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47. 여우자리(VULPECULA)

2024. 12. 24. 11:30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Vulpeculae
약어 표기 : Vul
별자리 크기 순위 : 55번째
기원 :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가 만든 7개 별자리 중 하나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여우자리, 소호좌(小狐座) 

여우자리는 폴란드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가 1687년 발표한 별목록을 통해 소개한 별자리입니다. 

 

헤벨리우스 사후인 1690년에 출판된 별지도 <소비에스키의 창공(Firmamentum Sobiescianum)>을 보면 여우자리의 여우는 입에 거위를 물어나르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려지는 여우자리에서 거위는 더이상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림 1 
1690년 발행된 요하네스 헤벨리우스의 <소비에스키의 창공(the Firmamentum Sobiescianum)>에 등장하는 여우자리 그림.
여우가 거위를 물고 있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여우자리(VULPECULA)와 거위자리(ANSER)가 별도의 별자리인 것처럼 표기되어 있습니다. 
<소비에스키의 창공> 별지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가정하고 그렸기 때문에 별자리 좌우가 뒤바뀌어 있습니다. 


헤벨리우스는 여우자리를 또다른 두 육식동물과 가까운 위치에 놓았습니다.  독수리자리(AQUILA)와 지금은 거문고자리(LYRA)로 알려져 있는 콘도르가 그것입니다. 

<소비에스키의 창공> 설명문에서 헤벨리우스는 '여우가 거위를 물어 바로 옆에 있는 케르베로스(Cerberus)에게 가져다주고 있다.'라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케르베로스는 당시 헤벨리우스가 만든 또다른 별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케르베로스자리(CERBERUS)는 별자리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 설명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헤벨리우스는 별자리 이름을 짓는 방식이 일관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천문학의 선구자(Prodromus Astronomiae)>라는 별목록 소개문에서 헤벨리우스는 거위를 물고 있는 여우를 '여우와 거위자리(VULPECULA CUM ANSERE)'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에스키의 창공>에서는 '거위자리(ANSER)'와 '여우자리(VULPECULA)'로 각각의 따로 떼어 소개했습니다. (그림 1 참고)  

플램스티드의 별지도와 같은 몇몇 별지도에서는 별자리 이름을 약간 수정하였는데 예를 들어 플램스티드 같은 경우 'VULPEC & ANSER'와 같은 이름으로 소개했습니다.(그림 2 참고)


그림 2 
존 플램스티드의 아틀라스 꾈레스티스(the Atlas Coelestis, 1729)에 등장하는 여우와 거위자리.
‘VULPEC & ANSER'라는 제목이 보입니다. 
사실 여우와 거위(The Fox and Goose)는 영국의 전통 선술집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우와 거위가 함께 있다가 여우만 남게 된 것은 1845년 프랜시스 베일리(Francis Baily)가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British Association Catalogue)에서 별자리 이름을 짧게 다듬으면서 여우자리(VULPECULA)만 남겼기 때문입니다. 

여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여우자리 알파(α)별은 4.4등급으로 여우의 코에 위치합니다. 이 별에 알파를 할당한 이 역시 프랜시스 베일리(Francis Baily)로서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British Association Catalogue)에서 처음으로 할당된 것입니다. 여우자리에서 바이어 명명법에 의해 그리스 알파벳이 할당된 별은 이 별이 유일합니다. 

2017년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이 별자리의 역사성을 살리는 의미로 여우자리 알파별의 이름을 '안세르(Anser)'로 지정했습니다. 

여우자리와 화살자리(SAGITTA) 경계에 브로치 성단(Brocchi’s Cluster)이라 알려진 자리별(Asterism)이 있습니다. 이 자리별은 옷걸이처럼 생긴 외양 때문에 옷걸이 성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자리별입니다. 이 자리별은 5등급 이하의 별 10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건이 괜찮다면 맨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별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는 아라비아의 천문학자 알 수피(al-Ṣūfī, 903~986)입니다. 서기 964년 쓰여진 <붙박이별의 서(Kitāb al-Kawākib al-Thābita, Book of the Fixed Stars)>를 통해서였죠. 이 책에서 알수피는 4등급, 5등급, 6등급의 별을 품고 있는 성운으로 이 자리별을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별에는 알수피가 측정한 것보다 훨씬 희미한 별도 있기 때문에, 알수피가 얼마나 날카로운 시력을 가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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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