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한쌍으로 그려지는 고대 그리스의 물고기자리는 물고기꼬리자리(the Tails)라는 바빌로니아 별자리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물고기꼬리자리가 바로 두 마리 물고기를 묶는 끈의 원형이기 때문입니다.
두 마리 물고기를 묶는 끈, 또는 리본의 개념은 바빌로니아 후기 천문 전승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전승에는 '물고기를 묶은 별의 리본'이 등장하는데 이들 별은 이른 바 '표준 별(Normal Stars)'을 선도하는 별로 간주됩니다.
여기서 '표준 별'이란 황도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행성의 위치를 지목하는데 사용되곤 하는 32개 별을 말합니다.
여기서 '끈'은 의심할바 없이 바빌로니아 천문 전승에 종종 등장하는 '천상의 연결체'의 또 다른 예입니다.
천상의 연결체는 태양력에서 각 별자리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고정하고 있는 두 개 지점(하지,동지) 및 두 개 분점(춘분, 추분)의 위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 |
그림 1 끈에 묶여 있는 한 쌍의 물고기 |
'끈'이라는 사상은 기원전 1천년 대 중후반에 춘분점의 위치를 지정할 때 사용된 여러 별에 적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추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끈을 구성하는 요소는 두 개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메소포타미아를 가로지르는 두 개 강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강물에 잠긴 작은 물고기입니다.
이 두 개 요소가 어우러진 기본 형상이 오늘날 물고기자리의 원형이 되었죠.
두 개 끈을 연결하는 '매듭'의 기원은 샤트알아랍강(the Shat-al-Arab)입니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바레인만에 흘러들어가기 전 하나로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강입니다.
물고기꼬리자리의 형태는 12번째 달(오늘날의 2~3월)의 특성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물고기꼬리자리는 물고기의 꼬리가 솟아오른 형태로 그려지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12번째 달에 녹아 흘러든 얼음 때문에 수위가 오른 강에 산란지로 향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꼬리자리는 '물 쿤-메쉬(Mul Kun-meš)'라 읽습니다. |
![]() |
아카드어로는 '지바투(zibbatu)'로 읽습니다. 이는 짐승의 '꼬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대열을 이루고 선 군대의 '끝부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
'쿤(Kun)' 표기는 한뭉치의 털이 달린 짐승의 꼬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이름은 열두 번째 달, 즉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일년의 끝이었던 달에 떠오르는 별자리를 암시합니다. 이 표기는 또한 '운하의 끝부분'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물고기꼬리자리가 두 개의 강과 관개농업이 갖는 점성술적 연관성에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물고기꼬리자리의 전승은 두 개 의미를 모두 품고 있습니다. 이 표기를 좀더 정확하게 번역한다면 '유출되는 물', '흘러나오는 물'로 번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쉬(Meš)' 표기는 복수형 접미사입니다. |
관개농업은 메소포타미아 경제의 근간입니다.
따라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범람은 풍요의 근본이었습니다.
따라서 물고기꼬리자리는 농업이라는 상징을 중심에 품고있는 들판자리(the Field)와 일체를 이루는 형태로 그려집니다.
물고기꼬리자리가 갖는 좋은 예언은 강물의 정상적인 범람을 예견합니다.
야생양이 티그리스강의 별에 접근한다면
비가 내리고 범람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충분한 범람은 자연스럽게 풍요로운 추수를 안겨주었습니다.
목성이 물고기꼬리자리에 있다면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에는 고운 모래가 가득찰 것이다.
이로써 그 땅에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물고기꼬리자리는 '물아핀(Mul-Apin)'에 기록된 18개 황도대 별자리인 '달의 여정에 있는 별자리' 중 처음으로 등장하는 별자리입니다.
'물아핀'에 기록된 이 18개의 별자리는 모두 황도 12궁의 근원이 되는 별자리들이죠.
한편 이 별자리는 12번째 달을 상징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자리별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이 별자리에 '꼬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열두 번째 달이 일 년의 마지막(꼬리)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 |
그림 2 아누니툼자리(Anunitum)와 제비자리(the Swallow), 현대 물고기자리를 합성한 그림 |
물고기자리와 그 주변을 구성하는 별자리의 역사는 바빌로니아 천문 전승 중 아마도 가장 복잡한 역사를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별의 형상은 그림 2와 같이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를 오늘날의 물고기자리와 겹쳐 놓았을 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오늘날 물고기자리의 물고기는 이에 대응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물고기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로 그려집니다.
참고 별자리 : 아누니툼자리(Anunitum) , 제비자리(the Swallow)
바빌로니아 별자리 목록으로 돌아가기
번역자 주석
1. 이 글은 천문작가 Gavin White의 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와 천문전승을 담은 에세이집 Babylonian Star Lore (ISBN-13 : 978-0955903748)를 번역한 것입니다.
2. 별자리 이름이 현대 별자리 이름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는 '이탤릭체'로 표시하였습니다.
3. 본 글은 저자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한 글입니다.
원문과 번역문 모두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2. 별자리 이야기 > BABYLONIAN STAR LO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상세 27. 밭고랑여신자리 (1) | 2025.06.26 |
---|---|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상세 26. 물염소자리 (2) | 2025.06.25 |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상세 24. 물고기자리 (0) | 2025.06.21 |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상세 23. 무지개자리 (0) | 2025.06.19 |
바빌로니아 별자리와 천문전승 - 별자리 상세 22. 멧돼지자리 (3) | 202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