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각색되거나 윤색되지 않은 신화의 원초.

2014. 5. 27. 23:194. 끄저기/끄저기

나는 구태여 종이 책을 사서 서재에 쌓아두는 걸 좋아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생각날 때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 드는 걸 좋아한다.
서가에 나란히 꽃힌 책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도 즐겁고,
그 책들을 바라보며 어떤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볼까를 생각하는 것만큼 내게 '여유'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게 없다.

 

이 책 북유럽 신화는 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다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앞서 '김수영을 위하여'의 서평을 쓸 때, 그 테마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어휘의 획득'에 두었었는데,  
내 기억에 '새로운 어휘의 획득'을 북유럽 신화의 룬문자만큼 강렬하게 상징화하고 있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음미해 보고자 이 책을 다시 꺼내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룬문자로 봉인'하는 행동에 대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강렬한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이 책이 아니라 동일한 북구신화를 다룬 다른 책에서 봤던 건지도 모르겟다.

 

비록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마음에 두었던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읽어본 책에서 예전과는 또다른 느낌들을 받을 수 있었다.
책을 쌓아두고 내내 펼쳐볼 수 있다는 건 바로 이런 새로운 느낌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1. 세계의 운명에 대한 서사시.

 

   아무래도 그리스 신화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북유럽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일정부분 그리스 신화에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비교하여 북유럽 신화의 특징을 꼽자면 신화 자체가 세계의 운명에 대한 거대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다.

 

신화를 구성하는 각각의 단편적인 이야기는 북유럽 신화의 주요 신들이 겪는 일화라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와 유사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세계의 종말로 향하는 거대한 서사의 중간 중간에 들어찬 일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단편적인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공간, 사건들 중에서는 드문드문

최후의 결전 라그나뢰크와의 연관성 또는 일관성이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선 공간적으로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에서 신들의 영역을 나타내는 아스가르드에는 최후의 결전 라그나뢰크가 펼쳐질 비그리드(Vigrid)라는 광활한 평원이 존재한다.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이 거느리고 있는 발할라 궁 역시 라그나뢰크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이 궁에는 발키리에(Valkyrie)에 의해 인도된 전사의 영혼들이 있는데 이들은 매일 술판과 싸움을 반복하며 라그나뢰크를 준비하고 있는 전사들인 것이다.

 

북유럽 신화에서 미의 여신인 프레이야가 자신의 궁전인 스룸니르에 죽은 전사들의 영혼 반을 오딘과 나눠가지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등장 인물에서도 이러한 일관성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북유럽 신화의 신들 중 사건의 중심에 항상 등장하는 가장 역동적인 신 로키에게는 거인족 여인 앙그르보다 사이에서 얻은 세 자녀가 있다. 
   이 세 자녀는 각각 늑대 펜리르, 큰 뱀 요르문간드, 하반신이 썩어있는 막대딸 헬로서 이들은 모두 그 흉측한 몰골로 인하여 신들에게 버림받게 된다.
   이로부터 이들은 라그나뢰크에서 신들과 맞서 복수를 준비하는 주요 인물이 되며, 특히 늑대 펜리르는 라그나뢰크에서 최고신 오딘을 삼켜버리게 된다. 

 

   물론 라그나뢰크를 촉발시키는 주인공으로서 버림받은 세자녀의 아버지 로키가 빠질 수 없다.
   로키는 모든 신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 신이었던 발데르를 살해하고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을 모욕한 댓가로 족쇄에 묶이게 된다.  
   라그나뢰크가 시작되는 날 그 족쇄로부터 해방되어 나머지 신들과 맞서는 선봉에 로키가 서게 된다. 

   즉 라그나뢰크는 로키가 발데르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북유럽 신화의 마지막 장은 마치 성경의 요한묵시록처럼 세계의 멸망 라그나뢰크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최후의 결전에서 오딘을 비롯한 모든 신들과 전사들, 그리고 이들과 맞서싸운 로키와 세 자녀들 및 거인들이 모두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최후의 결전 라그나뢰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과 그 전쟁에서 모두가 죽고 말리라는 것을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부분은 북유럽 신화의 서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세계관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옛날 바이킹으로 상징되는 북유럽 민족들이 가진 '결정론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중요 단서이기도 하다. 
   

   즉, 이들은 자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세계관이 신화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전쟁에서 죽을 운명이라면, 내가 전쟁에 나가지 않은들, 또는 이번 전쟁에서 죽지 않은들,
   반드시 전쟁에서 죽게 되는 운명은 변함이 없으므로 구태여 전쟁을 피할 이유도, 그 죽음을 거부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사상은 북유럽의 민족들이 왜 그처럼 광대한 확장을 지속하며
   '바이킹'이라는 공포의 이름으로 군림할 수 있었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2. 폭력과 예술의 절묘한 연결.

 

    쇠망치를 휘두르고 다니는 토르의 모습이나, 밤마나 서로 죽이고 아침이면 다시 부활을 반복하며 라그나뢰크를 준비하는 발할라와 스룸니르 전사들의

    모습을 통해  북유럽 신화가 폭력이 난무하는 거친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폭력과 전쟁이 북유럽 신화의 중요한 한 축이긴 하지만 그 옆에 똑같은 축으로 서있는 심미적인 부분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신(神)의 신주(神酒)'라는 제목의 크바시르 이야기이다.

 

    크바시르는 농경의 신족인 바니르 신들과 전투의 신들인 에시르 신들이 전쟁을 멈추고 평화협정을 맺을 때, 양측 신들이 우호의 증표로 뱉은 침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크바시르는 아홉개 세상의 모든 불가사의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었고, 그 엄청난 지식과 겸허한 성격으로 모든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크바시르는 난쟁이 형제 퍄라르와 갈라르의 꾐에 빠져 살해당하고 만다.

    이 난장이 형제들은 그 피로 술을 빚는데, 이 술이 조금만 맛보아도 시인이나 현자가 될 수 있는 신의 술이 된다. 

 

    크바시르의 이야기는 크바시르가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그리고 최고의 신 오딘이 이 술을 어떻게 빼앗아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오딘이 술단지를 들고 날아오는 중 흘린 술의 일부를 맛본 사람들이 시인이 된다는 설정이다. 
   

    이 부분은 고대 북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계급은 전사였지만, 전사들의 활약과 당시 시대를 시로 읊었던 시인들 역시 신의 술을 나누어마신 사람들로서
    전사 못지 않게 중요한 계급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용상 흐리드스칼프에 앉아 아홉세상을 꿰뚫어보는 최고신 오딘이 지식을 갈망하는 신으로서 유감없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일화들은
    제우스 하면 오입질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그리스 신화와는 또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오딘은 이그드라실 나무의 두번째 뿌리 밑에 자리잡은 운명의 샘 우르드를 마시기 위해 자신의 한 쪽 눈을 내어놓는다.
    우르드 샘물을 마신 오딘은 방대한 지식을 얻게 되지만 오히려 더 지식에 목말라하며
    태고적부터 존재했던 이그드라실 나무의 뿌리에 대해 알기 위해 이 나무에 창으로 몸을 찔린채 아흐레 동안 거꾸려 매달려 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프트루드니르의 비가(悲歌)'와 '그림니르의 비가'를 통해 세상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가진 오딘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거니와
    지식을 얻기 위해 주저함 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오딘이 북유럽 최고의 신이라는 점을 볼 때,
    고대 북유럽에서 지식에 대한 탐구와 시에 대한 열정이 폭력과 전쟁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딘이 전사의 신인 동시에 시의 신으로서 좌정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특징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미의 여신 프레이야가 죽은 전사들의 영혼을 나눠갖는 부분 역시 폭력과 예술을 결합시킨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야가 죽은 전사의 영혼을 거느리게 된 계기는 '빛나는 목걸이'이야기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천상의 아름다운 목걸이를 얻기 위해 프레이야는 네 난장이에게 자신의 몸을 판다.
    이렇게 얻어온 목걸이를 프레이야가 잠든 틈에 로키가 훔쳐내고 훔쳐낸 목걸이는 오딘에게 가게 된다. 

 

    아홉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용상 흐리드스칼프에 앉아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오딘은 로키가 훔쳐온 이 목걸이를 돌려주는 댓가로
    프레이야에게 사람들의 마음에 증오를 불러일으키고 전쟁을 일으켜 전사들이 서로 살육하게 만들 것을 명령한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목을 장식하는 가장 아름다운 목걸이가 그 원인은 매춘, 그 결과는 전쟁이라는 독특한 연결구조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움의 한 면이 매춘이고 또 다른 한 면이 전쟁과 살육이라는 미학의 심오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로 꼽는 토르의 우트가르드 여행기는 아마도 북유럽 신화의 여러 특징을 가장 잘 버무려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거칠고, 험악한 대자연과, 힘겨루기를 위해 목숨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 고대 북유럽의 마초문화가 그 거친 모습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신들과 맞서는 거인들이 자신의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펼치는 마법을 통해 신비주의의 세계로도 유감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가장 인상적이게도 신들마저도 버텨낼 수 없었던 불과 바다, 시간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대자연의 법칙이 등장하며,
    고대 북유럽의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심오함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3. 북유럽 신들의 정리

 

    북유럽 신화를 읽고 북유럽 신들을 한 번 정리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오딘 : 모든 신의 아버지. 전쟁의 신이며, 시의 신이다.
            생각과 기억을 상징하는 두 까마귀 후긴과 무닌이 항상 어깨에 앉아 있으며
            이 애꾸눈을 가리기 위한 챙 넓은 모자와 마법의 창 궁니르를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토르 : 서열 2위의 대지의 신. 쇠망치 묠니르와 엄청난 완력을 특징으로 하는 그는 농부의 신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농부의 신이었던만큼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이기도 하며,
             아마 최근에 개봉한 영화 '토르'나 '어벤저스'를 봤을 때, 현대에도 가장 인기있는 신이 아닐까 싶다.
          
   프레이르 : 농경의 신족인 바니르 신에 속하는 프레이르는 농경과 풍요의 신이며, 거대한 남근을 달고 있는 모습으로 상징된다.
                   프레이르는 바니르 신 뇨르드와 거인족 여인 스카디의 아들이고 자신 역시 거인족 여인 게르드와 결혼했는데,
                  신과 거인이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에서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임을 고려했을 때, 풍요란 두 대척점의 결합이라는 상징을 읽어낼 수 있다.

 

   프레이야 : 사랑의 여신, 미의 여신 프레이야는 프레이르의 여동생이다                    
                   풍요로움과 자유로운 애정행각을 상징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전쟁을 상징하기도 한다. 
                   두 마리 고양이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다니는 금발의 여신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헤임달 :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와 중간계 미드가르드를 연결하는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 가까이에 위치한 히미뵤르그 성에 좌정하고 있다. 
                따라서 헤임달은 신들의 파수꾼이며, 풀이 자라는 소리, 양털이 자라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인간을 창조한 신은 오딘이 아니라 헤임달이다.
                
   티르 : 오딘의 아들인 티르는 가장 용감한 신으로 상징된다. 
            로키의 아들이자, 최후의 결전 라그나뢰크에서 오딘을 삼켜버리게 될 늑대 펜리르를 묶기 위해 자신의 한 손을 희생한다.
            그가 한쪽 팔을 펜리르에게 희생함으로써, 펜리르는 마법의 끈에 묶일 수 있게 되고, 모든 신들이 라그나뢰크까지의 평화를 보장받게 된다.
   
   발데르 : 삼라만상이 오딘의 아들이며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신 발데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로키의 계략으로 이 다짐에서 누락된 한 줄기 겨우살이 가지에 의해 살해당한다.
               
   호드 : 오딘의 아들이자 장님인 호드는 로키의 꾐에 빠져 자신의 형 발데르에게 겨우살이 가지를 던져 형을 살해하고 만다.            
               
   포르세티 : 발데르와 난나의 아들이며 정의의 신
   
   브라기 : 오딘의 아들이며 시와 웅변의 신
   
   울 : 궁술과 스키를 상징하며 결투할 때 무운을 비는 신이기도 하다.
   
   발리 : 로크의 꾐에 빠져 자신의 형 발데르에게 겨우살이 가지를 던져 죽게한 호드를 죽인다.
   
   비다르 : 라그나뢰크 때 오딘을 삼켜버린 펜리르를 죽여 오딘의 원수를 갚는다. 발리와 비다르는 최후의 결전 라그나뢰크에서도 살아남는 신이다.
   
   호니르 : 우유부단함을 상징하지만 라그나뢰크 이후 최고신으로 좌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르모드 : 확고부동함을 상징하며 발데르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저승으로의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키 :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논쟁적이며, 가장 매력적인 신이 아닐까 싶다. 
            그는 아스가르드에 살고 있는 신이지만, 거인들과 난장이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헤집고 다니며

            끊이 없이 사건을 만들어내고 또 그 사건을 갈무리 하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로키에게서 시작되고
            세계의 붕괴를 상징하는 라그나뢰크 역시 로키로부터 촉발되기 때문에 로키가 없다면 북유럽 신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피온 : 농업, 그 중에서도 특히 쟁기질과 관련이 있음.
   
   에이르 : 치유의 연신
   
   쇼픈과 로픈 : 결혼이 금지되거나 저주받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신들.
                      결혼이 금지되거나 저주받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궁금하고,

                      또 이런 사람들에게 사랑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여신들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불행히도 이 책에 이 여신들은 소개만 될 뿐 구체적인 일화는 등장하지 않는다.
   
   바르 : 결혼의 맹세를 듣고 결혼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고 타락하는 사람들을 징벌하는 여신
   
   보르 : 그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여신.
   
   신(Syn) : 피고인들의 여신
  
   스노트라 : 현명하고 상냥하며, 자제심의 진가를 알고 있는 여신.
   
   프리그 : 오딘의 아내이며 대지의 여신 표르긴의 딸. 일하는 여성들의 기원의 대상.
   
   이둔 : 브라기의 아내이며 청춘의 황금사과를 가진 여신이다. 
            이둔이 거인에게 납치당했을 때,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이 늙게 되며, 이둔을 되찾음으로써 청춘을 되찾게 된다.
          
   시프 : 토르의 아내이며 풍요를 상징한다.
   
   난나 : 발데르의 아내이며 발데르가 죽은 후 장례식 때,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버려 자신의 남편과 저승까지 동행한다.
   
   시긴 : 로키의 아내. 모든 신들이 저주를 받아 결박당한 자신의 남편 옆에서 남편의 얼굴에 떨어지는 독사의 침을 받아내며 남편 곁을 지킨다.


 

 

내가 북유럽 신화를 처음 접한 건 제대를 하고 대학에 복학한 후였다.
아마 내 기억에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나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따위의 책들에 빠져있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룬문자'에 가장 큰 인상을 받아 나머지 이야기들은 사실 머리에 그닥 강렬하게 남은 것들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북유럽 신화를 읽으니 이야기 하나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다가왔다.

 

다소 엉뚱한 얘기일수도 있지만 '로드파프니르의 비가'를 읽으면서는

성경의 '집회서'나 '지혜서'의 원초적인 모습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스 신화나 성경이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윤색에 윤색을 거듭하여, 
거대한 영향력과 몸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에 예쁘게 갇혀버린 박제 황새치의 느낌이라면
북유럽 신화의 거칠고 투박한 이야기들은 바다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왕성한 생명력과 폭력성 넘치는 범고래의 느낌이다.

 

아마 그 느낌 때문에 북유럽 신화야말로 각색되거나 윤색되지 않은 신화의 원초적인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신화중의 신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북유럽 신화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보고 해설서도 한 번 구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