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대학로에서 연극을 볼 생각이라면...

2012. 12. 2. 19:274. 끄저기/끄저기

관람일시 : 2012년 12월 2일 15시 

관람장소 : 대학로  미마지 아트센터 물빛극장


1.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볼 생각이라면?

    허름한 소극장, 올망졸망한 관람석, 소박한 무대. 

    튀지 않는 캐릭터, 평탄하고 정석대로 흘러가는 스토리 라인. 

    무대에 불이 꺼진 후 가슴에 남는 부담스럽지도 격정적이지도 않은 잔잔한 카타르시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정신없이 떠밀리며, 떠밀며 살다가, 

    삶의 한 자락 여백을 찍고 싶을 때, 

    내 스스로의 삶에 지쳐서 감동이나 빵 터지는 웃음마저도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그 때 보면 딱 좋을 연극이었다. 

   

    비록 극단적인 소재를 채용하긴 했지만, 스토리 전개는 부담스럽지 않았고,

    행복한 시간들과 행복하지 못한 시간들의 극단적인 대비를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순간의 연기도 무리하지 않게 잘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노련미 덕택에 내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 '행복'?  아니...추억?

    오랜만에 보는 연극이라 부담스럽지 않길 바랬고, 

    부담스럽지 않기도 하고, 덤으로 잔잔하기까지 한,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힐링하는데까지 도움을 준 연극이었지만

    나무책상을 쓰다듬다가 걸린 조그만 가시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긴 했다. 

    

    위기, 절정 부분이 갑자기 한꺼번에 밀려오는 부분이 약간 그랬고, 

    결말이 길게 느껴지는 부분에서 한 번 더 부자연스런 느낌을 받았다. 

    

    극단적인 소재가 내내 스토리 라인에 잘 휘어잡히고 있다가 

    끝 부분에 한 번 반항적으로 튀어나온 느낌...

    그리고 그렇게 반항적으로 튀어오른 소재에 제목 '행복'이 얻어맞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듯한 느낌.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 불러내는

    오히려 진하게 느껴지는 아쉬운 추억들.

    

    비록 뭔가 어긋나게 끝나버린 느낌을 지우진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그 느낌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1시간 반동안의 짧은 시간, 한정된 공간,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기본적으로 그런 마술을 발휘하는 것이 연극이고

항상 숭배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능력이 발휘되는 공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있다. 


이 연극 역시 그러한 감사를 충분히 드릴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