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설거지를 하고 옷을 정리하고 이불을 탈탈 털어 접었다. 이불 중 깔개 하나는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접어 넣었다. 어렸을 때부터 천주교 영향을 받고 자라서 나는 지금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트리를 세우고 그로부터 40일이 지난 예수봉헌대축일 즈음에 트리를 걷는다. 20여 년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를 담아온 종이 박스는 온통 너덜거리는 몸통에 청테이프와 비닐 테이프를 가득 감고 있다. 새로운 비닐 테이프를 촘촘히 감아 일년 더 버틸 임무를 주었다. 물티슈로 탁자, 책장, 싱크대, 문, 전기 스위치 등 먼지가 앉을 만한 곳을 닦아내고 현과문과 창문을 활짝 열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고무장갑을 끼고 세면대와 변기, 화장실 바닥과 낮은 벽에 락스를 뿌려 닦아냈다. 바닥을 차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