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45. 양자리(ARIES)

2024. 12. 22. 13:23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Arietis
약어 표기 : Ari
별자리 크기 순위 : 39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Κριός (크리오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양자리, 모양자리, 백양궁(白羊宮)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양자리

 

별자리에 양이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양은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최고신 제우스는 종종 숫양으로 상징화되곤 했습니다. 

별자리 신화에 등장하는 양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 양은 황금털을 두르고 있었고, 이로인해 아르고 원정의 목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양이 지상에 출현한 것은 보이오티아의 아타마스(Athamas)왕이 기근을 피하기 위해 아들 프릭소스(Phrixus)를 제물로 바치려 할 때였습니다. 
아타마스는 아내 네펠레(Nephele)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네펠레와 결별하고 테베의 왕 카드모스의 딸인 이노와 결혼했습니다.  

이노는 네펠레의 소생인 프릭소스와 헬레(Helle)를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죽일 음모를 꾸몄습니다.  
우선 그녀는 밀알을 볶았습니다. 
볶아버린 씨는 싹을 틔우지 못하죠. 
곡식이 나지 않자 아타마스는 델포이에 신탁을 구했고 이노는 전령을 매수하여 프릭소스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거짓 정보를 보고하게 했습니다. 

아타마스 왕은 마지못해 아들을 오르코메누스에 있는 라피스티움 산 정상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곳에서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할 때 네펠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황금털을 두르고 날개가 달린 양을 내려보냈습니다. 

 

양 등에 올라탄 프릭소스는 누이 헬레까지 태우고 도망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조지아가 자리잡고 있는 코카서스 산맥 아래 흑해 동쪽 연안의 콜키스를 향해 동쪽으로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헬레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다르다넬스 해협에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죽은 헬레를 기려 이곳을 헬레스폰투스(the Hellespont)해협이라고 불렀습니다.  

콜키스에 도착한 프릭소스는 자신이 타고온 양을 죽여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리고 황금가죽을 벗겨 무시무시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Aeetes)에게 선물했습니다.  
아이에테스는 보답으로 딸 칼키오페(Chalciope)를 주어 프릭소스를 사위로 맞아 들였습니다.   
네펠레는 자신의 아이들을 구한 양의 모습을 하늘에 새겨넣었습니다. 
 
그러나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이 양이 불사의 능력을 가진 양이라며, 희생제물이 된 양 이야기와 어긋나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에라토스테네스의 이야기에서 숫양은 스스로 황금양털을 벗어던지고 계약에 따라 하늘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타협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쪽 이야기를 따르든, 하늘에 자리잡은 양에게 찬란한 양털이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는 양자리가 왜 상대적으로 희미한 별자리인지 설명해 주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림 2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에 등장하는 양자리
플램스티드의 그림은 그리스 신화에 충실하게, 양털이 거의 깎여 없는 양으로 그려졌습니다. 



프릭소스는 죽은 후 유령이 되어 그리스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테살리 이올코스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의 사촌 펠리아스(Pelias)에게 나타났다고 하죠.  
원래 이 왕좌의 합법적인 상속자는 이아손(Jason)이었습니다. 
펠리아스는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콜키스에서 빼앗아 온다면 왕위를 양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아손과 영웅들이 아르고호를 타고 모험을 떠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아손은 콜키스에 도착하여 아이에테스 왕에게 황금양털을 내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황금양털은 성스러운 숲속의 참나무에 걸려 있었고 잠들지 않는 용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에테스 왕은 이아손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원정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죠. 
아이에테스 왕의 딸인 메디아(Medea)가 이아손과 사랑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메디아는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훔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밤에 두 남녀는 황금양털이 걸려 있는 숲으로 잠입해 들어갔습니다. 
메디아는 마법을 걸어 용을 잠재우는데 성공했고 이아손은 황금양털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Apollonius Rhodius)에 따르면 이 양털은 송아지 가죽 정도의 숨기기 딱 알맞은 크기였다고 합니다. 이아손이 어깨에 매었을 때 발까지 내려오는 정도 크기였다고 하죠.  
그래서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어깨에 매고 메디아와 함께 도망칠 때 황금양털의 밝은 광채가 주위를 환하게 비추었다고 합니다. 
이아손과 메디아는 아이에테스 왕의 추격을 뿌리치고 이 황금양털을 신혼침대에 둘렀습니다. 

 

황금양털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은 오르코메누스의 제우스 신전이었습니다. 
그리스로 귀환한 이아손이 이 신전에 황금양털을 바쳤다고 합니다.  

양자리의 별

그리스어 Κριός (크리오스)는 숫양을 의미합니다. 
라틴어로는 'ARIES'로 표기합니다. 

고천문도에서 숫양은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날개는 없고 고개는 황소자리를 향해 뒤를 돌아보고 있는 자세입니다.  

 


그림 3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에 등장하는 양자리



양자리는 그다지 눈에띠는 별자리는 아닙니다. 
그나마 눈에 띠는 부분이라면 양의 머리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개 별이 만들어내는 굽은 선입니다. 
이 세 개 별은 양자리 알파(α), 베타(β), 감마(γ)별입니다. 

양자리 알파별은 하말(Hamal)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라비아어로 숫양을 의미하는 'al-hamal(알 하말)'에서 온 이름입니다. 
'알 하말'은 알마게스트 아라비아어 버전에서 양자리 전체를 일컫는 이름으로도 등장합니다. 

요한 보데(Johann Bode)는 우라노그라피아에서 양자리 알파별에 엘 나스(el-nath)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들이받는 뿔'을 의미하는 아라비아어 'al-nāṭiḥ(알 나띠흐)'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이름은 오늘날 황소자리(TAURUS) 베타별의 이름으로만 쓰입니다. 

 


그림 4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의 양자리


양자리 베타별의 이름은 셰라탄(Sheratan)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두 개의 무언가'를 의미하는 'al-sharatān(알 샤라탄)'에서 온 이름입니다. 
이는 '두 개의 징조', 또는 '두 개의 뿔'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으며, 원래는 양자리 베타별뿐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감마별을 통칭하는 이름이었습니다. 

오늘날 양자리 감마별의 이름은 머사르팀(Mesarthim)입니다. 
이 이름은 'al-sharatān(알 샤라탄)'이 여러 번 필사되는 와중에 엉뚱한 이름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양자리 알파별을 '머리위의 별'로 묘사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히파르쿠스의 목록을 확인할 방법이 없긴 하지만 

히파르쿠스는 이 별을 양의 주둥이 앞에 놓았다. 

특이하게도 프톨레마이오스는 양자리 알파별을 양자리의 형상을 구성하지 않는 별로 기록했습니다. 
별자리에는 포함되지만 별자리 형상을 구성하지 않는 별은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ἰ)라 불렸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양자리 감마별을 '두 뿔을 구성하는 별 중 앞에 있는 별'로, 베타별은 '뒤에 있는 별'로 묘사했습니다. 

 


그림 5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양자리.
프톨레마이오스는 양자리 알파별을 아모르포토이로 간주하였습니다.
이마 앞에 있는 검은 점이 양자리 알파별입니다.   



양자리 북쪽에 있는 네 개 별 - 그림 5에서 양의 엉덩이 위에 있는 네 개 검은 점 - 은 한때는 북쪽파리자리(MUSCA BOREALIS)를 구성하는 별이었습니다. 

북쪽파리자리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별자리입니다. 

 

이 네 개 별은 다양한 별자리로 활용되었습니다. 
한때는 꿀벌자리(APIS)이기도 했고, 말벌자리(VESPA)이기도 했으며, 프랑스 왕가의 문장을 상징하는 백합자리(LILIUM)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별자리는 모두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별자리입니다. 

황도십이궁의 첫 번째 별자리

양자리는 침침한 밝기에 비해 천문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별자리입니다. 
그리스 시대에 이 별자리는 춘분점이라는 기본 방위를 가진 별자리였습니다. 
이 지점은 태양이 천구의 적도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로질러 가는 지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춘분점은 고정된 지점이 아닙니다. 세차운동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죠.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쿠스(Hipparchus, BC190?~125?)가 이 별자리를 춘분점으로 지정한 때는 기원전 130년 경이었고, 당시 춘분점은 양의 왼쪽 뿔에 있는 감마별, 머사르팀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황도가 춘분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양자리는 황도십이궁의 시작점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세차운동으로 인해, 히파르쿠스 시대 이래 춘분점은 30도 이동하여 오늘날 춘분점은 물고기자리(PISCES)에 위치합니다. 
지금부터 2,600년이 더 지나면 춘분점은 물병자리(AQUARIUS)로 이동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도십이궁의 첫 번째 별자리는 여전히 양자리로 간주됩니다. 

 

양자리를 묘사한 초기 그림 중에는 양이 몸통에 고리를 두른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기 1600년, 휘호 흐로티위스(Hugo Grotius, 1583~1645)가 펴낸 <아라토스 총서(Syntagma Arateorum)>의 그림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림 6
휘호 흐로티위스(Hugo Grotius, 1583~1645)의 <아라토스 총서(Syntagma Arateorum)>에 그려진 양자리


이 고리는 천문학 용어로 이분경선(the equinoctial colure)이라 부르는 천구의 두 개 극점과, 두 개 분점을 가로지르는 가상의 대원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원이 양자리를 가로지르는 것은 에우독소스(Eudoxus, 390~340BC) 시대에나 유효했을 뿐입니다. 
후에 좌표가 보다 정밀해진 별지도가 등장하면서 이 고리는 양자리 그림에 더 이상 그려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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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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