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26. 머리털자리(COMA BERENICES)

2024. 11. 16. 11:332. 별자리 이야기/STAR TALES

소유격 표기 : Comae Berenices
약어 표기 : Com
별자리 크기 순위 : 42번째.
기원 : 카스파 보펠(Caspar Vopel)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머리털자리

 

목동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에 부채처럼 펼쳐진 희미한 별무리가 있습니다.  
고대부터 익히 알려져 있긴 했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이 부분은 별도의 별자리로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북쪽왕관자리(Corona Borealis)를 이야기할 때, 이 일단의 별을 아리아드네(Ariadne)의 머리카락으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사자자리 아래에 이집트의 여왕, 베레니케(Berenice)의 머리카락이 있다는 이야기도 했죠. 

에라토스테네스의 이 말은 그대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가 되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Claudius Ptolemaeos, 100~178AD)는 알마게스트에 사자자리를 기록할 때, 별목록 마지막 부분에 세 개의 아모르포토이를 기록했습니다. 
이 세 개 별이 희미한 이 일단의 별무리를 구획짓는 별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여기에 '성운기를 가진 이 별무리는 머리채라 부른다'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이때, 프톨레마이오스가 사용한 단어는 'Πλόκαμος(플로카모스)'입니다. 
이 단어는 '여자의 머리채, 땋은 머리' 로도 해석될 수 있고 '장식용 수술'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세 개 별은 알프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1515년 목판화 별지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자의 꼬리와 큰곰의 뒷다리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죠. 

 




그림 1
알프레히트 뒤러의 1515년 목판화 별지도에 등장하는 머리털자리의 뼈대가 된 별들.
6, 7, 8이라는 숫자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이 세 개 별은 각각 머리털자리 감마(γ)별과 7별, 23별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중에서 세 번째 별인 머리털자리 23별을 '담쟁이덩쿨 잎처럼 생겼다.'고 묘사했습니다.   
비록 묘사는 세 번째 별에 달긴 했지만 세 개 별 모두와 성운기처럼 보이는 일단의 별을 통칭한 묘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문구는 9세기 후, 페르시아의 천문학자이자 점성술사인 알비루니(al-Bīrūnī, 973~1048)가 'Kitāb al-Tafhīm (키탑 알 타핌, '설명의 책'이라는 뜻)을 집필할 때 영향을 미쳤습니다. 
알비루니 역시 이 일련의 별을 '담쟁이덩쿨 잎처럼 생겼다'고 묘사했죠. 
이는 중세 유럽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처, 세 개 별과 그 안에 담긴 희미한 별들은 사자의 꼬리 위에 있는 담쟁이덩쿨 잎으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이 일단의 별이 독립된 별자리로 처음 등장한 것은 1536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지도제작자였던 카스파 보펠(Caspar Vopel, 1511~1561)의 천구의에서였습니다. 
라틴어로 베레니케의 머리채를 의미하는 'Berenices Crinis(베레니케스 크리니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죠. 

네덜란드의 지도제작자 헤르하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 1512~1594)가 바로 뒤를 이었습니다. 
메르카토르 역시 1551년 제작한 천구의에 이 별자리를 따로 기재했는데, 별자리 이름으로 '머리채'를 의미하는 라틴어 'Cincinnus(킨킨누스)'를 사용했습니다.  

이어서 1602년, 티코 브라헤(Tycho Brahe, 1546~1601)의 영향력 있는 별목록에 이 별자리가 포함되면서부터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보펠과 메르카토르, 티코가 상상한 머리털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야기한 '성운기를 가진 일단의 별무리'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프톨레마이오스가 언급한 '성운기를 가진 일단의 별무리'는 오늘날 멜로테 111(Melotte 111)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가장 밝은 세 개 별은 오늘날 모두 4등급으로 측정되었으며 1845년 프랜시스 베일리(Francis Baily)가 영국학술협회 천체목록(British Association Catalogue)에 기록한 알파(α), 베타(β), 감마(γ) 표기가 그대로 채택되었습니다. 

머리카락이 하늘에 올라가게 된 이야기

베레니케는 실존 인물입니다. 
기원전 246년, 베레니케는 그녀의 사촌인 프톨레마이오스 3세 에우에르게테스(Euergetes)와 결혼했습니다.  
히기누스(Hyginus)는 베레니케를 에우에르게테스의 누이로 기록했습니다만 그건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입니다. 
평판에 따르면 베레니케는 말을 능숙하게 탈 줄 알았고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까지 한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히기누스는 그의 저서인 '천문학 시론(Poetic Astronomy)'에서 사자자리 아래에 있는 일단의 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베레니케와 결혼한 후 얼마 안 되어 3차 시리아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베레니케는 왕이 승리를 거둔다면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바치겠다는 맹세를 했다고 합니다. 
이듬해 프톨레마이오스가 안전하게 귀환하자 베레니케는 약속대로 머리카락을 잘라 그녀의 어머니이자, 사후에 아프로디테로 추앙받은 아르시노에(Arsinoe)에게 봉헌된 신전에 바쳤습니다.  
이 신전은 오늘날, 아스완이라 불리는 지역 인근 제피리움(Zephyrium)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레니케가 바친 머리카락은 다음날 깜쪽같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일했던 사모스의 코논(Conon of Samos, BC 280~220)은 사자자리 꼬리 인근에서 빛나는 일단의 별을 가리키며 베레니케의 머리카락이 하늘에 올라 자리잡았다는 설명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사실, 머리카락이 없어진 일과 머리카락이 하늘에 올라갔다는 말은 프톨레마이오스와 베레니케를 찬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이야기는 궁중시인이, 칼리마쿠스(Callimachus, BC 305~240)에 의해 신화가 되었습니다. 
칼리마쿠스는 제법 인기를 얻은 자신의 시에서 이 별들을 '베레니케의 머리채'라 기록했습니다. 

 


그림 2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7장에 등장하는 머리털자리

 

'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목록으로 돌아가기

 

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