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3. 14:17ㆍ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Eridani
약어 표기 : Eri
별자리 크기 순위 : 6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Ποταμός(포타모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에리다누스강자리, 에리다누스자리
아라토스(Aratus, 315~243BC)가 이 별자리에 Ἠριδανός(에리다누스)라는 신화적 의미가 담긴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사실 프톨레마이오스를 포함한 많은 후대 작가나 학자들이 사용한 이 별자리의 이름은 일반명사로 '강'을 의미하는 Ποταμός(포타모스)였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이 별자리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유일한 강'인 나일강을 상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히기누스(Hyginus)도 에라토스테네스 의견에 동의하면서 나일강 입구에 카노푸스 섬이 있듯이 이 천상의 강 끝에 카노푸스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히기누스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카노푸스는 아르고자리에서 키잡이 노를 표시하는 별이지 에리다누스강자리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히기누스는 카노푸스가 에리다누스강 '바로 아래' 있다는 에라토스테네스의 말을 잘못 이해했던 게 분명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말은 카노푸스가 더 남쪽에 있다는 뜻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에라토스테네스도 잘못 알고 있는게 있었습니다.
이 천상의 강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것으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에리다누스강자리의 진행 방향은 나일강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여기에 혼란을 더한 것은 나중에 그리스와 로마의 작가들이 에리다누스강을 포(Po)강으로 식별했다는 것입니다.
포강은 이탈리아 북부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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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에 그려진 에리다누스강자리 |
신화에서 에리다누스강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아들인 파에톤(Phaethon)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파에톤은 아버지 헬리오스에게 하늘을 가로질러가는 마차를 끌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입니다. 헬리오스는 마지못해 승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파에톤이 겪을 위험을 경고하며 '내 마차바퀴 자국을 똑바로 보고 그 길만 따라가라'고 조언했습니다.
동쪽에서 새벽이 밝아 올 때 열망에 들뜬 파에톤은 찬란한 보석 장식이 가득한 황금 마차에 올라탔습니다. 하지만 파에톤은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마차를 끄는 네 마리의 말은 마차가 평소보다 가볍다는 것을 느끼고는 마부가 달라졌음을 즉각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하늘로 빠르게 뛰어올랐죠. 마차는 평소의 길을 벗어났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배처럼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파에톤은 길이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고삐를 죌 기술은 물론 힘조차 없었습니다.
추락을 위한 비상
마차는 북쪽으로 튀어올랐습니다. 그러자 북쪽의 별이 움직이는 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때까지 차가운 추위로 게으르게 하늘을 움직이던 용자리(DRACO)도 더위에 지쳐 사납게 으르렁거렸습니다. 아찔한 높이에서 땅을 내려다본 파에톤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 앞으로 거대한 집게발을 쳐든 전갈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독을 잔뜩 품은 꼬리를 잔뜩 치켜올리고 있었죠. 넋을 잃은 파에톤은 고삐를 놓아버렸고 말들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비디우스(Ovid, 43BC~17AD)는 <변신이야기(Metamorphoses)> 2편에서 파에톤의 광란의 질주를 생생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마차가 너무 낮게 날자 지구는 화염에 휩싸여 버렸습니다. 말들에게 끌려 다니는 파에톤은 뜨거운 연기에 갇혀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이때 리비아가 사막이 되었고 에티오피아인들의 피부가 검어졌으며 바다가 말라버렸다고 묘사하였습니다.
제우스는 벼락을 던져 파에톤을 떨어뜨림으로서 이 파국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머리카락에 불이 붙은 파에톤은 마치 별똥별처럼 에리다누스강에 잠겨 들어갔습니다. 얼마후 아르고 원정대가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 여전히 연기가 폴폴 나는 파에톤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피어나는 연기가 만든 구름에서는 악취가 뿜어져나왔고 새들도 숨이 막혀 죽었다고 합니다.
아라토스는 에리다누스강의 '초라한 잔해'를 언급하였습니다.
파에톤이 떨어질 때의 열기 때문에 이 강의 상당 부분이 증발해 버렸다고 기록했죠.
하늘의 에리다누스강
에리다누스강자리는 기다란 별자리입니다. 별자리 중에서는 여섯 번째로 큰 별자리입니다. 이 별자리는 오리온의 발끝에서 시작하여 하늘을 굽이쳐 돌아 저 멀리 남반구의 큰부리새자리(TUCANA) 부근에서 끝을 맺습니다. 오늘날 에리다누스강자리는 남북으로 가장 길게 펼쳐진 별자리입니다. 그 폭은 무려 60도에 육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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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에 그려진 에리다누스강자리. 에리다누스강자리 전체 모습과 별자리 사이에서 이 별자리의 위치가 잘 담겨 있습니다. |
에리다누스강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1등급의 에리다누스 알파(α)별입니다. 이름은 아케르나르(Achernar)라고 합니다. 아라비아어로 '강의 끝'을 의미하는 ākhir al-nahr(아키르 알 나르)라는 문구에서 파생한 이름입니다. 남위 57.2도에 자리잡은 이 별은 이름에 걸맞게 에리다누스강자리의 남쪽 끝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는 이 강의 끝점이 17도 더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요한 바이어는 딱 이 이점에 위치한 별에 세타(θ)를 할당했고 이 별에 아케르나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16세기 후반, 에리다누스강자리가 남쪽으로 다시 확장되면서 아케르나르라는 이름은 다시 알파별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날 에리다누스강자리 세타별은 아카마르(Acamar)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이름은 알파별 아케르나르와 동일한 아라비아어에서 파생된 이름입니다.
결국 에리다누스강자리 알파별 아케르나르는 알마게스트에 기록되지 않은 유일한 일등별로 남아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절 이 별은 너무나 남쪽으로 치우처져 있어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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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에리다누스강자리 그림 4와 비교했을 때 강줄기가 중간에 잘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한편 바이어는 에리다누스강자리의 중앙에 연이어 늘어선 아홉게 별에 인위적으로 τ(타우)를 할당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여러 개의 타우별을 구분하기 위해 1부터 9까지의 위첨자 숫자를 붙이고 있습니다. 바이어는 또한 υ(업실론)도 일곱 개의 별에 할당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 중 네 개만 업실론 별로 남아 있으며 역시 1부터 4까지 위첨자 숫자를 붙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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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에리다누스강자리 |
아라비아 별 이름의 전문가인 파울 쿠니츠쉬(Paul Kunitzsch)에 따르면 베두인족은 아케르나르와 남쪽물고기자리(PISCIS AUSTRINUS) 알파별 포말하우트(Fomalhaut)를 한 쌍의 타조를 의미하는 al-ẓalīmān(알 찰리만)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또한 에리다누스강자리 제타(ζ)별과 에타(η)별을 둘러싼 주위는 타조의 둥지로 형상화 하였으며 이곳에 흩뿌려져 있는 인근의 희미한 별들은 타조의 알과 이제 부화하여 깨어난 새끼타조를 상징한다고 기록했습니다.
에리다누스강자리의 확장
오늘날처럼 남쪽으로 뻗어내려간 에리다누스강자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598년 페트로스 프란키우스(Petrus Plancius, 1552~1622)가 만든 지구의에서였습니다. 프란키우스는 남반구 별 정보를 제1차 네덜란드 동인도 교역항해 '에르스테 쉬바르트(Eerste Schipvaart)'에 참여한 피터 디르크스준 케이저(Pieter Dirkszoon Keyser, 1540~1596)로부터 얻었습니다.
에리다누스강자리를 남쪽으로 확장시키려는 생각이 프란키우스나 케이저에게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 아케르나르를 관측한 다른 항해가로부터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프란키우스가 영국의 지리학자이자 모험가인 로버트 휴즈(Robert Hues, 1553~1632)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휴즈는 1586년과 1591년 두차례에 걸쳐 남반구 하늘을 연구하는 항해를 떠난적이 있습니다.
1594년 펴낸 <지구와 그 활용에 대한 논문(Tractatus de globis et eorum usu)>이라는 책에서 휴즈는 영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등별 세 개를 봤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중 하나가 '에리다누스강자리 끝에 있는 별'인데 그 별이 오늘날 에리다누스강자리 알파별인 아케르나르일 수 있습니다.
에리다누스강이 아케르나르에 도달할 때까지 남반구의 확장부를 구성하는 별은 모두 다섯 개입니다. 1603년 발행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에는 이 별들 모두가 확실하게 담겨 있습니다. 바이어는 이 다섯 개 새로운 별들을 모두 그의 별목록에 포함시켰던 것입니다.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순서대로 그리스어 알파벳을 할당했는데 각각 요타(ι), 카파 (κ), 피 (φ), 키 (χ), 알파(α)별로서 이 표기가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림 4 오른쪽 아래 부분)
동일한 다섯 개의 별이 네덜란드 항해가들에 의해 설정된 12개의 새로운 남반구 별자리를 담은 바이어의 남반구 별지도 하단 왼쪽에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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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요한 바이어, 우라노메트리아(1603)에 담긴 남반구 별자리. 왼쪽 아래, 봉황자리(PHOENIX)와 물뱀자리(HYDRUS) 사이에 보이는 다섯 개 별이 에리다누스강자리의 남쪽 끝 부분에 있는 다섯 개 별로서 알마게스트에는 등장하지 않는 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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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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