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7. 14:53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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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새벽의 문(The Gates of Dawn),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Herbert James Draper, 1864~1920) |
저 멀리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깨어나는 새벽이
장미꽃 가득한 그녀의 침실을 가리는
빛나는 문을 열어젖힌다.
영국의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가 그린 이 그림은 오비디우스(Ovid, 43BC~17AD)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에 실린 이 문구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우로라(Aurora)는 새벽을 상징하는 로마의 여신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오스(Eos)로 등장합니다.
천문학에서 말하는 북극광과 남극광의 이름 즉, 아우로라 보레알리스(aurora borealis) 및 아우로라 오스트랄리스(aurora australis)가 바로 아우로라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극광 현상에 오로라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 로서 1616년의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북(borealis)과 남(australis)을 의미하는 접사가 추가된 것은 나중에 제임스 쿡 선장과 같이 머나먼 남반구로 여행을 떠난 탐험가들이 오로라가 북쪽 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1770년대의 일입니다.
'아우로라 보레알리스(aurora borealis)'가 실제 의미하는 것은 '북쪽의 여명'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저위도 지역에서 보이는 오로라 현상을 잘 표현해줍니다.
북쪽 지평선 낮은 고도에서 오로라 현상의 높은 쪽 부분만 눈에 띠게 되면 마치 한밤중에 새벽이 온 것처럼 보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여신 에오스(Eos)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의 누이였습니다.
에오스는 헬리오스의 마차 뿐 아니라 그녀의 누이인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를 위해 매일 아침 천상의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에오스는 샛별을 포함한 별들의 어머니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고대의 시인들은 에오스를 장미빛 손가락과 사프란 빛깔의 옷을 입은 여신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분홍빛의 새벽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오로라가 태양으로부터 유입된 입자들이 극점 주위 상층대기에서 만들어내는 방전현상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 로마시대에는 재앙의 전조로 해석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혜성 역시 재앙의 전조로 해석되었는데 오로라는 혜성보다 더 심한 재앙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졌죠.
1세기 로마의 작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는 오로라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습니다.
그 어떤 비탄의 전조도 없이 인류에게 더 많은 재앙을 가져오는 하늘의 화염,
마치 피가 비처럼 땅으로 쏟아져 내리는 듯 하다.
이 묘사는 수수께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로라는 주로 초록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도상 상당히 남쪽에 있는 지중해 지역에서 오로라를 봤다면 북쪽 지평선 너머로 오로라의 상층부인 붉은색 부분만 보였을 것입니다.
붉은색 오로라는 특히 강력한 오로라가 발생할 때 주로 나타나는데 강력한 오로라일수록 남쪽 멀리 떨어진 지중해 지역에서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붉은 오로라가 전쟁과 죽음의 공포를 불러 있을켰을 거라고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화염이 가득해지면서 붉은 빛이 하늘까지 퍼진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충분했죠.
이러한 오해로 인해 티베리우스 황제(14~37)시대에 로마의 소방대가 오스티아 항구로 달려간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오해는 비교적 최근에도 있었는데, 1938년 1월 대오로라가 발생했을 때 오스트리아에서 스위스에 이르는 유럽 남부 전역에서 화재를 찾기 위해 소방대가 출동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로라를 보다 자주 목격할 수 있는 북구 지역에서는 오로라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위스 우주물리학연구소의 잉그리트 샌달(Ingrid Sandahl)이 소개하는 오로라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3세기, 고대 노르웨이 교훈문학을 담고 있는 <콘게스파일렛(Kongespeilet)>에는 오로라에 대한 세 가지 설명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우선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며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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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콘게스파일렛(Kongespeilet)>에 담긴 고대 노르웨이 인들의 오로라에 대한 세 가지 설명 |
이를 기반으로 제시한 첫 번째 설명은 이 바다가 불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 화염이 하늘에 반사될 때 오로라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림 2 왼쪽)
두 번째 설명은 태양이 평평한 지각판 모서리 아래로 내려갔음에도 태양빛이 하늘에 솟아오르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림 2 가운데)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설명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축적한 빙하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림 2 오른쪽)
고대 스웨덴에서 오로라를 부르던 이름으로 '실블릭스트(sillblixt)'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이 이름은 재미있게도 '청어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이 이름에는 바다에 어마어마한 청어무리가 모였을 때 청어의 푸른빛이 반사되면서 오로라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 3)
이러한 생각은 스웨덴 중부 네르케(Närke)지역과 노르웨이 일부 지역 문서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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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고대 스웨덴에서 오로라를 부르던 이름 '실블릭스트(sillblixt)'는 '청어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 그림 4 스몰란드(Småland) 지역의 몇몇 부족은 날기 경쟁을 벌이는 고니를 오로라와 연결시켰습니다. |
네르케 지역에서는 또다른 설명이 있습니다.
라플란드 원주민들이 산악지역에서 순록을 찾기 위해 켠 횃불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스몰란드(Småland) 지역의 몇몇 부족은 북쪽으로 멀리 날아가기 경쟁을 펼치는 고니떼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북쪽 멀리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고 마는 지역이 있었습니다.
오로라는 이곳을 지나는 고니가 얼어붙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개를 펄럭이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그림 4)
핀란드에서는 오로라를 '여우불'이라는 뜻의 '레본뚤렛(revontulet)'이라 부릅니다.
핀란드 전설에 따르면 라플란드 지역에는 불의 여우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불의 여우들이 산악지역을 내달릴 때, 불꽃이 튀면서 오로라가 만들어졌습니다.
대체로 라플란드 원주민을 비롯한 북구 유럽의 원주민들은 오로라를 숭배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웨덴 북부에서 원주민으로 살았던 노인들은 어렸을 적에 오로라가 생겨나면 조용히 하고 착한 행동만 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합니다.
이때 뭔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특히 더 심각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하죠.
스카디나비아와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몇몇 부족들은 오로라를 휘파람을 통해 불러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다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 위험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 사는 한 젊은 청년은 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로라를 놀려 오로라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로라가 발생하는 동안은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 못하도록 하는 부족도 있습니다.
오로라가 아이를 죽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부족은 오로라가 발생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꼭 모자를 씌웠다고 합니다.
오로라가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태워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북구 유럽의 많은 부족들이 오로라 중에서도 붉은 오로라를 특히 흉조로 여겼습니다.
붉은 오로라가 나타나면 기근이나 전쟁, 거대한 불이 일어난다고 믿었죠.
붉은 오로라로 인해 사람들이 불이 난출 알고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일은 흔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오로라를 불이 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더더군다나 대부분의 집이 불에 타기 쉬운 나무로 만들어진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죠.
오로라를 죽은 이들의 영혼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믿음은 북유럽이나 북아시아, 북아메리카 대부분 지역에 폭넓게 펼쳐져 있는 인식이었습니다.
살해당한 이들, 전사한 이들, 자살한 이들, 아이때 죽었거나,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아이의 영혼이 오로라의 나라에서 산다고 믿었죠.
반면 죽은 이들의 영혼이 오로라의 나라에서 평안을 누린다고 본 부족도 있습니다.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부에 사는 이누이트 족들은 죽은 이들의 영혼이 바다코끼리의 두개골로 축구를 즐긴다고 생각했죠.
이러한 생각에서 나온 오로라의 이름은 아크살리자트(aqsalijaat)입니다.
이 이름은 축구를 즐기는 영혼들이 하늘에 만들어 놓은 자국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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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부에 사는 이누이트 족들은 죽은 선조들의 영혼이 축구를 하며 오로라가 만들어진다고 보았습니다. |
그래서 베핀 섬(Baffin Island)에서는 오로라가 발생했을 때 턱뼈를 덜거덕 거리는 바다코끼리의 두개골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때 오로라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러니까 조상들의 축구 게임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날아온 바다코끼리 두개골에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합니다.
한편 라플란드 원주민들은 오로라가 날씨와 관계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오로라가 높은 고도에서 발생하면 날씨가 따뜻해질거라 믿었죠.
즉, 오로라가 만들어내는 마법이 날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로라에 영향을 끼치려는 여러 가지 행태가 있습니다.
스웨덴 크비크조크(Kvikkjokk) 지방에서는 오로라가 시작될 때 "곡세트(gokseth), 리피(lipi), 리피(lipi)"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곡세트(gokseth)는 '오로라'를 의미하며 리피(Lipi)는 '흔들다'를 의미하는 'lihphuit'의 준말입니다.
즉, '오로라야! 더 흔들려라! 더 흔들려라!'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스웨덴 빌헬미나(Vilhelmina)에서는 하얀 종이를 흔들어 오로라를 더 흔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오로라가 날씨를 따뜻하게 만들어줄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오로라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거나 폭풍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로라로 인해 날씨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믿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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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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