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크레이지?! - 데코레이션의 힘

2012. 12. 2. 20:174. 끄저기/끄저기

관람일시 : 2012년 12월 2일 19시
관람장소 :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

 

다른 연극과 달리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출연진들이 미리 나와 저마다 유머를 뽐내던데,
'얘네들이 연기를 하는 동안 이 분위기를 어떻게 책임지려고 이리 오바냐..."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연극을 마친후...
"훌륭하네, 훌륭해. 정말 잘하네. 잘해."

 

1. 이야기의 샘에서 퍼올린 또 하나의 이야기

   사실 정신병원 이야기, 정신병자 이야기만큼
    무궁무진한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마르지 않는 샘이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 역시 그 마르지 않는 우물에 두레 한 번 던져서 퍼울린 이야기이다.
  
    정신병자와 정상인을 가르는 경계가 모호하고,
    현대 사회는 어떤 정상인이라도

    각자 하나씩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정신병자와 정신병자가 아닌 사람을 가르는

    의사의 판정 역시 절대적일 수 없다.
  
    너무나도 뻔한 소재라서 그런지,
    이런 연극들은 줄거리보다는 연출력, 배우 하나하나의 역량이

    중요하게 대두될 수 있는 연극이다.
  
    이 연극 역시 그런 측면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을만한 연극이었다. 

    사실 내용 자체에는 머라 평가할만한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에서 퍼올린,  

    늘상 접하고 늘상 생각할 수 있을만한 또 하나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2. 데코레이션
    마르지 않는 샘에서 퍼올린 평범한 이야기.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 어떤 연출가와 어떤 배우들이 어떻게 역량을 데코레이션 했는지가 이 연극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남는다.
  
    그리고 시작된 연극의 초반...
  
    어떤 연기자의 연기는 어색하고, 어떤 연기자의 연기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 수록
    초반의 그 어색함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고
    참담하다 느꼈던 그 연기는 그 연기자의 캐릭터로 재부활한다. 
      

    연기자 한 명 한 명이 연기해 내는 그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 내는 에너지들,
    그렇게 비벼지고 어우러진 한 편의 작품이 제목과,

    무대와 소품들에 너무나도 훌륭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중간중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부분,
    대부분의 연극에서 작품의 집중도와 질을 떨어뜨린다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그 부분들마저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첫 번째 연극이었다고 생각한다. 

 

 

진부한 박사 역할을 한 송진식 배우(오른쪽)   

그의 찰진 연기가 극 전체를 떠받드는 기둥이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이런 느낌은 '라이어' 류의 연극에서 받는 느낌인데, 
오바 가득한 무대를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내는데 오히려 '라이어'보다 훌륭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즐거운 연극을 보고 나오니, 배가 고팠고, 그래서 예상과 달리 대학로에서 술한잔 걸치고 들어왔다.

즐거운 토욜 저녁을 만들어준 즐거운 대학로, 즐거운 연극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