 뿔 끝부분에는 게 성운(Crab Nebula)라는 유명한 성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성운은 천문학 역사에서 가장 기억할만한 사건인 1054년 목격된 별의 폭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그 빛이 너무나 밝아서 3주 동안 낮에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별이 초신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성운은 폭발로부터 산산히 부서져나간 별의 잔해인 것입니다. 
오늘날 게성운은 망원경을 이용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게 성운은 1731년 영국 천문학자 존 베비스(John Bevis, 1695~1771)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존 베비스는 이 성운을 자신이 만든 별지도인 <Uranographia Britannica star atlas> 23장에 기록했습니다. 
이때가 1750년이었죠. 
그런데 불행히도 이 별지도는 베비스의 인쇄소가 파산하면서 출판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후 게성운은 프랑스의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에 의해 재 발견되면서 메시에의 유명한 천체목록에 첫 번째 천체로 등록되었습니다. 
그래서 게 성운은 오늘날 M1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이 성운에 '게'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아일랜드의 천문학자 로스 경(Lord Rosse, 1800~1867)이 그린 그림 때문입니다. 
로스 경은 920밀리 반사망원경으로 관측한 이 성운의 그림을 출판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집게발을 가진 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림 7 참고)


그림 7
로스 경이 그린 M1 스케치.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842년에서 1843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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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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