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The Lunar Mansions)

2021. 1. 27. 14:492. 별자리 이야기/STAR NAMES

그 수를 세고 싶다면

그들의 수는 20개의 별

그리고 이어 나오는 8개의 숫자입니다.

 

알 비루니(al-Biruni)가 인용한 아라비아의 시

 

 

달집(The Lunar Mansions)

 

   달집은 한때 관측 천문학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졌습니다. 특히 아라비아와 중국, 인도, 키바(Khiva, 고대 호라즘 왕국의 도시), 부하라(Bokhara, 중앙아시아의 고대 국가 중 하나인 소그디아나)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최근의 연구들은 달집의 개념이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콥트교, 페르시아에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었으며, 그 기원 역시 이곳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달집의 대부분은 천구의 적도와 황도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론상으로 하나의 달집은 달이 하루 동안 이동하는 영역을 말하지만 실제 그 폭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달집은 27개로 언급되기도 합니다만, 대개 숫자 28로 표현됩니다. 이는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기간이 27일에서 28일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달집의 개념은 일반적인 별자리나 심지어 황도12궁의 개념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달집은 별을 과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최초의 시도 중 하나일 것입니다. 별에 대한 위대한 지식을 수집하는데 공헌한 알 비루니나 아크타르 위닉크(Akhtar Wenik)라고 불린 호라즘의 천문학자들은 달이 머무르는 위치를 탐색하였습니다. 달집의 개념은 점성술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시나 운문, 아라비아의 광시(doggerel, 더거럴, 변덕스러운 운율로 지어진 시)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달집은 다양한 점성술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11개의 달집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10개는 불운의 상징으로, 그리고 나머지 7개는 그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인도에서는 각각의 달집이 삶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세차 운동으로 인해 오늘날 달집의 시작점은 초기 배열에서는 27번째를 차지하던 양자리로 이동하였습니다만 인도나 중앙아시아, 그리고 그밖의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에 따르면 달집의 시작점은 플레이아데스가 춘분점에 위치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또한 가장 오래된 중국의 고서들에 등장하는 여러 제목들을 근거로 보건대, 달집은 최소한 기원전 2,500년에 이미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집을 형성하고 있는 자리별(asterism)들은 대개 해당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들과 일치합니다. 실제 18개의 달집에서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인도와 중국의 달집에서 서양의 별자리 중 안드로메다자리와 독수리자리, 목동자리와 컵자리, 돌고래자리와 바다뱀자리, 거문고자리와 오리온자리,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달집은 달의 궤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아라비아의 16번째와 17번째, 28번째 달집을 제외하고 그 명칭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산스크리트 학자인 윌리엄 드와이트 휘트니(William Dwight Whitney, 1827~1894)는 일치양상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그저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으며 달집의 개념은 "동일한 기원을 두고 세 갈래로 갈라져 나온 파생형"들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휘트니의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어왔으며 아직까지도 달집이라는 개념의 형성과 기원에 대해서 근본적인 합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논쟁은 휘트니의 저서인 「백도(Lunar Zodiac)」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휘트니가 내린 결론은 ‘달 정거장’이라는 개념이 메소포타미아에서 탄생하여 인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전파되었다는 것입니다.

   장 바티스트 비오(Jean-Baptiste Biot, 1774~1862)는 달집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주장했고 샤를 엠마누엘 세디오(Charles-Emmanuel Sédillot, 1804~1883)는 아라비아에서 기원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클러크는 인도를 기원으로 보았습니다. 달집이 출판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9세기 초, 칼리프 알 마문(Al Mamun) 통치기에 발행된 알 파르가니(Al Ferghani)의 「천문학의 요소들(Elements of Astronomy)」이라는 책을 통해서인데 당시는 아라비아 인들이 예술과 문학, 과학에서 인도의 세련된 문명을 높이 보고 있던 때라는 것이 그녀가 내세운 근거입니다. 하지만, 알 비루니는 1,000년에 집필된 자신의 책 「인디아(India)」에서 인도의 천문학자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달 정거장의 별들을 단 하나라도 알고 있거나,

      지목해 낼 수 있는 천문학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힌두인들은 달집을 나크샤트라스(Nakshatras), 아스테리즘(Asterisms)으로, 그리고 알 비루니에 따르면 주푸르(Jufūr)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으며 영향력 있는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했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월의 명칭들 중에서 선별한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달집 중 일부가 아주 오래 전 고대 인도에서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기원전 7세기, 혹은 8세기 경 「브라흐마나(Brahmanas)」에 등장할 때까지 완전히 알려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힌두인들의 달집은 인근 아라비아나 중국과는 달리 이름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모종의 특정한 형태를 상징하였습니다.

   아라비아에서 달집은 집, 대저택, 또는 달의 휴식처를 의미하는 알 마나질 알 카므르(Al Manazil al Kamr)로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입구가 되는 별‘을 의미하는 알 나줌 알 아드흐(Al Nujum al Ahdh), 길가의 여관을 의미하는 알 리바타트(Al Ribatat)로도 불렸습니다. 단수로 표현되는 manzil이라는 단어는 낙타와 낙타를 타고 가는 사람이 사막에서 한낮에 쉬었다는 가는 곳을 의미합니다. 소설 벤허를 읽은 사람이라면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분”을 찾는 동방박사들과 만나는 이집트 인 발타자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를 찾은 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동쪽에서 별을 따라 그를 경배하러 왔노라

 

   이들의 말은 쿠란(Kuran)의 10번째 슈라(Sura)를 암시합니다. 이는 신을 상징하는 달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녀가 쉬어갈 곳으로 임명되었노라,

      그러니 그대는 햇수와 시간의 수치를 알 수 있을지어다.

 

그런데 오래 전 칼테아 인들의 창조신화와 창세기를 저술한 선지자들도 유사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시편 104편, 성령의 강림을 다루는 고귀한 자연의 시편(noble nature psalm)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주께서 달로 절기를 정하셨도다. 

 

   중국에서는 집을 의미하는 ‘수(宿, Sieu)’로 불렸으며 일련의 달집은 춘분에, 서양의 처녀자리 알파별과 제타별에 해당하는 ‘각(角)’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달집들은 단순히 백도의 구분 뿐 아니라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과 관련있는 구분점으로도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달집 개념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달집들이 대개 적도상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전설에 따르면 이 달집들은 28명의 용맹한 장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개념은 일찍이 일본에도 전파되었으며 1521년 마젤란의 항해일지에 따르면 말레이 군도에서도 폭넓게 퍼져 있어 이들의 점성술적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도와 아라비아 중국의 달집을 상징하는 자리별들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친밀한 개념으로 자리잡아왔습니다. 페르시아의 달집은 좀더 최근에 「분데헤쉬(Bundehesh)」에서 발견되었으며 브라운(Brown)은 최근 콥트어와 페르시아어의 의미와 함께 칼데아어와 호라즘어, 소그디아나어 제목의 필사본과 번역본을 발행했습니다. - 호라즘어와 소그디아나어 원본은 알 비루니에 의해 발행된 것입니다. 달집의 이름과 위치는 달집을 형성하는 별들과 연관이 있는데, 이러한 정보는 윌리엄스(Williams)와 뉴턴에 의해 상세하게 목록화되었습니다.

   달집과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어보이는 또 다른 하늘의 구분법은 칼데아와 이집트, 그리스에서 보이는 점성술의 십분각(Decan)에 대한 것으로 “별들의 띠가 하늘을 휘감아 뻗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열흘 상관으로 떠오른다.”고 표현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달집보다 남북으로 훨씬 더 넓은 영역으로 펼쳐져 있으며 그 수도 무려 36개에 달합니다. 클러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칼데아 인들은 각각의 상징에서 3개의 별을 뽑아 행성들의 고문관을 삼았습니다.

      바로 이것을 그리스어로 “데칸”이라 부릅니다.

      황도대에서 10도와 1년 중 열흘은 서로 통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집단으로서의 데칸은 해마다 떠오르고 지는 움직임으로서

      지하계에서 천상계까지가 “영원히 순환”하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마닐리우스(Manilius)는 이 개념에 데카니아(Decania)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이 밖에도 데카니카(Decanica), 데카네(Decane), 데카논(Decanon), 데가네(Degane), 데가나이(Deganae), 데키마(Decima) 라는 용어들이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데칸의 우두머리는 데카니(Decani) 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들은 콘스탄티누스 통치기의 산문 작가인 율리우스 피르미쿠스 마테르누스(Maternus Julius Firmicus)에 의해 전달된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데칸은 이집트의 사원 벽이나 점성술적 성격을 지닌 기념비에 고대 황도대의 그림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하 역자 주 : 

STAR NAMES 폴더에 있는 글들은 1899년 발행된 리차드 힌클레이 알렌(Richard Hinckley Allen)의 별의 이름 - 그 전승과 의미(STAR NAMES - Their Lore and Meaning)」이라는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책이 집필된 19세기 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명에 대한 서구 사회의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읽을 필요가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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