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TALES 3장 - 88개 별자리 59. 전갈자리(SCORPIUS)

소유격 표기 : Scorpii
약어 표기 : Sco
별자리 크기 순위 : 33번째
기원 :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 
그리스어 표기 : Σκορπίος  (스코르피오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명 : 전갈자리, 전갈좌, 천갈궁(天蠍宮), 천헐궁(天蠍宮)

 

그림 1 요한 바이어의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1603)에 그려진 전갈자리

 

오비디우스(Ovid, 43BC~17AD)는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에서 전갈자리를

 

전갈이 꼬리를 올리고 구부러진 집게발을 펼쳐 황도대를 가르는 두 개의 상징을 늘어놓은 곳

 

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오비디우스가 말한 전갈자리는 고대 그리스의 전갈자리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전갈자리보다 훨씬 더 넓은 하늘을 차지하고 있었죠. 
고대 그리스의 전갈자리는 두 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몸통과 독침이 있는 부분으로 이 부분을 Σκορπίος(스코르피오스)라고 불렀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두 개 집게발이죠. 이 부분은 '집게발'을 의미하는 Χηλαί (케라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인들은 바로 이 Χηλαί (케라이)를 따로 떼내어 천칭자리(LIBRA)로 만들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전갈은 오리온을 죽인 것으로 나옵니다.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 276~194BC)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제시합니다. 
우선 등장하는 이야기는 오리온이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겁탈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르테미스가 전갈을 보내 오리온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아라토스(Aratus, 315~243BC)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제시한 또다른 이야기는 오리온이 자기 사냥술을 자랑하며 어떤 짐승도 사냥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자 가이아가 전갈을 보내 오리온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히기누스(Hyginus)도 에라토스테네스의 두 개 이야기를 모두 기록하였습니다.
다만 에라토스테네스와 히기누스가 오리온이 죽은 곳을 크레타섬으로 지목한 데 반해, 아라토스가 지목한 곳은 키오스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리온이 죽은 곳이 어디든, 오리온이 허세를 부리다가 죽음을 맞았다는 교훈은 동일합니다. 

이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 중 가장 오래된 이야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신화의 증거는 하늘에 있습니다. 
오리온자리(ORION)와 전갈자리는 하늘에서 정반대 방향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리온자리가 서쪽으로 질 때, 전갈자리는 동쪽에서 떠오릅니다. 

하지만 전갈자리는 고대 그리스보다 훨씬 더 오래된 별자리입니다. 
수메르인들은 5천년 전부터 이미 이 별자리를 알고 있었고 '전갈'을 뜻하는 기르-타브(GIR-TAB)라고 불렀습니다. 

전갈자리 별배치는 확실히 전갈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구부러진 몸통의 곡선과 솟아오른 독침이 더더욱 그렇죠. 

오래된 별지도에서는 땅꾼의 왼쪽 다리와 발이 전갈의 몸통과 어색하게 겹쳐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 2 요한 엘레르트 보데, 우라노그라피아(Uranographia, 1801) 15장에 등장하는 전갈자리 전갈의 몸통 일부는 땅꾼의 왼쪽 다리와 발에 겹쳐져 있습니다.  전갈의 몸통 가운데에 붉은 별 안타레스가 있습니다. 보데는 안타레스에 칼발아크라브(Calbalakrab)라는 이름을 기록했습니다. 이 이름은  아라비아 어로 '전갈의 심장'을 의미합니다.

 

스콜피우스(Scorpius)라는 표기는 현대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이름입니다. 
옛날에는 스콜피오(Scorpio)라고 표기했죠. 오늘날 스콜피오라는 표기는 점성술에서만 사용합니다. 

이 별자리의 그리스어 표기는 Σκορπίος(스코르피오스)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역시 이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림 3 프톨레마이오스의 묘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마쉬 144(Marsh 144, 10C추정)에 그려진 전갈자리

 

안타레스(Antares)를 비롯한 전갈자리의 별

전갈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안타레스(Antares)입니다. 
이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화성 같은'을 의미하는 Ἀντάρης(안타레스)에서 온 이름입니다. 
이 별의 강렬한 붉은 빛이 화성과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안타레스를 간혹 '화성과 맞서는'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 이름 전문가인 파울 쿠니츠쉬(Paul Kunitzsch)는 고대 그리스어 ἀντί(안티)는 '맞선다'는 뜻이 아니라 '~와 같은', '~와 유사한'이라는 뜻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안타레스는 '전갈의 심장'이라고 자주 언급되곤 하는데 이는 이 별을 부르는 아라비아어 이름 'qalb al-‘aqrab(칼브 알 아크라브)'가 '전갈의 심장'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마게스트에서 안타레스를 '전갈의 몸통을 밝히는 세 개의 밝은 별 중 가운데 있는 별로서, 붉은 빛을 내는 이 별은 안타레스라고 부른다'라고 담백하게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안타레스는 프톨레마이오스가 그 이름을 직접 언급한 몇 안 되는 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상하게도 안타레스를 1등급 별이 아닌 2등급 별로 기록했습니다. 
아마도 이 별이 비교적 흐리게 보이는 지평선 가까이 있을 때 관측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레스는 태양보다 수백 배의 지름을 가진 주목할만한 초거성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전갈의 몸통을 장식하는 별로 언급한 나머지 두 개 별은 오늘날 각각 전갈자리 시그마(σ)별과 타우(τ)별입니다. 

전갈자리 베타(β)별의 공식 명칭은 아크라브(Acrab)입니다. 
아라비아어로 '전갈'을 의미하는 al-‘aqrab(알 아크라브)에서 온 이름입니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이 별은 라틴어로 '집게발'을 의미하는 그라프피아스(Graffias)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전갈자리 델타(δ)별은 자브바(Dschubba)입니다. 
발음이 쉽지 않은 이 이름은 아라비아어로 '이마'를 의미하는 jabha(자브하)가 여러 필사를 거치면서 변형된 결과입니다. 
이 이름은 이 별이 전갈의 머리 중앙에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전갈의 꼬리 끝에 있는 전갈자리 람다(λ)별은 샤울라(Shaula)입니다. 
아라비아어로 '독침'을 의미하는 al-shaula에서 온 이름으로 프톨레마이오스 역시 이 별을 전갈의 꼬리로 묘사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전갈자리 외곽에 아모르포토이(αμορφωτοἰ)로 세 개 별을 기록하였습니다. 
그 중 첫 번째 별은 '독침 뒤쪽에 있는 성운기를 가진 별'이라고 기록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산개성단 M7을 언급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M7을 간혹 '프톨레마이오스성단'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M7은 메시에 목록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천체로서 남위 34.8도에 있는 성단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기록한 나머지 두 개 아모르포토이는 오늘날 별자리 경계 설정에 의해 이웃 별자리로 들어갔는데 땅꾼자리(OPHIUCHUS) 45별과 궁수자리(SAGITTARIUS) 3별이 그것입니다. 

 

그림 4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소비에스키의 창공( Firmamentum Sobiescianum , 1690)의 전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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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주석 
1. 한글별자리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자리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2. 별 이름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별 이름을 우선 사용하였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a Dictionary of Modern Star Names>(ISBN-13 : 978-1-931559-44-7, ISBN-10 : 1-931559-44-9)에 제시된 고전 발음에 입각한 별 이름을 사용하였습니다. 
3. STAR TALES는 영국의 천문작가 이안 리드패스(Ian Ridpath)의 별자리 개론서입니다. 
4. 원문은 이안 리드패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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