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을 하듯 대기를 뱉어내는 현미경자리 AU별 b행성(AU Mic b)

2023. 8. 28. 22:213. 천문뉴스/허블사이트

현미경자리 AU별 b행성(AU Mic b)의 상상화 Credit : NASA, ESA, Joseph Olmsted (STScI)

여기 요란한 적색왜성 주변을 도는 어린 행성이 하나 있다.
이 행성은 매 공전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보인다. 

이 행성은 자기 별에 너무나 가깝게 붙어 있다. 

 

그래서 별로부터 쏟아져나오는 광풍을 지속적으로 얻어맞고 있으며 이로인해 증발한 수소대기가 이따금씩 터져나오곤 한다. 

 

그런데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이 행성을 1년 반 동안 관측했을 때, 대기 유출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주는 명확한 징후가 관측된 반면, 어떤 때는 유출되는 물질이 일절 없는 상태도 보여주었다. 

공전 과정에 나타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인해 천문학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의 카일리 락클리페(Keighley Rockcliffe)는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어떤 현상이 전혀 보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보였다가 하는 경우는 일찌기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관측할 때 기대하는 것은 관측가능한 것일수록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이상했어요. 제가 맨 처음 이 광경을 봤을 때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죠."
 
락클리페가 당황한 또 다른 장면은 대기가 터져나올 때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의 전조등처럼 앞쪽으로 뿜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락클리페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한 광경을 관측하는 건,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 같았어요.
 바로 행성진화의 모델과 물리법칙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말이죠. 
 이번 관측은 가장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별과 행성 사이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정말 새로운 관측입니다."  

문제의 행성을 품고 있는 별은 현미경자리 AU별(AU Mic, AU Microscopii)로서 
32광년 거리의 별이며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는 행성계를 품고 있는 별이다. 

이 별의 나이는 1억 년이 채 안 된다.

46억 살의 태양에 비하면 대단히 어린 별이다. 

AU Mic b로 표기되는 현미경자리 AU별의 b행성은 8.46일의 공전 주기를 가지며 자신의 별로부터 96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이는 태양과 수성 거리의 10분의 1 정도 되는 거리이다. 
부풀어오른 가스 대기를 갖은 이 행성의 지름은 지구 지름의 약 4배 수준이다. 

이 행성은 2020년 스피처 우주망원경과 통과현상을 이용한 외계행성탐사위성(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TESS)에 의해 발견되었다. 

 

현미경자리 AU별과 같은 적색왜성은 우리은하 미리내에 가장 흔하게 존재하는 별이다. 
따라서 적색왜성은 미리내에서 가장 많은 행성을 보유하고 있는 유형의 별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미경자리 AU b행성처럼 적색왜성을 도는 행성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일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나이가 얼마 안 되는 어린 적색왜성은 맹렬한 플레어로 강력한 복사를 뿜어낸다는 것이다. 
적색왜성이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기간은 우리 태양과 같은 별보다 대개 약간 더 길다. 

플레어는 별의 대기가 휘저어지는 운동에 의해 뒤엉킨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이러한 뒤엉킴이 강렬해지면 자기장은 찢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와중에 
태양보다 100배에서 1,000배는 더 강력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때 발생한 강력한 별폭풍과 플레어, X선을 뿜어내는 불의 거품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을 강타한다. 

별이 탄생하고 고작 1억년 밖에 안되는 상관에 만들어진 행성은 이렇게 가혹한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대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결국 이 과정은 행성의 대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끝을 맺게 될 것이다. 

락클리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행성은 어떤 종류의 행성일까요?
 별이 진정되고 나면 행성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요?
 이 행성에 생명이 싹틀 수 있는 조건이 생기긴 할까요? 아니면 그냥 바짝 그을려진 행성으로 끝을 맺게 될까요?
 대기를 거의 잃은 후 살아남은 행성은 슈퍼-지구와 같은 행성이 될까요?
 우리는 이러한 행성의 최종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전혀 모릅니다. 
 우리 태양계에는 이와 같은 행성이 없기 때문이죠." 
 
별의 강력한 광채는 허블우주망원경이 행성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은 행성에서 쏟아져나온 수소 때문에 발생하는 별의 겉보기 밝기 변화를 측정할 수 있었으며 
이 행성이 별의 전면을 지날 때 별빛이 흐려지는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행성이 품고 있는 대기의 수소는 이 행성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지점까지 가열되었다. 

이번에 처음 목격된 현미경자리 AU별 b행성의 대기 유출에 나타난 불규칙한 변화는 
현미경자리 AU별의 분출이 매우 빠르고 극단적인 변화를 겪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별은 휘감긴 수많은 자기장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현미경자리 AU별 b행성이 자신의 별 전면을 통과하는 동안 유출되는 수소가 관측되지 않은 현상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은 
이 현상이 발생하기 일곱 시간 전에 관측된 강력한 플레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플레어가 수소를 이온화시켜 빛이 투과될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래서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다른 가설은 별폭풍 자체가 이 행성에서 빠져나오는 기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떤 때에는 이탈되는 수소가 관측되고 어떤 때에는 관측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가설은 또한 이 행성이 마치 딸꾹질처럼 수소를 뱉어내는 원인이 되었다고 가정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존 맥캔(John McCann)과 루스 머레이-클레이(Ruth Murray-Clay)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모델을 수립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단적 현상에 대한 관측 증거가 이번에 처음으로 포착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미경자리 AU별 b행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별과 행성의 기괴한 변이양상에 대한 단서를 찾게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외계행성의 대기 유실과 진화에 대한 과학적 모델을 점검하게 될 것이다. 

락클리페가 주저자로 참여한 과학논문은 아스트로노미컬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개재되었다. 

출처 : 허블사이트 2023년 7월 27일 발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