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번외편 1. 미리내(Milky Way)

미리내는 물론 별자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별들이 만들어낸 희미한 은빛 강물이 띠를 이루며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는 '거대한 띠가 사방을 감싸며 하늘을 가르고 있다'라는 묘사를 남기며 이를 Γάλα(갈라)라고 불렀습니다. Γάλα(갈라)는 '우유'를 뜻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미리내를  Κύκλος Γαλαξίας(퀴클로스 갈락시아스)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우유로 만들어진 고리'를 의미합니다. 

헤르쿨레스에게 헤라의 젖을 빨게 하다가 미리내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바로 에라토스테네스의 이야기입니다. 
헤르메스는 갓 태어난 헤르쿨레스를 헤라가 잠들었을 때 헤라의 가슴위에 두었습니다. 
헤라는 곧 깨어났고 젖을 빠는 헤르쿨레스를 밀쳐냈지만 이때 흘러나온 젖이 하늘에 뿌려져 미리내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은 틴토레토(Tintoretto)의 그림으로서 제목은 미리내의 기원(The Origin of the Milky Way)입니다.  헤라의 가슴에 아기 헤르쿨레스가 있고 헤라의 젖이 퍼져오르며 미리내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전하는 신화와는 달리 이 그림에서 헤르쿨레스를 헤라의 가슴위에 얹은 이는 제우스 자신입니다.  배경에 번개를 나르는 독수리를 보면 알 수 있죠. 그 옆으로는 헤라의 새인 공작도 보입니다.  ( Photo ⓒ The National Gallery, London.)

 

알마게스트에서 프톨레마이오스(Claudius Ptolemaeos, 100~178AD)가 사용한 이름은 γαλακτίας(갈락티아스)입니다. 

오비디우스(Ovid, 43BC~17AD)는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에서 신의 궁전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길을 묘사하며 이를 '천상의 팔라티움'이라 불렀습니다. 
즉 오비디우스의 관점에서 미리내는 여러 신들이 제우스의 궁전을 드나들며 거닐었던 길인 것입니다. 

고대 로마의 작가 마닐리우스(Marcus Manilius)는 미리내를 천상의 배가 지나가면서 남긴 빛나는 자국으로 보았습니다. 

 

사실 마닐리우스는 미리내에 대해 당시 퍼져 있던 과학적인 이야기와 신화적인 이야기를 다양하게 기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리내가 두 조각의 하늘을 이어 기운 이음매라거나 반대로 하늘이 두 개로 갈라지면서 그 틈으로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다는 것 등입니다. 
미리내는 원래 태양이 다녔던 길인데 지금은 그을려서 재가 쌓여 있는 곳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파에톤이 아버지 헬리오스의 태양마차를 끌고 지나가며 온통 그을려놓은 길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미리내가 희미한 별이 몰려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로부터 전해진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리내의 정체와 일치하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마닐리우스가 제시하는 또다른 이야기는 다소 종교적인 이야기로서 하늘로 올라간 영웅들의 영혼이 거쳐하는 곳이라고도 했습니다. 
 
아라비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 미리내의 이름은  darb al-tabbānah(다르브 알 타바나)로서 '짚이 깔린 길'을 의미합니다. 
아마도 아라비아에서는 농부들이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짚을 깔아 놓아 만든 길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중세 아라비아에서는  al-majarra(알 마자라)라는 이름도 사용되었습니다. 
이 이름은 마차자국처럼 어떤 물체를 끌거나 또는 끌고가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알 비루니(al-Bīrūnī, 973~1048)와 같은 아라비아의 위대한 과학자들은 이미 망원경이 발견되기도 훨씬 전에 미리내가 수많은 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목록으로 돌아가기

 

번역자 주석 
1.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2.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