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타스 혜성을 보고 왔습니다.

2013. 3. 17. 00:341. 별과 하늘의 이야기/하늘앓이 - 별지기의 이야기들

판스타스 혜성을 보기 위해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도착해보니 이미 혜성을 보기 위한 관측팀 한 팀이 와 있네요.

인천여고 천문동아리 학생들이라고 하더군요.

 

 


오늘이 세번째 시도.


해질녁에 보이는 혜성은 직장인들에게는 사실 관측하기 좋은 혜성은 아니죠.

 

밝기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판스타스 혜성.
내일 갑작스레 근무를 하게 되어 사실 오늘이 관측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핸펀에  PanSTARRS Finder라는 앱을 깔았습니다.

 

어제 송암 천문대의 해설사 선생님 말로는 자신들도 눈으로는 보지 못했고,

앱에서 현재 위치라고 찍어준 부분에 집중적으로 카메라 노출을 해서 결국 촬영했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앱에서 지정해 준 위치를 쌍안경으로 샅샅이 훑었습니다.

 

해가 진 후 언뜻 동그란 백색 점이 쌍안경에 설핏 잡혔습니다.
그건 지금까지 저희들을 현혹시켰던 비행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원형에 가까운 모습에 꼬리는 약간의 흔적만 보일 뿐 거의 보이지 않았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쌍안경 내에서 구름 사이로  간신히 잡혔죠. 재빨리 옆에 있는 안주인께도 보여드렸고요.

혜성을 볼 수 있었던 총 시간은 20초 남짓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내 구름속으로 사라졌고, 사진을 찍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을 이끌고 오신 선생님도 많이 아쉬워하시더군요.
저처럼 구름 속에 설핏 보인 혜성을 보셨지만,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전에 혜성은 구름뒤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요즘 NASA 오늘의 천체사진(APOD)을 번역하다보면 마음이 많이 쓰립니다.
물론 최첨단 장비에 전문가들의 기가막힌 사진을 보여주는 사이트이긴 합니다만,

한 번도 빠짐없이 '육안으로 보이는' 이란 표현이 남발되는 것은 정말 뻥처럼 느껴지네요.

 

비록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안시관측에 성공했다는데 위안을 삼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만 10만년의 시공간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달의 아름다운 모습에 위안을 받으며 돌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