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르베로스는 하데스의 저승 입구를 지키는 머리가 세 개 달린 괴물입니다.
살아 있는 이가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그리고 죽은 이가 저승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인 케르베로스의 임무입니다.
헤르쿨레스가 수행해야 했던 12과업 중 가장 어려운 임무가 바로 저승으로 내려가 케르베로스를 끌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헤르쿨레스는 맨손으로 케르베로스를 제압하였습니다.
그리고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케르베로스를 저승의 어둠으로부터 햇살 가득한 지상까지 끌고 왔습니다.
세 개의 머리가 짖어대는 끔찍한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헤르쿨레스의 위업을 기념하는 별자리로서 케르베로스자리가 추가된 것은 1687년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가 발행한 별목록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발행된 별지도에서 케르베로스는 헤르쿨레스의 왼손에 붙잡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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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에 그려진 케르베로스자리. 헤르쿨레스의 왼손에 그러잡힌 세 개 뱀 머리를 가진 괴물로 그려져 있습니다. |
케르베로스자리는 네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헤르쿨레스자리(HERCULES) 93, 95, 102, 109별이 그것입니다.
신화에서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개 머리를 가진 괴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헤벨리우스가 개 머리 대신 뱀 머리로 그린 이래, 이후의 별지도 제작자들은 모두 뱀 머리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헤벨리우스가 케르베로스를 그린 그 위치는 원래는 요한 바이어(Johann Bayer, 1572~1625)가 황금사과나무의 가지를 그린 자리였습니다.
바이어는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서 모두 10개 별이 황금사과나무가지를 구성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만큼 바이어의 황금사과나무가지가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었던 것입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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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헤르쿨레스자리. 헤벨리우스가 케르베로스자리를 만든 위치는 원래는 황금사과나무가지가 있던 자리였습니다. |
리차드 힌클레이 알렌(Richard Hinckley Allen)은 별자리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책, <별의 이름 : 그 전승과 의미(Star Names, Their Lore and Meaning)>에서 바이어가 이 황금사과나무가지에 '열매가 달린 가지'라는 뜻의 라무스 포미페르(Ramus Pomifer)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우라노메트리아를 검토한 결과 이러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바이어는 자신이 그린 황금사과나무가지에 사실 어떠한 이름도 붙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같은 이름이 1822년에 발행된 알렉산더 제이미슨(Alexander Jamieson, 1782~1850)의 <천체지도(the Celestial Atlas)> 8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라무스 포미페르(Ramus Pomifer)'라는 이름은 제이미슨이 명명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헤벨리우스 이후에도 케르베로스자리의 변경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1721년 경, 영국의 지도제작자이자 에드먼드 핼리(Edmond Halley)의 친구였던 존 세넥스(John Senex, 1678~1740)는 헤르쿨레스의 손아귀에 케르베로스와 황금사과나무가지를 동시에 그리고 '나뭇가지와 케르베로스(Ramus Cerberus)'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렇게 케르베로스와 황금사과나무가지를 함께 그린 그림은 세넥스가 만든 북반구 별지도인 <북반구의 붙박이별들(Stellarum Fixarum Hemisphaerium Boreale)>에 처음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별지도는 핼리가 훔쳐낸 영국의 1대 왕립천문학자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1646~1719)의 미완성 별목록이 포함된 문제의 별지도였습니다.
핼리의 행동에 분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플램스티드는 자신이 발행한 별지도,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에 케르베로스는 물론 황금사과나무가지조차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헤르쿨레스가 빈 공간을 쥐고 있는 듯한 어색한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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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헤르쿨레스자리. 아무 것도 쥐지 않은 헤르쿨레스의 왼손 주먹이 어색하게 보입니다. |
나중에 요한 보데(Johann Elert Bode, 1747~1826)는 세넥스의 그림을 받아들여, 1801년 발행된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에 '케르베로스와 나뭇가지(Cerberus et Ramus)'라는 이름으로 그려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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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8장에 그려진 헤르쿨레스자리 헤르쿨레스의 왼손에 케르베로스와 나뭇가지가 동시에 그려져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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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공식 88개 별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는 라틴어 철자를 대문자로 표기하였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소문자 혼용으로 표기하였습니다.
2.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3.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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