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9. 08:23ㆍ4. 끄저기/끄저기
전주 한옥마을에 가면 한옥과 의외로 잘 어울리는 전동성당이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을 섞어 지었다는 이 고풍스러운 성당에
끊임없이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정작 이곳에 성당이 들어서게 만든
이 두분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윤지충과 권상연.
전동성당이 자리잡은 터는
사실 조선시대 죄수들을 잔인하게 처형하던 남문밖 처형장이었다.
윤지충과 권상연 역시 이곳에서 처형당했다.
죄목은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군무부의 불효자)
바로 이 사건을 시초로 조선시대 천주교는 백년간의 가혹한 박해의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오늘날은 신주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백여년전까지 이 신주를 불태우는 것은 처형까지 되는 중대범죄였다.
요즘 우리사회는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흉악범들을 사형에 처하자는 요구가 높다.
물론 엄정한 법집행은 필요하다 보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가혹한 형벌과 처벌은 도덕의 회복보다는
반대파를 탄압하거나 약자를 이지매하는데, 그리고 지배가치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데
더 자주 애용되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사형제를 반대하는,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이유이다.
물론 나 역시, 금번 나주에서 발생한 사건과 같은 파렴치범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데에 찬성한다.
그러나 엄정한 법집행과 인권의 문제는 분리되어 생각되어야 한다.
만약 엄정한 법집행과 별도로 범죄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보장을 철회한다면,
그것은 이와 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보다도,
대중과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소수자, 정치범들에게 더 빈번하게, 더 가혹하게 적용될 것이다.
바로 역사가 언제나, 어디서나 늘 그래왔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 아름다운 전동 성당 역시 그 증거품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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