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43. 쌍둥이자리(GEMINI)

2024. 12. 18. 21:23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Geminorum
약어 표기 : Gem
별자리 크기 순위 : 30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Δίδυμοι(디뒤모이)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쌍둥이자리, 쌍아궁(雙兒宮), 쌍자궁(雙子宮)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쌍둥이자리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쌍둥이자리는 카스토르(Κάστωρ)와 폴뤼데우케스(Πολυδεύκης)를 상징합니다. 
라틴어로는 카스토르(Castor)와 폴룩스(Pollux)로서 이 라틴어 이름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쓰이는 이름입니다.  

폴룩스의 라틴어 표기는 그리스어 발음을 그대로 채용한 Polydeuces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에서는 이 둘을 통칭하여 Διόσκουροι(디오스쿠로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제우스의 아들들'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고대의 시인들은 이들이 출생할 당시의 특이한 상황 때문에 이 둘 모두가 제우스의 아들인지 여부를 따지곤 했습니다. 

이들의 어머니인 스파르타의 여왕 레다(Leda)는 어느날 고니로 변신한 제우스의 방문을 받습니다.

(이 고니는 백조자리CYGNUS를 상징합니다.)
문제는 같은 밤에 레다가 남편 틴다레오스(Tyndareus)왕과도 동침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레다는 네 명의 아이, 즉, 카스토르와 폴룩스 뿐 아니라 헬렌(Helen)과 클리타임네스트(Clytemnestra)도 출산했습니다. 
이 네 명의 아이 중 폴룩스와 헬렌은 제우스의 아이이고,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틴다레오스의 아이입니다. 
그래서 폴룩스와 헬렌은 불멸의 존재가 되었지만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필멸의 존재로 남게 되었습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아주 가까운 친구로 자랐습니다. 
서로 다투는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서로 상의하지 않고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더더군다나 이 둘은 외모와 입성이 모두 비슷해 쌍둥이로 인식되었습니다. 
카스토르는 유명한 기수이자 전사로서 헤르쿨레스에게 검술을 가르친 스승이 되었습니다.  
반면 폴룩스는 권투 챔피언으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아르고호 원정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이아손의 아르고 원정대에 참여하여 황금양털을 찾는 모험을 떠났습니다.  

아르고호가 포세이돈의 아들 아미코스(Amycus)가 다스리는 소아시아에 정박했을 때 폴룩스에게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미코스는 소문난 폭군이었습니다. 
그의 나라를 방문한 사람은 아미코스와 권투시합을 하지 않고는 그 나라를 떠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권투시합에서는 항상 아미코스가 승리를 거뒀죠. 
아미코스는 아르고호가 정박한 해변에 나와 자신과 권투시합을 할 사람을 뽑으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폴룩스 역시 유명한 권투선수였습니다. 
아미코스의 오만에 분노한 폴룩스는 즉시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폴룩스는 돌진하는 황소를 살짝 피해내는 투우사처럼 아미코스의 공격을 쉽게 피했고 동시에 아미코스의 머리를 가격하여 두개골을 깨버렸다고 합니다.  

아르고 원정대가 황금양털을 손에 넣고 귀환할 때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또한번 가치를 증명할 일을 맞았습니다.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Apollonius Rhodius)는 론 강 어귀에서 스투샤드(Stoechades) 섬 - 오늘날 툴롱 건너편에 있는 일르 디예흐(Iles d’Hyeres) 섬을 말함 - 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서 아르고 원정대가 카스토르와 폴룩스 덕분에 이곳을 안전하게 통과한 이야기를 짧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폴로니오스가 상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을 통과할 때 아마도 폭풍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르고 원정대가 폭풍을 무사히 헤치고 나온 이후 줄곧 카스토르와 폴룩스 덕분에 원정대의 안전한 여행을 가능했음을 상기시키며 결국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아르고 원정대의 수호성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히기누스(Hyginus)는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난파당한 배의 선원을 구원하는 권능을 포세이돈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말하며 이들은 늘 하얀 말을 타고 등장하는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1세기 로마의 작가인 플리니우스(Pliny)의 <박물지(Natural History)>에 따르면 뱃사람들은 바다에 폭풍이 일 때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배의 삭구 장치에 '성 엘모의 불(St Elmo’s fire)'로 나타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사실 성 엘모의 불은 코로나 방전이라는 전자기 현상입니다. 
플리니우스가 남긴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해의 별이 갑판을 비롯한 여러 곳에 내려 앉는다. 
둘 또는 그 이상 빛나는 불은 안전과 성공적인 항해를 상징한다. 
뱃사람들은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부르고, 바다를 떠도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기 위해 그들을 신으로 여기며 기도한다. 

 

반면 불빛이 하나만 나타난다면 이를 '헬레나(Helena)'라 부르고 재앙의 전조로 여겼습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또다른 쌍둥이인 이다스(Idas) 및 린케우스(Lynceus)와 충돌한 일이 있습니다.  
역시 아르고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이다스와 린케우스는 이미 누이 포이베(Phoebe) 및 힐라에이라(Hilaira)와 약혼한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이들을 납치하며 문제가 생깁니다. 
이다스와 린케우스는 카스토르와 폴룩스를 추격해왔고 곧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 싸움에서 카스토르는 린케우스의 칼에 찔려 죽고, 폴룩스는 린케우스를 죽이죠. 
폴룩스는 이다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만 이다스는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었다고 합니다.  
또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두 쌍둥이들이 여자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긴 했지만 정작 싸움이 일어난 것은 함께 훔쳐온 소떼를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싸움의 이유가 무엇이었든간에 폴룩스는 죽은 카스토르 때문에 비탄에 잠깁니다. 
폴룩스는 제우스에게 자신의 불멸성을 카스토르에게 나누어 달라고 간청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둘 모두를 하늘에 올려 쌍둥이자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쌍둥이자리의 또다른 정체

아라토스(Aratus, 315~243BC)는 이 별자리를 Δίδυμοι(디뒤모이)라 불렀지만 이들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별자리에 '디오스쿠로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아라토스로부터 1세기가 지난 후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에 의해서입니다. 

한편 히기누스는 이 별자리가 아폴로와 헤르쿨레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아라토스가 사용한 'Δ?δυμοι(디뒤모이)'를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테트라비블로스(Tetrabiblos)라는 점성술 책에서는 카스토르를 '아폴로의 별', 폴룩스를 '헤르쿨레스의 별'이라고 씀으로서 히기누스의 주장을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몇몇 별지도에서 쌍둥이자리는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아니라 아폴로와 헤르쿨레스입니다. 
존 플램스티드의 별지도 그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림 2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아틀라스 꾈레스티스(Atlas Coelestis, 1729)의 쌍둥이자리. 
여기서 쌍둥이는 카스토르, 폴룩스가 아닌 아폴로와 헤르쿨레스입니다. 

 

그림 2를 보면 한 명은 리라와 화살을 들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는 모두 아폴로의 상징입니다. 
반면 다른 한 명은 곤봉을 들고 있습니다. 
곤봉은 헤르쿨레스의 상징입니다. 

보데의 우라노그라피아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쌍둥이자리를 묘사하였습니다.

 


그림 3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의 쌍둥이자리.
보데의 쌍둥이자리 역시 카스토르, 폴룩스가 아닌 아폴로와 헤르쿨레스입니다. 


보데의 별지도에서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각각 아폴로(Apollo)와 아브라칼레우스(Abrachaleus)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브라칼레우스라는 이름은 낯선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원래 헤르쿨레스라는 이름이 아라비아 별목록의 영향을 받아 잘못 표기된 것입니다. 

쌍둥이자리의 별

쌍둥이자리에서 가장 밝은 두 개 별은 쌍둥이의 머리를 상징합니다. 
각각 카스토르와 폴룩스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카스토르가 눈으로는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제 6개 별로 구성된 다중별임을 알아냈습니다. 
폴룩스는 주황색 거성입니다. 
  
쌍둥이자리 알파별은 카스토르입니다. 
하지만 쌍둥이자리 베타별 폴룩스가 카스토르보다 0.5도 더 밝습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폴룩스가 한때는 카스토르보다 더 희미했다거나 원래는 더 밝았던 카스토르가 희미해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1603년, 요한 바이어가 각 별에 알파벳을 할당할 때, 바이어는 우선 쌍둥이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세 개를 뽑은 뒤 밝기가 아닌 적위를 기준으로 알파, 베타, 감마를 할당했습니다. 

어느 별자리나 마찬가지지만 쌍둥이자리의 별 역시 물리적으로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습니다.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경우 각각 지구로부터 51광년과 34광년으로 서로 엄청난 거리로 떨어져 있는 별입니다. 

 

쌍둥이자리 에타(η)별의 이름은 프로푸스(Propus)입니다. 
이 별은 '앞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πρόπουϛ(프로푸스)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서 이 이름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에라토스테네스의 기록에서입니다. 

이 별은 별자리에서 가장 앞서 떠오르는 카스토르의 왼쪽 발에 위치하는 별입니다. 
티코 브라헤는 1602년 발행한 별목록인 <다시쓰는 천문학(Astronomiae Instauratae Progymnasmata)>에서 이 별의 이름을 오늘날 쌍둥이자리 1별로 알려진 별에 할당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실수가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에도 이어져 바이어는 쌍둥이자리 H별에 이 이름을 표시하였고 보데 역시 우라노그라피아에서 같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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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