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48. 염소자리(CAPRICORNUS)

소유격 표기 : Capricorni
약어 표기 : Cap
별자리 크기 순위 : 40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Αἰγόκερως(아이고케로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염소자리, 산양자리, 산양좌(山羊座), 마갈궁(磨羯宮)

 

염소자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염소 형상이 아닙니다.

머리와 앞발까지는 염소지만 허리 뒤는 물고기 꼬리를 가진 생명체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형상은 이 별자리가 고대 수메르와 고바빌로니아에서 유래되었음을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이런 다중 성격을 가진 생명체에 대한 선호 현상이 있었습니다. 
고대 수메르에서는 물염소(the goat-fish)를 수후르-마쉬-하(SUHUR-MASH-HA)라고 불렀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한 이 별자리의 이름은 Αἰγόκερως(아이고케로스)입니다.

이 단어는 '뿔염소'를 의미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별자리를 목양신 판(Pan)으로 보았습니다.

판은 뿔이 돋고 하반신은 염소의 다리를 가진 신이었는데 혈통은 불분명합니다.

 

판은 장난기가 많은 신이었습니다. 큰 소리를 질러 사람을 놀래키곤 한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래서 판의 이름은 공황을 의미하는 패닉(panic)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판은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여자를 쫓아다니는 색마이기도 했습니다.  

판은 시링크스(Syrinx)를 유혹하려 한 것은 유명한 사건입니다. 시링크스는 갈대로 변해 위기를 모면하죠. 
이 변신으로 새로운 악기가 탄생하였습니다. 판이 갈대를 움켜잡았을 때 바람이 갈대사이를 통과하며 매혹적인 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판은 서로 다른 길이의 갈대를 모아 붙여 그 유명한 팬파이프, 즉 팬플룻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팬플룻을 시링크스라 부르기도 합니다.     

판의 자식 중 하나가 크로토스(Crotus)입니다. 
크로토스는 궁수자리(SAGITTARIUS)의 상징입니다.    

판은 두 차례에 걸쳐 올림포스 신들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올림포스 신들과 타이탄과 맞붙은 티타노마키아 때 판이 고둥나팔을 불어 적들을 도망치게 한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판을 고둥나팔과 연결시킨 것은 판에 수생동물로서의 속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반면 히기누스(Hyginus)는 이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것이며 판은 한 것이라곤 그저 적에게 조개를 내던진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판이 가이아가 보낸 괴물 티폰의 접근을 신들에게 알려준 것입니다. 
판 덕분에 올림포스 신들은 다양한 동물로 변신하여 티폰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판 자신은 강에 숨어들면서 자신의 하반신을 물고기로 변형시켰습니다.  아프로디테가 아들 에로스와 함께 강물로 뛰어든 것도 바로 이때입니다. 히기누스에 따르면 이 강은 유프라테스강이었고, 둘은 물고기로 변했는데, 바로 이것이 물고기자리(PISCES)의 상징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제우스는 티폰과 맞서 싸웠지만 너무나 강력했던 티폰은 제우스의 팔과 다리에서 힘줄을 끊어 제우스를 불구로 만들어버렸다고 합니다. 끊어진 제우스의 힘줄을 복원시켜 준 이가 판입니다. 헤르메스와 함께였죠. 그래서 제우스는 다시 티폰과 맞서 싸울 수 있었습니다. 
제우스는 벼락을 이용하여 티폰을 제압하는데 성공했고, 티폰을 시실리의 에트나 산 아래 가둬버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트나 산이 아직도 불을 뿜어내고 있다고 하죠. 
제우스는 이처럼 일련의 사건에서 공을 세운 판에 대한 보답으로 판의 형상을 염소자리로 하늘에 새겼다고 합니다. 

두 개의 뿔과 휘감긴 꼬리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염소의 뿔을 짧고 곧게 뻗은 뿔로 묘사했습니다. 
염소자리 알파(α)별과 베타(β)별이 오른쪽 뿔을, 그리고 염소자리 크시(ξ)별이 왼쪽 뿔을 구성합니다. 

그림 1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염소자리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 는 염소의 뿔을 훨씬 길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염소자리 베타별은 염소의 머리에, 그리고 알파별과 크시별은 각각의 뿔 언저리에 위치한 것으로 그렸습니다.(그림 2)  

반면 보데 (Johann Elert Bode, 1747~1826)는 염소의 목 뒤쪽으로 휘어져 내려오도록 뿔을 그렸습니다.(그림3)  

 

그림 2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염소자리

 

그림 3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16장에 등장하는 염소자리

 

염소자리 알파별은 알제디(Algedi)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아이'를 의미하는 al-jady(알 자디)에서 온 이름이며 이 별자리의 아라비아어 이름이기도 합니다. 
보데는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에서 염소자리 알파별 이름을 자베(Dshabeh)라고 썼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이마'를 의미하는 'jabhah(자브하)'에서 온 것입니다. 

염소자리 베타별의 이름은 '다비흐(Dabih)'입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도살자를 의미하는 al-dhābiḥ(알 다비흐)'에서 온 이름입니다. 
원래 이 이름은 염소자리 알파별과 베타별 모두에 쓰이던 이름입니다. 
또한 도살자라는 뜻은 제사를 위해 양을 죽이는 이를 의미하죠. 
참고로 아라비아에서는 인근에 있는 비교적 희미한 별인 염소자리 누(ν)별은 양을 의미했습니다. 

염소자리 델타(δ)별은 '데네브 알제디(Deneb Algedi)'입니다. 
아라비아 어로는 dhanab al-jad(다나브 알 자디)인데 이는 '아이의 꼬리'를 의미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별을 염소의 꼬리 기저부에 위치하는, 염소의 몸통에서 가장 뒷쪽에 있는 별로 묘사했습니다. 
그리고는 꼬리를 구성하는 별로 네 개 별을 꼽았습니다. 
오늘날 이 별은 염소자리 42별, 뮤(μ)별, 람다(λ)별, 46(또는 c)별입니다. 
꼬리의 끝에 46별이 있습니다. 
염소의 꼬리는 여러 별지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한 번 휘말린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전통입니다. 

국제천문연맹 IAU에서 정한 별자리 경계에 따르면 염소자리는 황도 12궁에서 가장 작은 별자리입니다. 
황도 12궁에서 가장 큰 별자리인 처녀자리와 비교해서는 그 영역이 1/3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림 4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에 그려진 염소자리

 

남회귀선으로서 염소자리 

염소자리는 남회귀선을 품은 별자리입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태양은 동지 즈음에 염소자리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세차운동으로 인해 오늘날의 동지에 태양은 궁수자리에서 남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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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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