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2014. 2. 17. 21:234. 끄저기/끄저기

전주 출장 중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출장을 간 공장은 산업단지내에 위치해 있었고 
지방에 위치한 대부분의 산업단지들이 그렇듯 그곳 역시 대중 교통 수단이 활발하지는 않은 곳이었다.

예정과 달리 업무종료 시간이 늦어졌고, 
저녁 8시에 공장에서 나와 급히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콜택시를 불러 타게 되었다.

그런데 택시기사님께서 택시 콜을 부르면서 '감사합니다'라는 얘기를 한 손님이 처음이라며 나에게 무척 고마워하셨고, 시종일관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택시는 내가 필요해서 부른 것이다.
내가 전화를 드렸을 때, 기사님은 다른 손님을 태우셨을 수도 있고, 비번이셨을 수도 있고, 식사중이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님께서는 당신께서 시간에 맞추기 힘들면 다른 택시라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하셨고, 
당연히 감사드릴 일이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은 나 뿐 아니라 다른 손님이 택시를 불렀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처음 들었다고 고마워하시는 기사님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전주공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핸펀으로 찍어본 달과 목성>

 

 

혹시 내가 '지극히 감사한 일'임에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는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중학생 때 윤리시간에 들은 수업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분은 당연히 본인의 생계가 걸린 직업으로서 버스를 운전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사분께서 본인의 생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버스를 운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대부분의 버스 기사분들께서 동일하게 행동하신다면 어떻게 될까?

요지는 이거다.

비록 그 행동이 직업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직업을 수행하는 행동은 그로 인해 타인들에게 혜택을 준다. 
돈을 치루고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면 당연히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되고, 
따라서 모든 직업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내용에 감명을 받았고, 그래서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때, 버스를 탈 때, 택시를 탈 때, 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 택배를 받았을 때, 나는 항상 이분들이 제공해주시는 서비스에 감사한다. 
감사를 드려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마땅한 일에 친절히 대해 주시고, 다음에 전주에 오게되면 좀더 짧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그 택시기사님께 또한번 감사드린다.

그리고 바램이 하나있다면, 
'감사한 일'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 분별력만큼은 내가 삶을 마칠 때까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